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시장에는, 머지않아 비가 내릴 것 같은 명백한 징후가 나오고 있다. 세계 원유 재고가 올해 연 초 시점에서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PEC은 최근 7개월 연속 감소해 온 세계의 원유 재고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말 1배럴당 71달러(약 7만6800원)로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향후 65달러(약 7만원) 부근에서 당분간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위스 뱅킹그룹 줄리어스베어(Julius Baer)는 "원유 시장은 외형보다 취약하다"며 "그동안의 강력한 수요 증가를 공급이 빠른 속도로 따라 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계산으로는, 세계의 원유 재고는 계약 트렌드가 둔화되면서 결국 연내에 증가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IEA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12개월 동안 2억배럴 가까이 줄었다. 다만 향후 감소 속도 둔화와 함께 투자자의 인내력도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원유 재고가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물 시장에서는 미미하지만 '롱 포지션'으로 가격 상승에 베팅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롱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투자자의 인내력에 한계가 올 수 있다. 결국 매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며, 그로 인해 북해산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60달러(약 6만5000원) 밑으로 하락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다는 견해다.
스웨덴 대표 은행 SEB의 상품 전략 책임자 비야르네 실드롭(Bjarne Schieldrop)은 "OPEC이 올해 공급이 초과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나, 미국의 셰일 생산 확대 등이 모두 가격 상승 여지를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상황이 '글로벌 재고 증가와 공급 초과'로 향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