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애 환자 대상 '생각-텍스트 변환' 기술 첫 검증

지난 20일(현지시각) 델라루아·노트북체크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서동진 뉴럴링크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서울에서 열린 강연에서 "오는 10월부터 언어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피험자가 머릿속으로 문장을 떠올리면 이를 뇌 칩으로 포착해 텍스트로 바꾼다"며 "3∼4년 안에 건강인도 뇌 이식을 받을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FDA 승인으로 언어장애 치료 가능성 열어
뉴럴링크가 FDA로부터 받은 IDE(Investigational Device Exemption)는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면제 제도로, 연구 목적으로 미승인 의료기기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이번 시험에는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이나 중증 뇌졸중으로 말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참여한다.
신경공학 업계에서는 "뇌 신호를 직접 해독해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이 성공하면 의사소통 능력을 상실한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주로 커서 조작에 머물렀으나, 이번 기술은 실시간 언어 생성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무선 기술로 AI 직접 연결 구현
뉴럴링크는 그동안 마비 환자가 뇌파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텔레파시' 기술을 시험해 왔다. 이번 업데이트에선 뇌에서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문장으로 변환하고, 인공지능(AI) 모델에 직접 질의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된다.
업계 관행을 보면 기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전극을 뇌에 꽂아 유선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 주류였으나, 뉴럴링크는 블루투스 무선 통신을 활용해 기기를 더 작고 효율적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 사장은 "뇌 신호가 소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처리하면서도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는 칩 개발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90억 달러 기업가치, 2031년 10억 달러 매출 목표
뉴럴링크는 올해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0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로 평가받았다. 2023년 말 35억 달러(약 4조8900억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2.5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회사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보고서에서 2031년까지 연간 2만 명에게 뇌 칩을 이식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수술비는 건당 5만 달러(약 6900만 원)로 책정하며, '텔레파시' '블라인드사이트' '딥' 등 세 종류 칩을 통해 의사소통 복구와 시력 회복, 파킨슨병 치료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서동진 사장은 4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계로,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 머스크와 함께 뉴럴링크를 공동 창업한 8명 중 유일하게 남아 현재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