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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베트남 아연도금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검토… 오는 20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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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베트남 아연도금강판 반덤핑 조사 착수 검토… 오는 20일 결정

호주 ADC, 4개 HS코드 신청 접수… 포스코·현대제철 직격탄 우려
미국·튀르키예·말레이시아 이어 호주까지… 한국산 철강 포위망 사면초가
호주 반덤핑위원회(ADC)는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베트남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을 공식 접수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반덤핑위원회(ADC)는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베트남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을 공식 접수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산 저가 철강이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드는 사이, 한국산 아연도금강판을 향한 반덤핑 포위망이 이번엔 남반구에서도 조여들고 있다.

호주 반덤핑위원회(ADC)는 지난 7일(현지시각) 한국·베트남산 아연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을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관영 통신사 바오틴떡(Bao Tin Tuc)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이 사실을 보도했다. 호주 관세법에 따라 조사 개시 여부는 오는 20일까지 최종 결정된다.
미국·튀르키예·말레이시아에 이어 호주까지 전선이 확대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또 하나의 무역 분쟁 리스크에 직면했다.

건물·가전·자동차 핵심 소재 4개 품목 동시 겨냥


이번 조사 신청 대상은 관세번호(HS코드) 7210.49.00, 7212.30.00, 7225.92.00, 7226.99.00에 해당하는 아연도금강판이다. 아연도금강판은 표면에 아연을 입혀 부식을 차단한 가공 철강재로, 건축 외장재·가전제품 케이싱·자동차 차체 외판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쓰이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호주 ADC가 신청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호주 국내 철강 제조사의 거듭된 문제 제기가 있다.

올해 2월 공개된 ADC 공개기록(ADN 2026/027)에 따르면, 호주 국내 철강 생산업체는 "한국과 베트남산 아연도금강판이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호주 국내 동종 제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밑돌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가격 하락 압박과 이익 억제를 동시에 겪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반덤핑 조치가 없으면 한국·베트남 수출업체들이 호주 시장 점유율을 더욱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베트남 산업통상부 무역구제처는 이번 사안을 공개하면서 수출 기업들에게 관세번호별 수출 실적과 생산 원가 자료를 우선 점검하고, 반덤핑 전문 국제 법률 자문사 선임 여부도 미리 검토하도록 촉구했다. 무역구제처는 "일찍부터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수출 기업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4개국 동시다발 규제… '반덤핑 도미노' 현실화하나


호주의 이번 움직임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최근 1년여 사이 주요 철강 수입국들이 한국산 아연도금강판을 집중겨냥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올해 3월 튀르키예 무역부는 한·중국산 냉연 아연도금강판에 대해 덤핑 행위를 확인하고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현대제철에 12.90%, 포스코에 10.48%의 관세가 각각 부과됐다.

지난해 2월에는 말레이시아 투자산업통상부(MITI)가 중국·한국·베트남산 아연도금강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24년 9월 스틸 다이나믹스(Steel Dynamics)·뉴코(Nucor)·US스틸(US Steel) 등이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의 내식성(耐蝕性)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신청했으며, 미 상무부가 산정한 한국산 예비 덤핑 마진은 45.50~51.35% 수준이었다.

베트남산에는 무려 158.83%의 마진이 적용됐다. 호주 역시 올해 1월 가공 구조용 철강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바 있어, 철강 수입 규제를 전방위로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 가고 있다.

코트라(KOTRA) 무역통계에 따르면, 공개된 가장 최근 연간 통계인 2023년 기준 한국의 대호주 철강·철강 제품 수출은 전년 대비 34.3% 급감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반덤핑 조사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회복세에 추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보호무역 도미노'가 아·태 지역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는 20일 호주 ADC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호주 수출 기업들의 가격 전략도 빠르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리는 구조 전환 없이는 반덤핑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연도금강판을 둘러싼 무역 분쟁이 동시다발로 터지는 지금, 수출선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다가오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