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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엔 금괴, 쓰레기 속엔 수표 숨긴 체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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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엔 금괴, 쓰레기 속엔 수표 숨긴 체납자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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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고액 세금 체납자들의 재산 빼돌리기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고가의 호화로운 주택에 살면서 실제 거주지는 자녀나 부모 주소지, 지인의 소형 오피스텔로 옮겨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것은 고전에 나올법한 수법이다. 차명계좌와 명의신탁, 은행 대여금고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하며, 비밀 금고에 금괴와 수표를 넣어 두고나 아예 수표 다발을 쓰레기로 위장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고액 상습 체납자들이 이처럼 지능·변칙 수법으로 재산을 숨기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며 잠복·수색 등을 통해 호화 사치생활 체납자의 재산을 찾아내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체납처분 면탈범과 방조범은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범칙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에 고액상습체납자 710명을 골라내 재산을 추적하겠다고 발표했다.

A씨는 위장이혼 수법을 사용해 세금을 내지 않다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A씨는 수도권 소재 아파트를 양도 후 취득 금액을 허위로 신고했다가 고지된 양도소득세 수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양도세 고지서 수령 직후 부인과 협의 이혼한 후 본인이 소유한 아파트를 재산 분할해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그는 이혼 후에도 이혼 전과 동일하게 부부간 금융거래를 하고 배우자 주소지에서 사는 등 위장 이혼으로 강제징수를 피했다.

국세청은 A씨의 배우자를 상대로 가짜로 증여받은 아파트에 대하여 증여를 취소하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증여받은 아파트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조치를 했다.
가족에게 사업소득을 부모와 자녀, 누가 등 가족 명의 계좌로 빼돌려 상가 10채를 명의신탁한 체납자. 사진=국세청이미지 확대보기
가족에게 사업소득을 부모와 자녀, 누가 등 가족 명의 계좌로 빼돌려 상가 10채를 명의신탁한 체납자. 사진=국세청


부동산컨설팅 사업자인 B씨는 차명계좌, 차명 재산으로 재산을 은닉하다 명단에 오른 사례다. 그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발행한 사실이 확인돼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다수의 세금 수억 원을 체납했다. B씨는 부모, 자녀, 누나에게 신규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컨설팅 소득을 이체했다. 그는 또 가족 명의로 총 10채의 상가를 취득했다. 실내 사우나 시설, 샹들리에가 갖춰진 고가 아파에 살면서도 아는 사람 소유의 소형 오피스텔에 사는 것처럼 속였다. 물론 위장 전입 신고했다.

국세청은 이들 일가족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가족 명의로 취득한 상가는 가압류하고, 종합소득세 등을 면탈할 목적으로 가족에게 명의 신탁한 체납자는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가족은 방조범으로 고발했다.

현금과 금괴 등 거액을 집안에 두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는 수두룩하다.C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상가를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아 고지한 세금 수억 원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그가 사는 집을 수색해 보니 평소 지니고 다닌 등산 배낭에서 현금과 금괴 뭉치 수백 돈 등을 찾아내 총 3억 원을 압류, 징수했다.

D씨는 가전제품 도매업 법인의 대표이사로 법인이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버티다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됐으나 수억 원을 체납했다. 그의 주소지에서 신문지로 덮어 쓰레기로 위장한 10만 원권 수표 다발을 찾아내 총 5억 원을 징수했다.

이밖에 고액 체납자들은 자기 어머니 주택의 베란다에 현금다발 등을 감춰놓거나 비밀금고 속에 현금다발, 수표, 골드바 등을 넣어놓기도 하며 자녀 명의 고가 주택 개인금고에 현금다발, 귀금속과 명품 시계 등을 은닉해 재산 빼돌리기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들은 숨겨놓은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재산은닉, 체납이 영원할 줄 알면 큰코 다친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아야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체납자 재산 추적 조사로 2조 8000억 원의 세금을 징수했다.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고가 미술품을 사고 수입 명차를 리스하며, 상속지분을 포기한다고 해서 국세청의 촘촘한 추적망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해 2조 8000억 원의 세금을 징수했다는 사실은 우리 주변에 그만큼 고액 체납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세청 누리집(www.nts.go.kr)에 들어가서 고액체납자 명단을 확인해보면 된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들의 재산을 찾아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민 신고가 고액 체납 세금 징수에 큰 보탬이 된다. 행정력 낭비와 비용 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신고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서 상담/제보→체납자 은닉재산 신고 화면으로 들어가 체납자 정보와 숨겨놓은 재산을 신고하면 된다. 최대 20억 원까지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고액상습체납 척결 등을 통한 세정 정의 실현은 시민들의 신고가 그 출발점이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