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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울산서 만들고 요금은 전국 동일…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울산에 무엇이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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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는 울산서 만들고 요금은 전국 동일…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울산에 무엇이 달라지나

산업용 요금부터 지역 차등 추진…울산은 전국 5개 권역 구분 요구
울산 제조업 전기료 1원 낮아지면 연간 270억원 절감 효과
높은 전력자급률만으로 요금 결정 어려워…송전비·발전원가 함께 반영해야
산 남구 울산GPS 가스복합발전소 전경. 울산은 지역 소비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지만 기업과 가정에는 전국과 같은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된다. 사진=SK가스이미지 확대보기
산 남구 울산GPS 가스복합발전소 전경. 울산은 지역 소비량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지만 기업과 가정에는 전국과 같은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된다. 사진=SK가스
울산은 2024년 3만3,015G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지역에서 사용한 전력보다 3.4% 많았다. 2025년 1~7월 전력자급률은 111.1%까지 높아졌다. 전기를 쓰고도 남긴 셈이다.

그러나 울산의 자동차·조선·석유화학 공장은 수도권 기업과 같은 지역 요금표를 적용받는다. 전압과 계절, 시간대, 계약종별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전기를 생산한 지역과 소비한 지역은 구분하지 않는다.

정부는 비수도권 첨단산업과 AI 데이터센터에 경쟁력 있는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전국을 영남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별 발전단가와 송·배전 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울산 산업계는 전력비 절감 효과를 먼저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높은 전력자급률만으로 낮은 요금이 자동 결정되지는 않는다.

적용 대상이 산업용에 머물지, 가정용까지 확대될지에 따라 기업과 시민의 체감도 달라진다.

울산 제조업 전기료 1원 차이에 연 270억원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효과는 kWh당 몇 원의 차이에서 시작한다. 기업 한 곳의 고지서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도시 전체로 넓히면 금액이 커진다.

연간 자료를 기준으로 울산의 전력소비량은 약 32.9TWh다. 이 가운데 제조업이 약 27TWh로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대규모 생산시설이 집중된 산업구조가 반영된 수치다.

울산 제조업의 연간 전력사용량 27TWh에 요금 차이를 단순 적용하면 kWh당 1원이 낮아질 때 부담은 약 270억원 줄어든다. 5원이면 1,350억원, 10원이면 2,700억원이다.

울산 제조업 전체 사용량에 같은 인하 폭이 적용된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실제 절감액은 기업별 전압과 시간대, 계약전력, 계절별 사용량, 요금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전기료 비중이 큰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배터리 소재 기업에는 1원의 차이도 생산원가와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설비를 24시간 가동해 입지 선정 단계부터 전력공급 용량과 가격을 함께 따진다.

울산시가 차등요금제를 기업 유치 정책과 연결하는 배경이다.

울산 남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이 밀집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다. 사진=울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남구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이 밀집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이다. 사진=울산시


시민 전기료부터 내려가는 구조는 아니다


정부가 우선 검토하는 대상은 산업용 전기다. 비수도권 첨단산업과 AI 데이터센터에 경쟁력 있는 요금을 적용해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향이다.

울산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더라도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가 곧바로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가정용까지 확대될 경우 체감액은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요금이 kWh당 10원 낮아지고 한 가구가 한 달에 400kWh를 쓴다고 가정하면 전력량요금은 월 4000원 줄어든다.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 기후환경요금 등은 별도로 계산된다.

산업용부터 적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공장과 데이터센터는 요금 차이에 따라 생산시설 입지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가정은 전기료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주소를 옮기기 어렵다.

정부는 기업과 전력 수요를 발전지역으로 유도하는 가격 신호를 먼저 만들려는 것이다.

전력자급률 100%가 곧 최저요금은 아니다


전력자급률은 한 지역의 연간 발전량을 연간 소비량으로 나눈 값이다. 100%를 넘으면 1년 동안 사용한 양보다 생산한 양이 많았다는 뜻이다.

공개된 집계에서 울산의 전력자급률은 2024년 103.4%였다. 같은 해 12월 1,212MW급 울산GPS 가스복합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2025년 1~7월에는 111.1%로 높아졌다. 울산GPS 가동이 지역 발전량 증가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하지만 전력자급률 하나로 요금을 정하면 또 다른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전력은 전국 계통에서 실시간으로 섞여 흐른다. 울산에서 생산된 전기가 모두 울산 공장으로 들어가고 남은 전기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아니다.

발전소의 운전 상태와 시간대별 수요, 송전망 혼잡, 계통 안정성에 따라 전력 흐름이 달라진다.

발전량이 많아도 수요지까지 보내는 송전망이 막혀 있거나 발전단가가 높으면 공급비용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전력자급률이 낮아도 인접 지역에서 짧은 거리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송전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차등요금제에는 전력자급률과 함께 송전거리, 송·배전망 건설비, 전력 손실, 계통 혼잡, 발전원별 비용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별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이 요구한 ‘5개 권역’이 중요한 이유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효과는 전국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수도권·비수도권·제주 등 세 구역으로만 구분하면 울산과 경북, 충남, 전남처럼 발전량이 많은 지역의 특성이 ‘비수도권’이라는 하나의 평균에 묻힐 수 있다. 전력 생산이 적은 대구·대전·광주도 같은 비수도권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울산시는 수도권·강원권·충청권·영남권·호남·제주권 등 5개 권역으로 세분화하고, 지역에 설치된 발전원의 평균 발전단가를 총괄원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영남권 안에서도 전력 사정은 다르다.

경북은 원전 발전량이 많고 울산은 원전과 가스복합발전, 산업체 자가발전을 함께 갖췄다. 대구는 발전량이 적다. 영남권을 하나로 묶으면 울산과 경북의 높은 자급률이 다른 지역의 부족분과 평균화될 수 있다.

권역을 잘게 나눌수록 발전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쉽지만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은 커진다. 행정구역보다 실제 전력망의 흐름과 변전소·송전선로의 연결 구조를 기준으로 권역을 설계해야 한다.

발전소 부담을 요금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발전지역은 전력 생산의 이익과 부담을 함께 떠안는다.

원전과 화력발전소 주변 주민은 사고 위험과 대기오염, 온배수,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재산권 부담을 감수한다. 수도권은 전기를 소비하면서 발전시설과 송전망의 상당 부분을 다른 지역에 의존한다.

울산화력 기력발전소(왼쪽)와 울주군 새울 3·4호기. 발전지역은 전력 생산과 함께 환경·안전·송전시설에 따른 부담을 감당한다. 사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이미지 확대보기
울산화력 기력발전소(왼쪽)와 울주군 새울 3·4호기. 발전지역은 전력 생산과 함께 환경·안전·송전시설에 따른 부담을 감당한다. 사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


지역별 요금제는 이 비용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발전지역에 대한 보상 성격을 갖는다. 전기를 멀리 보내는 비용을 소비지역이 더 부담하도록 하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자급률만 높으면 요금을 낮추는 방식은 화석연료 발전을 많이 보유한 지역에도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다. 울산의 발전량 가운데 가스복합발전 비중이 커지는 만큼 탄소배출 비용과 연료가격 변동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까운 산업체가 소비할 때 추가 혜택을 주는 방식도 필요하다.

전기 생산량뿐 아니라 생산 방식과 송전망 절감 효과까지 가격에 담아야 한다.

해외도 지역마다 전력가격이 다르다


지역별 전력가격은 해외 전력시장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전력시장은 발전비와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 송전망 혼잡을 반영해 지점별 지역한계가격을 산정한다. 같은 시간에도 전력이 남는 지역과 부족한 지역의 도매가격이 달라진다.

호주의 국가전력시장은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등 5개 지역으로 운영된다. 전력 수급과 지역 간 송전 제약을 반영해 5분 단위로 전력을 배분하고 가격을 계산한다.

영국도 가정용 전기요금의 단가와 기본요금이 지역마다 다르다. 지역별 인구와 사용량, 전력망 건설·개선 비용 등이 기본요금 산정에 반영된다. 발전소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요금 전체가 낮아지는 방식은 아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가격 차이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에서 전기가 부족했고 송전망이 얼마나 혼잡했는지, 망 사용료가 왜 달라졌는지를 소비자와 시장 참여자가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유치용 할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울산에 새로운 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제조업 전기료가 kWh당 몇 원만 낮아져도 연간 절감액은 수백억~수천억 원으로 커진다.

AI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수소, 전기분해 설비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격만 낮추면 기존 대기업의 비용 절감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 요금 혜택을 지역 투자와 고용,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 감축과 연결해야 한다.

중소 협력업체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 전압과 계약전력 기준도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확정해야 할 핵심은 권역을 어디까지 나눌지, 어떤 비용을 산정식에 넣을지, 산업용에서 가정용까지 어떻게 확대할지다.

울산은 전기를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도시다. 제조업 전력사용량 기준으로 kWh당 1원의 차이는 연간 270억원이다. 전기요금의 작은 숫자가 공장 원가와 기업 입지, 지역 세수와 일자리로 이어진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성패는 울산의 전기료가 서울보다 몇 원 싼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발전지역이 감당한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고, 절감된 송전비용을 지역 산업과 시민에게 어떻게 돌려줄지가 핵심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