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디 교도라고 하면 단번에 이를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들은 쿠르드 소수파로 나라를 두지 않고 이라크, 이란, 시리아에 사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 IS가 이라크에서 이들을 습격해 다수를 살해하고 여성을 납치한 뒤 성노예로 매매하는 사건이 있었다. 일부가 도망갔고 IS와 싸우기 위해 군대를 편성했다. 이 여성들에게 영감을 받은 영화가 프랑스 에바 허슨 감독의 ‘걸스 오브 더 선’이다. 주인공은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이란인 여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사진)가 맡았다.
골쉬프테는 에바 감독으로부터 야디디 여성의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이 꼭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각본을 읽고 프랑스 여성이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멋진 이야기를 쓴 것에 감격했으며, 그들이 벌인 일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 중 하나이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파리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던 바하르란 여성으로 고향에서 IS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성노예가 되었지만 도망친다. 그리고 IS에 납치된 초등학생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여군의 길을 선택한다는 내용이다.
그녀는 “여성이 총을 잡고 싸웠다는 사실에 근거한 영화는 이것이 영화사에서 처음일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남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영화로 쭉 봐왔지만 여자들의 싸움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성에게는 생리가 있고, 유방이 있어 아이를 낳는다. 심리적, 신체적 차이가 전투에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강하고 약하다는 문제가 아니고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골쉬프테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로 활약한 이란의 국민적 배우다. 그런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월드 오브 라이즈’(2008년)에 출연했을 때, 공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반이란 활동을 했다고 당국에 고발되었다. 이란에서는 외국영화에 출연할 경우 이란정부 비밀기관에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녀는 이러한 강요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을 선택했으며 이후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
그녀가 영화계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이란의 명감독 아스거 팔하디와 팀을 이뤄 촬영한 영화 ‘그녀가 사라진 해변’부터다. 그녀가 연기한 새피데이는 친척과 딸의 보육원 선생님 엘리를 데리고 주말을 카스피해 리조트에서 보낸다. 하지만 엘리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즐거워야할 주말은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이란서민들의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앙금과 복잡한 인간심리를 보여준다. 필하디 감독의 주특기인 수수께끼 풀기와 같은 전개는 이 영화에서도 빛이 난다.
김경수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