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특히 관계 파탄 과정에서 감정적 충돌과 결합될 경우, 촬영물은 곧바로 협박과 강요의 도구로 전환된다. “유포하겠다”는 말 한마디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상대의 삶 전체를 통제하는 현실적 위협으로 작동한다. 이에 대응하여 성폭력처벌법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행위를 별도의 구성요건으로 분리하여 단순한 갈등의 부산물이 아닌 독자적 침해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형법상 협박죄나 강요죄로는 디지털 촬영물이 가지는 무한 복제성과 유포의 영구성,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의 구조적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2020년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촬영물이용협박·강요죄)을 신설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협박은 1년 이상, 강요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하한형이 설정되었으며, 벌금형이 배제된 점에서 그 불법성의 중대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더 나아가 2024년에는 촬영물이용협박·강요죄의 객체로 편집물(딥페이크 등)도 포함시켰고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이용 협박·강요죄”를 별도로 신설하여,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가중된 처벌 체계가 구축되었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입법자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선 촬영물의 실재성이 요구된다. 촬영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 이를 빌미로 협박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형법의 단순 협박죄로 평가된다.(서울고등법원 2023노2371 판결)이는 ‘이용’과 ‘기망’을 구별하여 처벌 범위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다.
촬영물의 현재 소지 여부는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과거에 촬영물이 존재하였다면, 협박 당시 이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존재를 전제로 공포심을 유발한 이상 본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2023도17896) 이는 “이미 삭제하였다”는 항변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촬영물의 잠재적 유포 가능성 자체를 법적 위험으로 평가한 것이다.
한편 촬영물은 피해자 본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은 타인의 사진을 피해자의 것인 양 제시하며 협박한 경우 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2024도14039) 본죄의 보호법익이 촬영 대상자인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단이다.
이와 같은 판례 법리는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죄의 적용 범위를 엄격히 한정하면서도, 일단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중대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면 유포 위험성과 2차 피해 가능성으로 구속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금전 요구가 결합되는 경우 촬영물이용강요죄와 공갈죄가 병합되어 처벌 수위는 더욱 가중된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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