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군부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사망

공유
1

'군부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사망

아밀로이드증으로 두바이 병원에서 별세
쿠데타 집권자·민주적 정책 '양면적 평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사진=AP통신·뉴시스
군사 쿠데타로 파키스탄 정권을 장악해 독재자로 평가받았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파키스탄 육군은 이날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참모총장이 서거한 것에 애도를 표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아밀로이드(단백질 형성 문제로 내장에 섬유질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인해 두바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끝에 병상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1943년 8월, 영국 식민 통치를 받고 있던 델리에서 태어났으며 독립 시점에 파키스탄을 조국으로 택했다. 1964년 육군 포병장교로 임관, 1991년 장성으로 진급, 1998년 나와즈 샤리프 총리로부터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다.

이듬해인 199년, 인도와의 분쟁지 카슈미르의 카길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파키스탄군이 패배하자 책임 소재를 두고 샤리프 총리와 갈등했다. 참모총장 보직해임 처분을 당한 그는 군사 쿠데타로 응수해 샤리프 총리를 내쫓고 군사정권을 세웠다.

군부 독재로 인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던 무샤라프는 2001년 6월 선거를 거쳐 대통령으로 취임했으며 3개월 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 카에다의 항공기 납치 테러 사건, 이른바 '9.11 사태'가 일어나자 미군의 전진 기지 설립 부지를 내놓고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우방을 자처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2013년 4월 국가 내란죄 등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이슬라마바드 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2013년 4월 국가 내란죄 등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이슬라마바드 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AP통신·뉴시스

2004년, 2007년에 걸쳐 3선에 성공한 무샤라프였으나, 이듬해 샤리프 전 총리계 유력 인사 베나지르 부토가 암살되자 그 배후로 몰려 정치적 위기를 겪었다. 이로 인해 2008년 2월 의회 총선에서 야당인 인민당 압승을 거두자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임했다.

2013년, 자신이 내쫓았던 샤리프 총리가 복귀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는 국가 내란죄, 부토 암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9년 12월 사형이 선고됐으나 '70살을 넘긴 이는 알라의 축복을 받은 이'라는 이슬람의 전통에 의해 이듬해 사형 무효 판결이 나왔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군부 독재자로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나, 파키스탄 내부에선 여성 정책, 언론 장려, 교육 확대 등 세속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펼친 점 때문에 양면적 평가를 받고 있다.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을 지냈던 파와드 차우드리 의원은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군사독재자였지만, 역사는 그의 집권기를 역대 파키스탄에서 손꼽힐 정도로 민주적이었던 시기로 기억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