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처 스토킹한 남편 징역 10개월 확정…‘위험범’ 판례 첫 제시
이미지 확대보기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부터 약 한 달간 6회에 걸쳐 이혼한 B씨의 집에 찾아가 B씨와 자녀를 기다리거나 현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접근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3월 B씨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1년,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B씨에 대한 범행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 스토킹 행위의 횟수,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연령과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죄전력, 피해자를 위해 3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1심 유죄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범으로서, 개별적인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대상으로 한 스토킹 6차례 중 4차례는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은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은 초기 스토킹 행위를 막아 폭행·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됐다는 점,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침해범이 아닌 위험범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를 기각했다. A씨에게는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원심 결론에 있어서 수긍할 수 있지만, 판시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자녀들에 대한 양육 문제로 평소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요청으로 A씨가 주거지 수리 등에 관여한 점, B씨도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오면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행위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에 접근하는 스토킹 행위는 그 행위의 본질적 속성상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라 하더라도, 반복돼 누적될 경우 상대방이 느끼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A씨가 단기간에 수차례 반복한 행위들은 누적적·포괄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더라도 누적적·포괄적으로 평가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스토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안”이라며 “위험범에 관한 선례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