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충돌하는가 하면, 전광훈과 한바탕하는 등 대단한 열정이다. 그러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잘리고, 대구시정에나 충실하란 소릴 듣고도 좌충우돌 지칠 줄 모른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일전을 불사하는 그의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홍 시장의 이런 모습에 많은 대구시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홍 시장이 지금 중앙정치에 쏟고 있는 열정의 반만이라도 대구시정에 쏟아붓기를 바란다. 둥둥 떠다니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뿌리를 찾을 수 없다.
대구시장이면 당연히 대구에 뿌리를 내려야 할 터인데 그의 뿌리는 대구에 없다. 여의도에 마음을 뺏기다 보니 당연히 뿌리가 거기 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안중에서 대구는 항상 2순위로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기자만의 편견일까.
홍 시장을 보노라면 그 맞은편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일본의 전 이즈모 시장 이와쿠니 데쓴도다.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월가의 거목이었다.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세계 최대 증권회사이자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사의 미국본사 수석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지방의 발상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발과 땀과 눈물의 지방행정을 외쳤다. 그는 세계를 본 후 지방을 알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일본이 보인다고 했다. 노인 무임교통 복지연령을 줄이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는 홍 시장과 달리 고령화 복지시대에는 지방의 역할이 더욱 더 커진다고 역설했던 그다. 홍시장과는 전혀 딴판의 세계관이다. 홍 시장이 보는 것은 지방도 아니고 세계는 그가 보고 있는지 모르겠고, 오로지 여의도 뿐인 것 같다.
이와쿠니는 행정이야말로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고 했다. 서비스의 요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첫째도 고객, 둘째도 고객, 셋째도 고객이다. 고객 만족이 최대의 목표요 존재 이유다. 그렇다면 그의 지방행정의 고객은 자명하다.
반면 홍 시장은 무엇을 외치는가. 홍 시장의 대구시정에 무슨 정신이 있는가. 서비스란 게 있는가. 시민이 있는가. 그의 행정철학이 뭔지 하나도 안 떠오른다. 뭘 향해 가는지 뭘 위해 대구시장이 됐는지 하나도 보이는 게 없다. 시민들의 비판에도 대구를 '컬러풀 대구'에서 '파워풀 대구'로 바꾸면서 대구굴기를 내세웠지만 자부심도 역동성도 일어날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이거야 할,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독선, 독단밖에 안 보인다. 다만 지금 그의 모습에서 그가 꾸고 있는 '꿈의 끝'이 어디인지 정도만 간신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쿠니가 아무나 앉을 수 없는 금방석을 박차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오사카 시장도 아니고 그저 조막만한 이즈모 시장이 되기 위해 1988년 짐을 쌌던 이유는 이즈모를 위해서였다. 지방을 위해서였다.
홍 시장은 언제 한번이라도 대구시를 위해서 화려한 자리를 버리고 짐을 싼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관심이나 애정은 있는가. 시선이 멀어지면 관심도 애정도 식어지는 법이다. 홍 시장의 시선은 어디 있는가. 대구 서문시장에 있는가 칠성시장에 있는가.
대명동에 있는가. 지산동에 있는가. 한시도 여의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홍 시장의 시선을 당분간 대구에서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즈모시는 현재 인구 17만 정도의 소도시다. 더욱이 이와쿠니가 시장으로 갔을 때는 고작 8만이었다. 국민의힘 간판만 걸면 막대기를 꽂아도 대구시장에 당선된다는 게 대한민국의 웃픈 상식이다. 그렇다면 홍 시장의 가치는 막대기 이상일까. 홍 시장만은 부디 대구시장이 큰 벼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구는 지금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다. 경기침체에다 고공행진하는 금리, 치솟는 물가, 얇아지는 지갑, 부동산 폭락으로 곳곳에 공포처럼 솟아오른 아파트들의 미분양이 시한폭탄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인구는 점점 쪼그라들고 생산성은 예나 지금이나 바닥을 맴돌고 있는 떠나고 싶은 도시다. 그런 침몰 직전의 난파선 같은 도시를 맡았으면 유튜브 '홍카콜라' 그만 찍고 대구에만 몰두하는 게 대구시장의 도리다. 대구살리기에 머리를 쥐어짜는데만 올인 해도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랄 판이다.
이와쿠니가 대구시장이었다면 그는 누구를 바라봤을까. 대구시 행정의 고객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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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 정치학 박사 dg900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