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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도시 고양 "유엔 AI 허브로 남북 평화의 심장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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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도시 고양 "유엔 AI 허브로 남북 평화의 심장 되겠다"

국회서 유치 선언식 "유엔 기구 유치해 AI 접목, 국제협력 틀 마련"
킨텍스 등 컨벤션에 호텔 추가 건립으로 숙박 교통 인프라 구축
민경선 고양시장은 이번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 선언' 을 '시민과 함께하는 도전'으로 규정했다.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민경선 고양시장은 이번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 선언' 을 '시민과 함께하는 도전'으로 규정했다. 사진=강영한 기자
25일 국회. 지역구 의원 4명과 시장, 시의장, 대학·병원 관계자, 시민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임의 이름은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 선언식'. 고양특례시가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유엔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자리다.

선언문에 담긴 문장은 짧고 단호했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 말이 아니라 제도로 보장하겠다."

한준호, 이기헌, 김영환, 김성회 의원과 민경선 시장, 김수미 시의장까지. 27일 예정된 범시민발대식의 사전행사로 열린 이날 자리는 단순한 유치 설명회를 넘어섰다. 교통·전시·산업·의료·교육 인프라를 총동원해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게 이날 행사의 목표였다.

"AI에게 물었더니 고양시를 지목했다"


발표자로 나선 고양시 관계자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에서 유엔 글로벌 AI 허브를 요청할 수 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AI에게 물었더니 고양시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시가 내세운 근거는 인프라였다.

고양시는 수도권 주요 도시를 잇는 광역교통망과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오가는 전시·컨벤션 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전시·컨벤션 시설인 킨텍스가 핵심 카드다. 축구장 필드 규모로 70m×10m 25개에 달하는 전시 공간에, 향후 확충될 전시장까지 더하면 대규모 국제회의와 글로벌 행사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엔 AI 허브가 연중 개최되는 국제회의를 치르기 위해서 회의시설뿐만 아니라 숙박과 교통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발표자의 설명이다. "이미 운영 중인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도 했다. 숙박 인프라 역시 킨텍스 주변 추가 호텔 건립 등을 통해 향후 4500실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기헌, 김영환, 김성회 의원과 민경선 시장, 김수미 시의장 등이 손피켓을 들고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이기헌, 김영환, 김성회 의원과 민경선 시장, 김수미 시의장 등이 손피켓을 들고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강영한 기자


일산테크노밸리·국립암센터·항공대까지 하나로


고양시가 그린 그림은 국제기구 유치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일산테크노밸리와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킨텍스 일대 산업 기반을 AI 산업과 연계하고, 향후 AI 팩토리와 AI 허브 단지 조성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교통·안전·환경·행정 데이터를 연계하는 방안도 나왔다.
의료·바이오 분야도 빠지지 않았다. 국립암센터의 대규모 암 관련 데이터, 동국대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명지병원의 헬스케어·정밀의료 역량이 결합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여기에 항공대 총장이 가세해 드론·UAM·반도체·AI·자율주행·항공우주 기술 연구까지 하나의 AI 산업 생태계로 묶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사람이 움직인다"…정주 지원 3단계


고양시는 국제기구가 들어선 뒤 실제 직원과 가족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킨텍스 타워 오피스와 백석동 업무시설을 저렴한 임대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주 지원은 3단계로 짜였다. 초기 정착 단계에서는 주거비와 장기체류형 숙소를 지원하고, 이후 가족 동반 장기 거주를 돕는다. 장기적으로는 국립암센터·명지병원 등과 연계한 의료·생활 서비스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조례로 제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날 고양시가 내건 '5대 약속'은 △업무공간 즉시 제공 △가족의 안정적 정주 지원 △AI 인프라와 도시 연결 △국제회의 개최 지원 △지원 조례 및 전담조직 제도화다.

'유엔 글로벌 AI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컨벤션 숙박시설 교통 등 인프라라고 고양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유엔 글로벌 AI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컨벤션 숙박시설 교통 등 인프라라고 고양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진=강영한 기자


"찬밥 더운밥 가릴 때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발언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한준호 의원은 "고양시가 한때 가졌던 자부심을 많이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고양시는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로서 정부 보고를 요청했다며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고, AI 파운드리·솔루션,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와 반도체 등을 정부 추진 사업과 접목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기현 의원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며 "국가가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에 제안한 AI 관련 사업을 고양시가 유치하기 위한 열망이 가장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AI 시대 최대 위험으로 양극화를 꼽으며 "AI를 일부 국가와 기업이 독점하지 않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대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접경지역이라 가능한 이야기"


김영환 의원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고양시는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유엔 가입 국가인 남북한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유엔 산하기구와 AI를 접목한다면 남북 평화공존과 교류의 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하나를 유치하는 차원을 넘어 동북아 평화와 국제협력이라는 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여 명 모인 국회에서 AI 허브는 고양을 일제히 외쳤다.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00여 명 모인 국회에서 "AI 허브는 고양"을 일제히 외쳤다. 사진=강영한 기자


민경선 시장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하겠다"


민경선 시장은 이번 유치 선언을 '시민과 함께하는 도전'으로 규정했다. "고양시는 준비돼 있다"면서도 "다만 시민과 함께하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언이 행정기관 주도가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먼저 제안돼 시작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 시장은 "함께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며 "고양시가 최적지라는 것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청년 스타트업과 모빌리티 산업 지원을 통해 "국제적인 규모의 스마트시티 건립은 차질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미수 고양시의회 의장 역시 "고양시의회 의원 34명 모두가 유엔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위해 함께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대학·병원도 가세'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대한민국의 큰 성과가 될 것 같다"며 제안서 작성부터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항공대의 AI 융합대학,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항공우주·양자 분야 연구 역량을 유치 전략에 연계하겠다는 뜻이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국제병원연맹 세계총회와 글로벌 AI 헬스케어 논의를 소개하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고양시는 최고의 센터이자 허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에 따른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의 허브가 고양시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히며 "추진력과 강력한 정치적 지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김성회 의원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원 의사를 전했다. 그는 유엔 글로벌 AI 허브가 AI의 안전하고 공정한 활용을 위한 국제 규칙을 논의하고, 기후·재난·의료·교육 등 인류 공동의 문제를 AI로 풀어가는 국제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허브를 대한민국에, 그리고 고양에 유치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AI 시대 국제 규범을 논의하는 무대 한가운데 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국회와 고양특례시, 107만 고양특례시민의 뜻을 담은 '유엔 글로벌 AI 허브 고양특례시 유치 선언문' 서명과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유엔 글로벌 AI 허브 유치 선언 현장. 사진=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유엔 글로벌 AI 허브 유치 선언 현장. 사진=강영한 기자


'남은 변수들'


이날 선언은 갖춰진 인프라와 의료·바이오·항공우주·AI 산업 기반을 하나의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변수도 만만찮다.

국가 공모가 구체화되면 평가는 냉혹해질 수밖에 없다. 인천시, 수원시, 용인시, 성남시, 남양주시, 시흥시, 안산시 등도 유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고양시가 제시한 인프라와 산업 기반이 실제 국제기구의 요구 조건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정부의 외교적 지원과 재정·제도적 뒷받침을 어떻게 끌어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고양시는 이날을 출발점 삼아 제안서를 구체화하고 시민사회·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정부 공모에 즉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선언이 실제 유치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고양시의 준비와 정부의 선택, 시민사회의 힘이 시험대에 올랐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