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하위 생산성…2조 6720억 공약, 무엇을 목표로 달리고 있나
청년 1만 명 유출, 산업은 나눠 맡는데 생산은 누가 책임지나
시의회 992건 자료 요구 속에서도 GRDP는 중심 의제 안돼
청년 1만 명 유출, 산업은 나눠 맡는데 생산은 누가 책임지나
시의회 992건 자료 요구 속에서도 GRDP는 중심 의제 안돼
이미지 확대보기진주의 경제를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통계청 지역소득 통계에 따르면 진주의 2023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265만 원으로 경남 시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KCB 추정소득에서는 진주시민의 월평균 소득이 경남 상위권으로 나타난다. 같은 도시에서 '시민은 돈을 버는데 생산은 남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경남 평균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경남의 1인당 GRDP는 4124만 원인 반면 진주는 2265만 원으로 1859만 원 낮다. 이 차이는 단순히 순위 하나가 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주의 산업구조와 도시의 성장 방식 자체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숫자다.
많은 시민들은 GRDP를 개인소득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만 두 지표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GRDP는 일정 기간 지역 안에서 새롭게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액이고, 개인소득은 시민이 실제 벌어들이는 돈이다. 진주에 사는 시민이 창원이나 사천의 공장에서 일하면 월급은 진주의 가계소득으로 잡히지만 생산은 근무지가 있는 도시의 GRDP에 반영된다. 결국 GRDP는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생산이 이뤄지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 GRDP의 끝은 청년이다
이 문제는 결국 청년에게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최근 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오경훈 의원은 최근 5년간 진주에서 청년 약 1만 명이 유출됐다며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여러 부서가 청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착과 취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다.
이 지적은 GRDP가 던지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진주는 대학에서 인재를 길러내는 도시에 가깝지만, 지역 안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으면 청년은 결국 다른 도시를 선택하게 된다. 교육은 진주에서 받고, 생산은 다른 도시에서 만들고, 청년은 지역을 떠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GRDP라는 숫자도 쉽게 바뀌기 어렵다.
■ 2조 6720억 공약, 생산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조규일 시장의 민선 9기 공약은 총 113개 사업, 총사업비 2조 6720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시비만 1조 4686억 원이 투입된다. 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 조성, 우주항공 생태계 구축, 강소특구 활성화, 투자유치 확대, 원도심 활성화, 교통망 확충 등 도시의 미래를 겨냥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특히 우주항공 국가산단과 기술창업 육성은 장기적으로 지역의 생산 기반을 키울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13개 공약을 종합해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GRDP 자체를 핵심 성과지표로 제시하거나, 1인당 GRDP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량 목표는 확인되지 않는다. 산업을 키우는 사업은 많지만, 그 성과를 지역 생산성으로 어떻게 연결하고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은 상대적으로 선명하지 않다.
■ 산업은 나눠 맡는데 생산은 누가 책임지나
이 지점은 시청 조직에서도 드러난다.
미래전략국 미래전략과는 우주항공과 미래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미래전략국 투자유치과는 국내외 기업 유치를 맡고 있다. 우주항공경제국 기업통상과는 기업 지원과 창업을, 우주항공경제국 일자리경제과는 일자리와 지역경제 정책을 각각 추진한다.
산업 정책은 여러 부서가 분담해 추진하는 구조지만, 조직도와 공약 체계를 함께 살펴보면 GRDP를 도시의 핵심 경제성과지표로 종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우주항공은 미래전략국이, 기업 유치는 투자유치과가, 일자리는 우주항공경제국이 각각 맡는 구조 속에서 GRDP라는 최종 성과를 어느 부서가 책임지고 관리하는지 분명하지 않은 셈이다. 사업별 추진 부서는 정해져 있지만, 지역 생산성을 대표하는 지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하는 체계는 공개된 조직도와 공약 체계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앞으로 우주항공 국가산단과 기업 유치, 기술창업 정책의 성과를 어떤 지표로 평가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 992건 자료요구가 남긴 질문
이 문제는 최근 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제276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모두 992건의 자료요구가 이뤄졌고, 청년정책과 투자유치, 우주항공산업, 재정 등 다양한 분야가 논의됐다. 그러나 992건의 자료요구 속에서도 도시의 생산성을 대표하는 GRDP는 중심 의제로 떠오르지 못했다.
미래 산업을 이야기하고 청년 유출을 걱정하면서도, 그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산업은 여러 부서가 나눠 추진하고 있는데도 도시의 생산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선은 여전히 분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GRDP는 단순한 경제 통계가 아니다. 도시 안에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고, 미래 산업이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주항공 국가산업단지와 기술창업, 투자유치 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는 결국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진주 안에 남겼는지, 그리고 그 결과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냈는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돈은 벌지만 생산은 남지 않는 도시. 진주의 GRDP에는 아직 채워야 할 빈칸이 남아 있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