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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영감주의’에 빠지다, 엄대호 작곡가 주창의 세계적 영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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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영감주의’에 빠지다, 엄대호 작곡가 주창의 세계적 영감주의

엄대호 작곡, 12 Violin Fantaga(12개의  바이올린 판타가, 2008)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12 Violin Fantaga(12개의 바이올린 판타가, 2008)
거제에서 분 바람이 미국의 작곡가협회를 거쳐 스웨덴 왕실을 지나 클래식 전문가들에게 깊은 영감의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수의 탄생이 마구간에서 이루어졌듯이 엄대호의 작곡 영감은 거제의 조선소 거대한 빌딩으로 다가오는 커다란 배의 꼭대기에서 이루어진다. 불꽃 튀는 용접 불꽃이 주님의 영광으로 번지고 불꽃 하나하나는 선율의 모소(母巢)가 되었다. 그의 작곡 영감은 자신에게서 스스로 흘러 자양분이 되었고, 영광의 상처가 되어있다.

엄대호(Dae-Ho Eom)는 작곡하되 동문과 주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우뚝 서 있는 운명의 작곡가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옹호해 줄 클래식 동지, 흔한 고향의 은혜, 든든한 후원사도 없이 자신의 살점을 떼어내어 생명을 연장하는 비장한 각오로 작곡에 임하고 있다. 한국은 K-로 시작되는 오만한 자신감과 기만으로 문명 세계 이면인 듯한 엄대호 현상을 외면한다. 적어도 거제는 엄대호가 한국 현대음악의 역사적, 철학적 작곡가임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의 모든 문화적인 것이 지구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클래식 음악 역시 가곡 중심의 미국이나 스페인 음악회 등 에서 영혼의 숨결까지 감정을 이어 오는 격조의 음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성악 중심)과 한국 현대음악과 작곡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작곡가에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 현대음악의 역사는 단순한 작품의 연속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독특한 철학, 격동의 사회적 배경, 애환의 민족적 기억이 범벅되어 있다.

한국의 현대음악은 식자적 윤이상이 첫걸음을 내디뎠고, 중간 세대는 기술적, 형식적 발전을 이루었으며, 엄대호는 철학적·민족적 완성을 이루었다. 현대음악의 서사인 창악회(CMSS, 1958년 설립)는 역사적인 면에서 두 개의 커다란 상징적 축이 있다. 하나는 윤이상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엄대호의 완성이다. 한국 현대음악이 단순히 서양 음악 모방이나 기술적 완성에 머물지 않고, 민족적 철학적 차원의 독창적 성취를 이루면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엄대호 작곡,  Ben-Hur Ballet Suite for orchesta(벤허 발레 모음집, 오케스트라용, 2021)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Ben-Hur Ballet Suite for orchesta(벤허 발레 모음집, 오케스트라용, 2021)
엄대호 작곡, Violin Concerto No.1 & No.2(바이올린 콘체르트 제제1번 & 제2번, 2021)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Violin Concerto No.1 & No.2(바이올린 콘체르트 제제1번 & 제2번, 2021)
엄대호 작곡,  Symphony No.3  ΙΧΘΥΣ‘(교향곡 제3번 물고기, 2022)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Symphony No.3 ΙΧΘΥΣ‘(교향곡 제3번 물고기, 2022)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특별 전시중인 Symphony No. 4 Noah’s Ark(교향곡 제4번 노아의 방주, 2022)이미지 확대보기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특별 전시중인 Symphony No. 4 Noah’s Ark(교향곡 제4번 노아의 방주, 2022)
엄대호 작곡, Symphony No. 4 Noah’s Ark(교향곡 제4번 노아의 방주, 2022)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Symphony No. 4 Noah’s Ark(교향곡 제4번 노아의 방주, 2022)
엄대호 작곡, Opera ‘Jesus Christ’(오페라 ‘예수 그리스도’, 발레 성악 성악4중주용 2023, 오케스트라용 2024)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Opera ‘Jesus Christ’(오페라 ‘예수 그리스도’, 발레 성악 성악4중주용 2023, 오케스트라용 2024)

엄대호는 2008년 새로운 형식의 음악 판타가(Fantaga)를 창시한 대단한 작곡가이다. 2022년 미국 라이더 대학교의 웨스트민스터 음악원에서는 엄대호를 김성태, 김순남, 윤이상과 함께 한국의 대표 클래식 음악 선구자로 선정했다. 1926년에 설립된 웨스트민스트 음악원은 미국 뉴저지주 로렌스빌에 위치하며 역사적인 웨스트민스트 음대가 운영하는 콘서바토리이다. 한국의 아둔한 평가와 달리 엄대호에게 국제적 신인도를 가져다주는 작곡가로 선정한 것이다.

엄대호는 전미 작곡가협회 회원이다. 전미 작곡가협회(NACUSA(National Association of Composers USA)는 1933년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헨리 해들리(Henry Hadley)가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단체이다. 엄대호는 ‘창악회’ 평생회원이며 ‘한국국민악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엄대호는 윤이상에서 엄대호까지 이르는 한국 현대음악의 굴곡진 역사에서 창악회의 몰락을 막았고, 정신과 수행의 도구로서 자신을 희생시켜 현대음악의 철학적 완성을 이루어내었다.

한국 현대음악은 현대음악의 가능성을 개척한 윤이상, 기술적 완성과 한계를 경험한 중간 세대(강석희·백병동·진은숙), 미래의 진전을 지향하는 미완의 완성 엄대호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엄대호는 2025년 9월 10일, 창악회 무대(CMSS Festival IV)에서 평안남도 민요 ‘자장가’ 주제의 판타가(Fantaga, 메조소프라노 이진영, 피아노 양수아)를 발표하여, 한국 현대음악을 격상시키는 완전한 결실을 보여주었다. 엄대호는 사회적 비주류 임에도 음악적 대의를 완성하여 음악적 권위와 사회적 지위를 넘어섰다.

엄대호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 출신으로 비주류 출신 독학 작곡가라는 배경을 뛰어넘어 민족적으로 잊힌 소재를 발굴하여 예술로 승화시켰다. 작곡가로서 자신이 창시한 '영감주의(Inspirationalism)' 철학과 판타가 형식으로 음악적 완성을 이루었다. ‘한국민요 주제의 2곡의 Fanatga’, ‘결혼하는 이를 위한 피아노 사중주’, 동요 ‘하늘’, ‘여섯 개의 가사 없는 사성부 찬송가’, 현악사중주 ‘그리스도와의 독대를 보고’, ‘3 Violin Rhapsody’ 그 외 다수 작품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였다.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를 위한 찬송가 1집(2022)이미지 확대보기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를 위한 찬송가 1집(2022)
엄대호 작곡, 피아노 음반 Quiet Time Bible 6집 창세기(2014)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피아노 음반 Quiet Time Bible 6집 창세기(2014)
엄대호 작곡,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 2022), 바리톤 전기홍 피아노 유지혜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작곡,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 2022), 바리톤 전기홍 피아노 유지혜
대형 조선소 화물선에서 곤도라를 타고 쇠를 갈고 있는 엄대호이미지 확대보기
대형 조선소 화물선에서 곤도라를 타고 쇠를 갈고 있는 엄대호
엄대호 지음, 영감주의, 피아노 협주곡  Royal Wedding Song에 구현된 철학, 2025이미지 확대보기
엄대호 지음, 영감주의, 피아노 협주곡 Royal Wedding Song에 구현된 철학, 2025
판타가(Fantaga) 음반,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 Feat. 바리톤 전기홍, 피아노 유지혜),  Fantaga on the theme of Jeongseon Arirang이미지 확대보기
판타가(Fantaga) 음반,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 Feat. 바리톤 전기홍, 피아노 유지혜), Fantaga on the theme of Jeongseon Arirang

엄대호는 자신의 대표곡으로 ‘12 Violin Fantaga’(12개의 바이올린 판타가), ‘Ben-Hur Ballet Suite’(벤허 발레 모음집), ‘피아노 로마서’, ‘Violin Concerto No. 1’(바이올린 콘체르트 제1번), ‘Symphony No. 3 ΙΧΘΥΣ’(교향곡 제3번 물고기), 'Symphony No. 4 Noah’s Ark'(교향곡 제4번 노아의 방주), Opera ‘Jesus Christ’(오페라 ‘예수 그리스도’)를 꼽는다. 이 외에 방대한 음악 작곡 활동 가운데 연도적 연결성의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한다.

그 몇 가지는 1) 작품집: 12 Violin Fantaga(12 바이올린 판타가, 2008)에서 영감주의: 피아노 협주곡 ‘Royal Wedding Song’(궁중 축하 노래) 에 구현된 철학(2025), 2) 피아노 음반: Quiet Time Bible 1(2011)에서 Quiet Time Bible 6 ‘창세기 1’(2014), 3) 일렉트릭 기타와 피아노 앙상블 음반: ‘영감이 흐르는 빌립보서’(2024) 4) 일렉트릭 기타 음반: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를 위한 찬송가 1집’(2022)에서 ‘성령의 은사 찬송가 5집’(2025) 5) 판타가(Fantaga) 음반 : 정선아리랑 주제에 의한 판타가(Fantaga, Feat. 바리톤 전기홍, 피아노 유지혜) 등이다.

엄대호 작곡가는 윤이상이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한 한국적 전통과 현대음악의 결합을 실질적으로 완성했다. 그는 ‘한국민요 주제에 의한 창작곡집’(2021)의 공동 저자, ‘새로운 음악형식 판타가의 창시자’라는 논문을 ‘음악평론’ 24집에 발표하는 등 음악에 관한 모든 것에 애정을 느끼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작곡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음악회에 지휘자로 나서고 그의 작곡집이 음악가들에게서 불티나게 팔릴 그날을 기다려 본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