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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 가격, 8년 만에 최고가… ‘식료품 인플레이션’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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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타치오 가격, 8년 만에 최고가… ‘식료품 인플레이션’ 오나

전쟁·물류난·수요 폭증 3중고에 1파운드당 4.57달러… 공급망 붕괴
'두바이 초콜릿' 열풍에 수요 정점… 글로벌 식품업계 레시피 수정 비상
이란산 수출 마비로 대체재 품귀… 하반기 디저트 단가 상승 압박 증폭
이란 전쟁 여파로 피스타치오 가격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 여파로 피스타치오 가격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완화를 기대한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견과류 쇼크'라는 찬물이 끼얹어졌다. 세계 피스타치오 공급의 20%를 담당한 핵심축 이란의 전쟁 격화로 , 단순한 기공급이 차단되면서 기호식품을 넘어 디저트·음료 산업 전반을 지탱하던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이란 전쟁 여파로 피스타치오 가격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식품 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급 불균형 심화… 1파운드당 4.57달러 돌파의 경제적 파급 효과


시장조사업체 엑스파나(Expana)의 3월 벤치마크 가격에 따르면, 미국산 피스타치오 가격은 1파운드(약 453g)당 4.57달러를 기록하며 2018년 5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이는 2023년 말과 비교해 불과 2년 사이 약 30%가량 급등한 수치다.
가격 폭등의 배경에는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작용한 강력한 하방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세계 2위 생산국인 이란(점유율 약 20%)의 물류망 붕괴가 결정적이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주요 해운사들이 중동행 신규 화물 예약을 전면 중단하면서, 이란산 피스타치오의 글로벌 시장 진입이 원천 차단됐다.

엑스파나의 닉 모스 분석가는 "지난해 작황 부진에 이어 전쟁이라는 블랙 스완이 겹치면서 가용 재고가 임계점 아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쏘아 올린 수요 폭증과 공급망의 한계


이번 사태가 유독 뼈아픈 이유는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에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말 SNS를 강타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피스타치오를 사치재에서 필수 식재료로 격상시켰다.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피스타치오 베이스 디저트 소비가 급증했고, 스타벅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메뉴 대중화가 수요 화력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산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 생산의 40%를 담당하는 미국산 제품으로 수요가 쏠리는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물량이 사라지면 미국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며 "이미 국내 수입 단가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하반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 '레시피 수정' 고심… 하반기 푸드플레이션 전망


원재료 가격 상승은 결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레시피 변경으로 이어진다. 크라운 포인트(Crown Point Ltd.)의 규아나 란잔 다스 부장은 "제조사들이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피스타치오 함량을 낮추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몬드 등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맛의 변질'이나 '용량 감소'라는 간접적 가격 인상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피스타치오는 단순한 견과류를 넘어 중동발 인플레이션의 전이 경로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이어 식료품 가격까지 들썩이는 '복합 위기'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소한 풍미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피스타치오가 이제는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명하는 가장 값비싼 지표가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