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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파트 물안개 냉방, 한국 폭염 대책에도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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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파트 물안개 냉방, 한국 폭염 대책에도 맞을까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효과 제한적
쿨링포그·스마트그늘막·쿨링로드 등
국내 도시 냉각시설은 ‘조건 맞춤형’으로 가야
중국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미스트 냉각시스템. 물안개가 증발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한국 도시 적용에는 습도와 수질 관리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자료=Wildheart 페이스북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미스트 냉각시스템. 물안개가 증발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한국 도시 적용에는 습도와 수질 관리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자료=Wildheart 페이스북 화면 캡처
중국의 한 아파트 단지 위로 물안개가 번진다.

건물 옥상과 단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물방울은 바닥에 닿기 전 공기 중에서 증발했다. 화면은 낯설었지만 원리는 오래됐다. 물이 증발할 때 주변 열을 빼앗는 증발냉각이다.

최근 중국 일부 주거단지와 공공공간에서 이 방식의 미스트 냉각시스템이 폭염 대응 시설로 확산되며 해외 매체에도 소개됐다. 일부 보도는 주변 온도를 3~6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도시에도 이 방식이 맞을까.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물안개는 공기 온도를 낮출 수 있지만 습도를 함께 올린다. 장마철 전후처럼 상대습도가 낮은 날에는 체감 효과가 비교적 뚜렷할 수 있다.

반대로 7~8월 고온다습한 날씨에서는 물방울이 충분히 증발하지 못하거나, 온도는 조금 낮아져도 습한 느낌이 커질 수 있다.

한국형 폭염저감시설은 물을 뿌리는 장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설치 위치, 작동 시간, 습도 조건, 수질 관리가 함께 맞아야 한다.

온도는 낮추지만 습도는 올린다


미스트 냉각의 핵심은 작은 물방울이다.

고압 노즐이 물을 잘게 쪼개 공기 중으로 뿌리면 물방울은 증발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한다. 뜨거운 공기에서 열을 빼앗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온도가 낮아진다. 사막이나 건조한 지역에서 증발냉각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실외 미스트 냉각 연구도 이 원리를 확인한다.

2024년 발표된 실외 미스트 시스템 연구에서는 주변 공기 온도가 2.4~4.9도 낮아졌지만 상대습도는 17.1~17.8%포인트 높아졌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공기 온도는 약 3도 낮아졌지만 상대습도는 23% 이상 증가했다.

이 수치는 한국 도시에 중요한 조건을 던진다.

기상청 기후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월별 평균습도는 7~8월에 78~79%로 높고, 3~4월에는 59~60% 수준으로 낮다. 장마는 통상 6월 중하순 제주에서 시작해 남부와 중부로 올라오고, 기간도 한 달 안팎 이어진다.

따라서 미스트 냉각은 한국에서 “항상 잘 듣는 야외 에어컨”으로 보기 어렵다. 장마 전 건조한 폭염, 장마 뒤 습도가 잠시 낮아진 폭염, 그늘과 바람이 있는 보행공간에서는 효과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습도가 높은 장마철 도심, 바람이 약한 밀폐형 보행로, 사람이 오래 머무는 좁은 공간에서는 불쾌감과 위생 문제가 함께 커질 수 있다.

한국 도시는 이미 물안개를 쓰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택시 승강장에서 쿨링포그가 작동하고 있다. 한국 도시에서도 광장·공원·보행로·승강장 등을 중심으로 물안개 냉각시설이 활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택시 승강장에서 쿨링포그가 작동하고 있다. 한국 도시에서도 광장·공원·보행로·승강장 등을 중심으로 물안개 냉각시설이 활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사례가 새로워 보이지만, 한국 도시도 이미 비슷한 시설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가 쿨링 포그다. 광장, 공원, 보행로, 버스정류장 주변에 미세 물안개를 뿌려 보행자가 느끼는 열기를 낮추는 방식이다.

한국 도시도 이미 여러 형태의 폭염 저감시설을 쓰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무더위쉼터 운영과 함께 공원 등 야외 쉼터에 그늘막, 쿨링포그, 음수대 같은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야외 냉방쉼터, 차양형 그늘막, 쿨링포그, 쿨링로드, 쿨루프, 도로 물청소를 묶어 폭염에 대응하고 있다.

부산은 무더위쉼터 1,500곳과 폭염저감시설 4,200곳을 운영하고, 대구는 스마트그늘막·쿨링포그·바닥분수와 함께 주요 도로의 클린로드를 가동한다.

인천은 그늘막·스마트쉼터·쿨링포그 등 폭염저감시설을 4,590곳으로 확대 운영하고, 광주도 그늘막·쿨링포그·버스정류장 냉각의자·살수차를 함께 쓰고 있다.

지역마다 이름과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그늘을 만들고, 물을 뿌리고, 도로와 지붕의 열을 낮추고, 시민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쿨링포그 외에도 한국 도시의 폭염저감시설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가장 익숙한 시설은 그늘막이다.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주변에 설치돼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직사광선을 피하게 한다. 최근에는 기온, 바람, 일사량에 따라 자동으로 접히고 펴지는 스마트그늘막도 늘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 설치된 스마트그늘막. 기상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폭염저감시설로, 시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울주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울주군에 설치된 스마트그늘막. 기상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폭염저감시설로, 시민들이 생활권 안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울주군/연합뉴스


도로에는 쿨링로드가 있다. 지하수나 재이용수를 도로 표면에 흘려 아스팔트 열기를 낮추는 방식이다. 살수차 물청소도 같은 계열의 대응이다. 표면온도가 높은 포장면을 식히고 도로 먼지를 줄이는 효과를 함께 노린다.

건물 쪽에서는 쿨루프가 쓰인다. 지붕에 태양광 반사율이 높은 도료를 칠해 표면온도와 실내 냉방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공원과 학교, 공공시설에는 나무그늘, 차양막, 물놀이형 바닥분수, 실내 무더위쉼터가 결합된다.

한국의 폭염 대응은 이미 하나의 장치가 아니라 여러 시설을 겹쳐 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울산 동구 도심 도로에서 살수차가 폭염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를 식히고 있다. 국내 지자체들은 쿨링포그와 그늘막, 도로 살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권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진=울산 동구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동구 도심 도로에서 살수차가 폭염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를 식히고 있다. 국내 지자체들은 쿨링포그와 그늘막, 도로 살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권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진=울산 동구


고온다습한 한국에서는 ‘물안개만’으로 부족하다


미스트 냉각은 장점이 분명하다.

설치 공간이 비교적 작고, 시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에어컨처럼 실외기 열을 밖으로 내뿜지 않는다. 잘 설계하면 광장, 공원, 산책로, 대기줄, 버스 환승 지점처럼 짧게 머무는 공간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첫째는 습도다.

한국 여름의 높은 습도에서는 물방울 증발이 느려질 수 있다. 이때는 온도 저감 효과가 줄고, 시민은 시원함보다 끈적함을 먼저 느낄 수 있다. 특히 장마 기간에는 비와 습기가 이미 많기 때문에 미스트 가동 기준을 세밀하게 잡아야 한다.

둘째는 바람이다.

바람이 강하면 물안개가 원하는 지점에 머물지 못한다. 바람이 너무 약하면 물방울이 주변에 고여 습도를 높인다. 노즐 높이, 분사 방향, 물방울 크기, 작동 간격이 현장 조건과 맞아야 한다.

셋째는 물 관리다.

미세 물방울은 사람이 직접 들이마실 수 있는 형태로 퍼진다. 물탱크, 배관, 노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수질 신뢰가 떨어진다.

질병관리청은 레지오넬라증 감염원이 냉각탑, 건물 급수시설, 온천, 가습기 등 에어로졸 발생 시설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쿨링포그를 불안한 시설로 몰아갈 필요는 없지만, 정기 세척과 수질 점검은 필수 조건이다.

넷째는 운영시간이다.

폭염저감시설은 낮에만 예쁘게 작동해서는 부족하다. 실제 더위가 몰리는 오후 2~5시, 퇴근길, 열대야가 이어지는 저녁 시간대에 작동해야 시민 체감도가 높아진다.

올해 기상청은 폭염특보 체계를 개편해 열대야특보를 새로 도입했다. 야간 열 스트레스까지 폭염 대응의 범위에 들어온 것이다.

미스트 냉각시설은 미세 물방울이 증발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체감온도를 낮춘다. 다만 한국처럼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습도, 바람, 수질 관리, 작동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AI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미스트 냉각시설은 미세 물방울이 증발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체감온도를 낮춘다. 다만 한국처럼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습도, 바람, 수질 관리, 작동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진=AI생성


한국형 냉각시설은 ‘장소별 조합’이 답이다


중국 아파트 미스트 냉각시스템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기술 자체보다 적용 방식에 있다.

한국 도시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조건이 다르다. 광장은 넓고 뜨겁다. 버스정류장은 짧게 머문다. 공원은 체류 시간이 길다. 전통시장과 골목은 통풍이 약하다. 산업단지 보행로는 그늘이 부족하고, 학교 주변과 어린이공원은 취약 이용자가 많다.

광장과 보행로에는 쿨링포그와 그늘막을 결합하는 방식이 맞다. 버스정류장에는 스마트쉼터나 차양형 그늘막이 더 직접적이다.

도로와 교차로 주변에는 쿨링로드와 살수, 가로수 그늘이 함께 가야 한다. 오래 머무는 공원에는 물안개보다 그늘, 벤치, 음수대, 화장실, 실내 대피공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건물 밀집지역에는 쿨루프와 차열포장, 녹지 그늘이 필요하다. 물을 뿌리는 시설은 순간 냉각에 강하지만, 도시 전체의 열을 낮추려면 지붕과 도로, 벽면, 그늘, 바람길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한국형 폭염저감시설의 기준은 “무엇을 설치했는가”보다 “어디서, 언제, 누구에게 작동하는가”다.

물안개는 답의 일부일 뿐이다


중국 아파트 단지를 뒤덮은 물안개는 강렬한 장면이다.

하지만 한국의 폭염 대책은 장면보다 조건을 봐야 한다. 미스트 냉각은 습도가 낮고 바람 흐름이 맞는 공간에서는 빠른 체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장마철처럼 고온다습한 날에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고, 수질과 관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시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국 도시는 이미 쿨링포그, 스마트그늘막, 쿨링로드, 쿨루프, 무더위쉼터, 도로 물청소, 도시숲을 함께 쓰고 있다. 다음 단계는 시설을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습도 조건에 따른 가동 기준, 야간 운영, 수질 관리, 고장 신고, 유지비, 취약 시민 접근성을 함께 정해야 한다.

물안개는 도시를 잠시 식힐 수 있다.

그러나 폭염을 견디게 하는 힘은 물안개 하나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국의 여름에는 그늘과 바람, 물, 냉방 쉼터, 지붕과 도로의 열 관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중국의 미스트 냉각시스템은 한국 도시가 폭염저감시설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