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 차이를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와 찰스리버어소시에이츠(Charles River Associates) 소속 연구자들이 2026년 8월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공개한 보고서다. 연구팀이 확인하려 한 물음은 이것이다.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힌트만 주는 AI 도우미를 수학 보충수업에 넣으면 성적이 오르는가?
연구팀은 미국 테네시주 중학교 18곳에서 2024~2025학년도와 2025~2026학년도에 걸쳐 실험했다. 참여 학생은 수학 실력이 학년 수준에 못 미쳐 매일 보충수업을 듣는 6~8학년이다. 연구팀은 학교마다 학년 단위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눴다. 첫째 집단은 온라인 수학 연습 사이트인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에서 문제를 풀 때 AI 도우미 칸미고(Khanmigo)를 함께 썼다. 칸미고는 정답 대신 힌트와 되묻는 질문으로 안내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둘째 집단은 칸미고 없이 기존 방식대로 보충수업을 받았다.
먼저 성적이다. 칸미고를 쓰도록 배정된 학생들은 그러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기 말 수학시험의 전국 백분위가 학기마다 평균 1.3 높았다. 전국 학생 100명을 성적순으로 세웠을 때 순위가 1.3칸 올라가는 정도다. 성적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은 작았다. 연구팀은 이 폭이 AI 없이 같은 연습 사이트만 쓴 경우와 비슷하다고 보았다. 칸미고를 쓴 집단은 연습도 주당 약 30분 더 했다. 연구팀도 오른 성적에서 AI 도우미만의 몫은 가려낼 수 없다고 밝혔다.
메시지의 내용도 빈약했다. 학생이 보낸 메시지의 39.4%는 도우미의 질문에 설명 없이 숫자나 짧은 말로 답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소극적 참여로도, 되묻는 도우미에게 순순히 답한 결과로도 읽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수학적 질문을 하거나 풀이를 적은 메시지는 14.5%로, 일곱 개 가운데 한 개꼴이었다. 도우미는 곁에 있었지만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로 꺼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필자는 이 결과를 ‘AI 도우미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와 ‘아이가 그 도우미를 어떻게 쓰느냐’를 구분하라는 신호로 읽는다. 어른이 AI 도우미의 힌트 모드를 켜는 일은 한 번이면 끝난다. 그러나 그 힌트에 자기 말로 답하는 일은 아이가 매일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M.I.C. 원칙’을 제안한다. 도우미 앞에서 입을 닫는 아이는 학년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M.I.C.는 마이크(microphone)의 줄임말이자 세 규칙의 머리글자다. 도우미가 말하고 아이가 듣던 화면을, 아이가 마이크를 쥐고 도우미가 듣는 화면으로 뒤집자는 뜻이다. 틀린 문제에서 부르고(M), 내 말로 답하고(I), 말의 분량을 센다(C). 막힌 곳에서 힌트를 구하고, 자기 말로 생각을 설명하며, 대화 과정을 함께 살피자는 비슷한 제안은 이미 교육 현장에 있는데, 이를 가정에서 기억하고 실천하기 쉽도록 세 가지 규칙으로 묶어보았다.
M은 틀린 문제(Mistake)에서만 도우미를 부르는 규칙이다. 틀린 문제는 아이가 막힌 지점이 드러나는 때여서 힌트가 가장 쓸모 있다. 그런데 연구에서도 틀린 문제를 푼 연습 시간 가운데 도우미에게 메시지를 보낸 시간의 비율은 낮았다. 분수 덧셈 다섯 문제 중 두 문제를 틀렸다면, 그 두 문제 앞에서만 도우미를 연다. 맞힌 세 문제는 도우미 없이 넘어간다.
C는 말의 분량을 세는(Count) 규칙이다. 숙제가 끝나면 부모는 정답을 채점하는 대신 대화창을 열어 도우미와 아이 중 누가 더 많이 썼는지 본다. 도우미의 글이 길고 아이의 글이 한 줄이면, 그날 공부한 쪽은 아이가 아니라 도우미다. 이 점검은 아이를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마이크가 누구 손에 있었는지 함께 확인하는 일이다.
필자가 마이크를 아이 손에 쥐여주자고 하는 까닭은, 배움이라는 것이 아이가 자기 생각을 말로 꺼내는 순간에 깊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우미는 힌트를 건넬 수 있어도 그 힌트를 아이 자신의 생각으로 바꾸는 일은 대신 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AI를 이해하고 쓰는 능력, 곧 AI 리터러시(AI literacy)는 도구를 잘 고르고 잘 설정하는 기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구 앞에서 묻고, 답하고, 틀린 곳을 설명하는 힘까지 AI 리터러시에 속한다. AI가 더 정확해지고 더 친절해질수록 아이가 입을 열지 않고도 숙제를 끝낼 길은 넓어진다. 그런 숙제가 쌓이면 아이는 정답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해보는 경험을 잃는다.
이 이치는 외국어 회화 수업에서 가장 잘 보인다. 원어민 교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학생이 입을 열지 않으면 회화 실력은 늘지 않는다. 교사만 말하는 수업은 학생에게 듣기 시간일 뿐이다. AI 도우미는 아이에게 가장 참을성 있는 원어민 교사가 될 수 있다. 교사는 AI 도우미가 맡아도 좋지만 말은 아이가 해야 한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