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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글로벌 체납 추격전 - 국경을 넘은 조세 정의 실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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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글로벌 체납 추격전 - 국경을 넘은 조세 정의 실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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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건너 도망치면 끝일 줄 알았던 악의적 체납자들의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 대한민국 국세청 직원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숨겨진 체납 세금을 찾아내는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속 특수 요원들처럼, 끈질긴 추적과 치밀한 국제 공조를 통해 국가 재정을 수호하는 국세청 직원들의 짜릿한 모험담을 파헤쳐 본다.

지난해 7월 임광현 국세청장의 취임과 함께 해외 은닉 재산 추적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조세 정의 실현'과 '국가 재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은 가용한 세정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금 '먹튀' 등 반칙 행위자들을 정조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근 9개월 동안 3개국 과세당국과 공조해 무려 5건, 339억 원에 이르는 체납 세금을 환수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는 2015년 이후 18개국과 공조해 거둔 총 실적 24건, 372억 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과다. 현재 해외에서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인 건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해, 향후 수백억 원의 추가 징수가 예상된다.

국세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 세계 과세당국과 맺은 광범위한 정보 네트워크다. 매년 119개국과 금융 정보를 자동 교환하며 대량의 자료 속에서 체납자와 그들의 금융 자산을 정확히 식별해 낸다. 또한, 163개 국가와 개별 이슈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다수 체납자를 묶어 해외 부동산 의심 국가에 일괄 조회하는 등 은닉 재산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체납자의 해외 재산을 포착하면, 해당 국가 과세당국에 압류와 추심을 대신 요청하는 '징수 공조'를 펼친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실무 협정(MOU)을 체결해 이 절차의 신속성을 크게 높였다.
결과 해외 추적을 통해 환수한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업가의 해외 파산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국세청이미지 확대보기
국세청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업가의 해외 파산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고액 연봉을 챙기고 세금 신고 없이 해외 리그로 '먹튀'한 외국인 선수 사례다. 국세청은 선수의 본국 과세당국에 연락해 재산 내역을 샅샅이 파악했고, 징수 공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선수는 결국 국내 대리인을 통해 세금을 자진 납부했다.

차명으로 여러 해외 사업체를 운영하며 조세를 회피한 내국인 체납자 사례도 찾아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실질 지배하는 해외 법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는 묘수를 두었다. 이후 치밀한 정보 분석으로 제3국에 숨겨둔 예금계좌를 찾아냈고, 불복하는 체납자의 저항을 이겨내며 상대국을 설득해 예금 전액을 추심해 냈다.

사상 최초로 '해외 파산 재판'에도 참전했다. 수백억 원을 체납하고 명단까지 공개됐으나 몰래 해외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인 뻔뻔한 체납자 때문이었다. 국세청은 그의 현지 법인이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966년 개청 이래 사상 최초로 외국 파산 사건에 직접 뛰어들었다. 현지 파산 전문 로펌을 선임해 재판에 참석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확정 채권자 지위를 확보하고 잔여재산 배분에 참여하고 있다.
국세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세청은 다가오는 2027년부터 56개국과 해외 거래소의 가상자산 내역을 교환하고, 2030년부터는 해외 부동산 현황도 상호 교환할 방침이다.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체납자들이 전 세계 어디에도 발 붙일 수 없도록 만드는 국세청의 위대한 추격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조세 정의가 완벽히 실현되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의 국고 수호자들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 국세를 받아내겠다는 국세청에게 박수를 보낸다.

절세미인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