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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의 '배움, 춤이 되다', 처용무의 교육미학과 렉처 퍼포먼스의 수행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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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의 '배움, 춤이 되다', 처용무의 교육미학과 렉처 퍼포먼스의 수행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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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렉처러 설자영)
7월 18일 포이동 M극장의 2026 ‘레퍼토리로 보는 한국춤 교육적 가치 찾기 Ⅲ’,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는 공연과 강연의 경계를 오가는 렉처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통춤의 교육적 가치를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끈다. 2023년과 2025년에 이어 세 번째를 맞은 이번 시리즈는 한국춤 레퍼토리를 전승의 대상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오늘의 교육 담론 속에서 다시 읽어내려는 지속적인 실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통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지금 다시 ‘처용무’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은 한국춤의 현재성을 묻는 비평적 실험이기도 했다.

'배움, 춤이 되다'는 ‘처용무’(處容舞)를 교본이자 미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몸을 통해 마음을 배우고, 관계로 성장하며, 삶으로 완성되는 춤의 교육’을 지향한다. 작품은 오방처용무(五方處容舞), 관용(寬容), 벽사진경(辟邪進慶), 상생(相生)의 네 개의 장(場)을 따라 몸 수련이 인격 형성과 공동체적 관계 맺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임을 제시한다. 강연은 설자영 안무가(선화예고 무용부장, Suljayoung Arts Group 예술감독)가 맡아 공연과 해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였다. 공연은 춤의 생성 과정을 함께 사유하는 열린 구조로, 렉처 퍼포먼스의 교육적 수행성을 잘 드러냈다.

설자영 안무가는 국가무형유산 ‘처용무’에 내재한 관용, ​벽사진경, ​상생의 철학을 전통적 가치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를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윤리와 인간성 회복을 위한 실천적 가치로 재맥락화하며, 춤을 인간의 마음을 성숙하게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며, 삶을 성장시키는 삶을 배우는 과정으로 제안한다. 공연 중간 진행된 출연자와의 인터뷰 역시 무용수의 신체 경험과 처용탈의 상징성을 공유함으로써 관객이 춤의 형식과 의미를 동시에 이해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러한 장치는 감상의 수동성을 해체하고 관객을 해석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수행적 장치였다.

공연은 ‘왜 춤을 배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는 곧 춤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작품은 춤을 기교나 재현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몸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확장한다. ‘처용무’가 지닌 의례성과 상징성은 이 과정에서 교육적 경험으로 전환되며, 전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인문학적 언어로 새롭게 기능한다. 팟죽빛 얼굴에 대한 신비와 기존 처용무와의 차이점을 캐다 보면, 작품은 춤을 신체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형성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위치시킨다는 결론에 이른다.
강연은 '삼국유사'의 '처용랑 망해사조'에 기록된 처용 설화를 중심으로 처용무의 역사적 기원을 풀어낸다. 역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처용이 분노나 응징을 택하는 대신 노래와 춤으로 상황을 초월하는 장면은 한국적 세계관 속에서 춤이 지닌 윤리적 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역신이 처용의 얼굴만 보아도 물러가겠다고 맹세하는 결말은 춤이 공동체의 불안을 치유하는 의례적 장치였음을 말해준다. 또레랑스(Tolérance)의 극한적인 설정과 벽사에 걸친 핏빛 쳐용설화는 춤이 감정을 표출하는 예술을 넘어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하는 문화적 장치였음을 재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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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렉처러 설자영)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관용의 춤, 출연 김청우 정현도 전수현 정찬민 류일훈)이미지 확대보기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관용의 춤, 출연 김청우 정현도 전수현 정찬민 류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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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관용의 춤, 출연 김청우 정현도 전수현 정찬민 류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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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관용의 춤, 출연 김청우 정현도 전수현 정찬민 류일훈)
인터뷰, 설자영(렉처 퍼포머)과 김청우(처용무 이수자)이미지 확대보기
인터뷰, 설자영(렉처 퍼포머)과 김청우(처용무 이수자)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이미지 확대보기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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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처용무가 담고 있는 핵심 가치는 힘의 논리가 아닌 관용의 윤리이다. ‘처용무’는 고려 시대부터 국가 행사에서 연행되었으며, 조선 궁중 정재로 정착한 처용무는 국가 의례 속에서 정치성과 종교성, 예술성을 동시에 품어온 대표적인 궁중무용이다. 안무가 설자영은 이러한 역사적 층위를 충실히 설명하면서도 전통을 현재적 삶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데 더욱 무게를 둔다. 안무가는 탈에 대한 사내의 사유를 존중한다. 전통은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살아 있는 문화이며 오늘의 삶과 교육을 비추는 언어로 읽어내며, 춤이 지닌 본질적 가치와 교육적 의미를 관객과 함께 나눈다.

무대에서 구현된 오방처용무의 조형성은 한국 춤 특유의 공간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다섯 명의 남성 무용수는 화려한 궁중 복식에 처용탈과 검은 사모, 넓은 소매의 포, 오방색 복식, 흰 버선, 검은 신을 착용한다. 동-청(靑), 서-백(白), 남-적(赤), 북-흑(黑), 중앙-황(黃)의 오방(五方)을 염두에 두고 우주 질서를 시각화하였으며, 각각의 신체는 독립된 개체이면서 동시에 전체 질서를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기능하였다. 이들의 움직임은 개인의 표현보다 공동체의 조화를 우선하는 한국춤의 집단미학을 구현하였고, 공간은 곧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는 의례의 장으로 변모하였다.

‘처용무’의 춤사위는 가면을 쓰고 추는 유일한 궁중무용의 위엄을 강조하며 느리고 장중함, 좌우 대칭, 원형 이동, 절제된 손놀림, 품위 있는 발디딤이 특징이다. 처용탈은 넓은 이마와 과장된 미소, 돌출된 눈과 검은 수염, 복숭아와 모란 장식을 통해 벽사의 상징성을 응축한다. 탈은 개인의 정체성을 지우고 공동체의 상징성을 획득하며, 익명의 신체는 의례적 몸이 된다. 절제된 손놀림과 느린 호흡, 좌우 대칭의 동선과 원형 이동은 과장된 감정 표현을 배제하고 내면의 균형과 품격을 형상화한다. 처용무의 아름다움은 동적 화려함보다 ‘절제와 비움’ 속에 생성되는 긴장감이다.

처용무의 음악도 의례성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향악 계통의 반주에 맞추어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변화하는 장단으로 의식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주요 악기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좌고, 편종, 편경 등이 사용된다. 음향은 느린 호흡 속에서 점차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공간 전체를 의식의 시간으로 전환시킨다. 춤과 음악, 복식과 공간은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미학적 구조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신체와 시간, 공간이 통합되는 한국 전통 공연예술의 총체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한국춤이 지닌 종합예술적 특성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이미지 확대보기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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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벽사진경의 춤, 출연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이미지 확대보기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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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이미지 확대보기
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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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영 총연출·안무의 '배움, 춤이 되다'(처용의 춤, 신현진 김경빈 김단아 김현정 박준섭)
공연이 끝난 뒤이미지 확대보기
공연이 끝난 뒤

처용무의 변주는 사내와 두 연인의 변주에 이른다. 불협화음의 트리오는 작은 의자의 좁은 영역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경쟁으로 번진다. 가변적 동작과 잡작스러운 눈빛을 처리하는 것은 호박빛 조명이다. 트리오는 침묵을 수용한다. 이어 현대음을 수용한 의자무가 펼쳐지고, 침묵이 떨어진다. 상생 편에 이르면 사다리를 타고 오르려는 사내가 있고, 군무(여성 셋, 남성 둘)는 하이키 조명을 받아 처용무가 해탈의 춤으로 진입하여 모두를 깨달음의 셰게로 이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용무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적극적인 관용을 견지하고 상생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오늘날 처용무는 다양한 창작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대와 조우하고 있다. 연행 시간의 재구성, 여성 무용수의 참여, 복식과 동선의 현대적 변주 등은 원형을 훼손하기보다 전통을 현재의 감각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창조적 전략이다. 설자영의 '배움, 춤이 되다'는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교육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재조명하며, 전통춤의 미래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끊임없는 해석과 재창조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은 처용무를 가르치는 무대가 아니라, 처용무를 통해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다시 배우는 하나의 미학적 실천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Suljayoung Arts Group©전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