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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도꼭지 박찬대' ... 예산 떨어지면 잠그고 추석 땐 조금 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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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도꼭지 박찬대' ... 예산 떨어지면 잠그고 추석 땐 조금 틀고

e음 캐시백 후퇴 또 후퇴···‘20%·100만 원’ 공약 반토막
기자회견엔 시장 설명만... 질문 받을 실국장은 어디에
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양훈 기자
인천시가 24일 1조1551억 원을 증액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놨다. 총예산은 17조241억 원이다. 숫자만 보면 거대한 추경이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장을 지켜본 기자들의 입장은 한 가지 의문부터 지울 수 없었다.

이 자리는 정말 ‘추가경정예산 기자회견’이었는가. 아니면 박찬대 시장의 추경 발표회였는가. 17조 원이 넘는 인천시 살림을 설명하는 자리라면 시장 혼자 정책의 큰 방향만 이야기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돈을 어디서 만들었고, 무엇을 깎았으며, 왜 깎았고, 내년에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전체 답할 예산·재정 책임자들이 기자들 앞에 서야 했다는 성토가 나온다.

특히 이번 추경에는 송도 워터프런트 조성사업 300억 원 감액 등 경제자유구역과 직접 연관된 굵직한 사업 조정까지 포함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별개의 도시가 아니다. 인천시 공식 조직도에도 경제자유구역청은 시 조직의 ‘출장소’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인천경제청을 비롯해 예산 변동의 구체적인 사정을 책임 있게 설명할 주요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수백억 원짜리 사업을 깎아놓고 담당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면 기자들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박찬대 시장 추경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박찬대 시장 추경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양훈 기자


시장이 모든 사업의 공정률과 이월 사유, 감액 배경, 향후 재원계획까지 혼자 답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더더욱 책임 있는 실·국장과 사업기관 책임자를 배석시켜야 했다. 추경 기자회견은 시장의 정치적 메시지를 듣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 세금의 이동 경로를 검증하는 자리다.

이번 추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천e음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후퇴했다는 성토가 일었다. 그리고 시장의 답변을 듣기 위함은 그만큼의 영향력 때문이다. 답변할 자신이 없었는지 2~3명의 질문만 받고 기자실에서 나가버렸다.

박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인천e음 캐시백 20%를 유지하고 월 결제 한도를 100만 원까지 확대한다고 약속했다. 당시 인수위 역시 이 공약을 ‘민생회복 100일 프로젝트’ 핵심으로 설명했다. 지방채 발행 없이 24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마련하겠다는 구상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24일 나온 현실은 달랐다. 인천시는 e음 캐시백 재개 예산으로 779억 원을 반영했다.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 동안만 10% 캐시백에 결제 한도 100만 원을 적용하고, 10월부터 연말까지는 결제 한도를 다시 50만 원으로 낮춘다. 캐시백 비율 자체도 공약 당시 20%의 절반인 10%다.
100만 원을 쓰면 20만 원을 돌려주겠다던 약속이 최대 10만 원으로 줄었고, 그것마저 추석 전 열흘뿐이다. 이후 최대 혜택은 월 5만 원이다. 정책 조정이라고 부르기에는 숫자의 차이가 너무 크다. 20%가 10%가 됐다. 100만 원 한도가 열흘짜리가 됐다.

‘100일 프로젝트’는 사실상 원안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재정 상황이 나쁘다면 바꿀 수 있다. 시장은 현실을 보고 정책을 조정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할 말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라는 무거움이 있다면 기자들의 질문을 시장이 받아야 했다.

박 시장도 이날 “예전과 똑같은 규모로 되돌리지는 못했다”라고 송구하다는 취지는 밝혔다. 이미 재정예산개혁TF에서도 지난달 민생회복 프로젝트가 “이미 후퇴됐다”는 평가가 공개적으로 나온 바 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 것은 올해가 아니다.

2027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779억 원은 올해 말까지의 처방이다. 내년도 인천e음 캐시백을 10%로 유지할 것인지, 5%로 낮출 것인지, 다시 20%로 올릴 것인지, 월 한도는 얼마인지 아직 시민이 알 수 있는 장기 운영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화폐 정책은 수도꼭지가 아니다. 예산이 떨어지면 잠그고 추석이 오면 다시 틀었다가 연말에 또 고민하는 방식이어서는 정책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추석 밥상 안주거리가 되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의심이 된다는 소리도 나온다.

인천시 예산 책임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양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시 예산 책임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양훈 기자


소상공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10% 이벤트’보다 예측 가능성이다. 박 시장은 이번 추경에서 “빚을 한 푼도 더 늘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 평가할 부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았다’와 ‘재정 문제가 해결됐다’라는 내용은 전혀 다른 말이다.

인천시는 이번 추경 재원으로 국고보조금 2874억 원, 세외수입 3740억 원, 순세계잉여금 등 1972억 원과 함께 통합관리기금 등 내부재원 3300억 원을 활용했다. 지방채 추가 발행을 하지 않아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5.0%에서 13.6%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부기금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인천시가 보유한 내부 재정 여력을 당겨 쓰는 것이다. 더욱이 세출 구조조정 2114억 원에는 송도 워터프런트 300억 원 등 연내 집행이 어렵거나 사업 시기가 조정된 대형 투자사업도 들어 있다.

사업 자체가 없어져서 영원히 절감되는 예산과 올해 집행하지 못해 내년으로 넘기는 예산은 구별해야 한다. 올해 장부에서 300억 원을 빼냈다고 그 돈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7년 이후 다시 투입해야 한다면 이는 ‘절감’이 아니라 ‘시간 이동’에 가깝다.

그래서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 많은 책임자가 나왔어야 했다. 송도 워터프런트는 왜 300억 원이나 조정됐는가. 사업 일정에는 문제가 없는가. 내년에 다시 얼마가 필요한가. 경제청 전체 사업에 추가 조정 가능성은 없는가. 필수경비가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부기금 3300억 원을 사용한 뒤 재정 완충력은 얼마나 남는가다.

이런 질문은 시장의 정치적 수사만으로 답할 문제가 아니다. 해당 실·국장과 예산 책임자, 사업 책임자가 숫자를 들고 기자들 앞에 서야 답할 수 있다. 책임자가 없는 예산 설명은 설명이 아니라 발표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리핑은 유정복 전 시장과 사뭇 다른 결을 보였다.

17조 원짜리 인천시 살림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박 시장은 취임 당시 “시정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투명성은 좋은 숫자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숫자도 설명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20% 공약이 왜 10%가 됐는지, 100만 원 한도가 왜 열흘짜리로 끝나는지, 3300억 원의 내부기금을 쓴 뒤에는 무엇으로 버틸 것인지, 올해 미룬 사업비가 내년에 얼마나 되돌아오는지를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시민은 ‘신규 지방채 0원’이라는 문구 하나만 보고 시 재정이 갑자기 건강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구나 박 시장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방재정 문제를 중앙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정치적 위치까지 갖게 됐다. 그 힘은 명함에 한 줄 더 넣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방교부세를 얼마나 늘렸는지, 국가사업의 지방비 부담을 얼마나 낮췄는지, 인천에 신규 국비를 얼마나 가져왔는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재정은 말이 아니라 숫자이고, 공약 역시 박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추경은 급한 불을 끈 응급처방일 수 있다. 인천e음은 살아났다. 신규 지방채도 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반토막 난 e음 공약, 3300억 원의 내부재원 활용, 뒤로 밀린 대형 사업, 내년이 보이지 않는 재정계획이 함께 놓여 있다.

그리고 17조 원의 예산을 설명한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정작 해당 예산과 사업을 책임지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자회견은 시장의 독무대가 아니다. 예산 책임자만 발언했는데 인천을 얼마나 아는지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시민 돈을 다루는 자리라면 시장 뒤에 책임자들이 서야 했다. 예산을 깎은 사람이 왜 깎았는지 답해야 하고, 사업을 미룬 사람이 언제 다시 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기자회견이고, 그래야 책임있는 행정이다.

2027년 본예산에서도 “돈이 없다”라는 같은 설명이 반복된다면, 이번 추경은 재정개혁의 출발점이 아니라 단지 문제를 몇 달 뒤로 미뤄놓은 예산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선거 때 약속한 숫자도 기억하고, 취임 후 바뀐 숫자도 기억하고 묻는다.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가 박찬대 시정이 말하는 ‘투명한 시민주권 행정’의 시작이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