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많은 어린 소녀들을 성적인 목적으로 인신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헤지펀드 경영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10일 새벽(현지시간) 뉴욕의 구치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재계 유력자와의 폭넓은 친분관계로 공판에서의 증언이 주목되고 있던 피고는 자살에 의해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법무부는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10일 아침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지만 곧바로 사망했다. 이 센터는 미국 내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구치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피고는 올해 7월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인신매매와 공모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자신의 죄를 전면부인하면서 보석을 인정받지 못한 채 구속 상태에 있었다. 한편 보석신청이 기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에 부상을 당해 의식불명이 된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이에 따라 구치소는 자살미수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자살을 막기 위해 피고인이 상시적인 감시를 받았는지는 정보가 엇갈리고 있다.
사망 전날에는 피고인이 관련된 다른 사건의 재판자료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그 중에는 영국 왕실의 앤드류 왕자가 2001년에 그의 저택에서 여성의 가슴을 만졌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영국왕실은 2015년 시점에서 이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또 내년으로 예정된 공판을 앞두고 두 사람의 목격증인을 내세울 전망이었다. 이들은 엡스타인이 자신들의 입을 막으려 거액을 지급했다고 증언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유죄로 된 경우 최장 금고 45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민주당후보로 출마하고 있는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엡스타인의 급사에 대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하면서 “그는 뭘 알고 있었나. 우리는 그것을 알고 싶다”라고 유세 처인 아이오와주에서 기자단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위법한 활동에 그 밖에 몇 명의 백만장자나 억만장자가 관련되어 있었는가. 그 정보는 엡스타인과 함께 죽은 것이 아니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대체 왜 특별보호 하에 놓여있지 않았던 것인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충분한 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관리소홀 비판의 도마에 오른 법무부
사스 의원은 “법무부는 하급직원에서 야근의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이 남자가 자살할 위험성과 그가 안고 있는 어두운 비밀은 죽지 않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 법무장관은 “심각한 의문이 다수 있어 답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그는 또 엡스타인의 급사소식에 자신과 ‘악연’이라고 말하면서 법무부 차원에서 자체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 피해자들 “단죄추궁 기회 사라졌다”분통
엡스타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피고가 공판에서 죄를 추궁 받을 기회가 사라진 것에 낙담하고 있다. 피해자 중 한명인 제나 리사 존스는 성명을 내고 “그 남자가 편한 길을 택해 달아난 것에 대해 엄청나게 화가 나고 상처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제니퍼 아라오스는 미국 CNBC에 “엡스타인은 이제 자신이 학대한 생존자와 법정에서 대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남자 때문에 상처입고, 그 상처를 평생 안고 가야 할 텐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중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는 리사 블룸 변호사는 엡스타인의 죽음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MSNBC에서 “본인이 살아서 속죄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관재인을 상대로 한 우리의 민사소송은 계속될 수 있다. 그 남자에게서 평생 손해를 본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손해배상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 남 지구 연방지검의 제프리 버먼 검사는 성명에서 엡스타인의 사망은 “피해자가 법정에 서서 발언할 기회가 이것으로 실현이 곤란하게 되어 버렸다”며 향후 사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여러분을 확실히 지지해 갈 것이고, 수사는 지금도 계속 중이다”라고 강조했다.
■ 종신형도 가능했던 엡스타인의 죄상
엡스타인은 올해 7월6일 프랑스에서 자가용 제트기로 귀국했을 때 뉴저지 주의 공항에서 체포됐다. 성적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와 같은 목적의 인신매매 공모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 소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18세 미만인 줄 알면서 성적 학대를 가하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알몸으로 마사지를 하러 끌려왔고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또 엡스타인은 피해자에게 돈을 주고 비슷한 행위를 하기 위해 다른 소녀들을 데려오게 했다고 말했다. 또 동료 등과 공모해 맨해튼 아파트와 플로리다 주 팜비치 주택에서 성 착취를 할 준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소에 대해 에 루푸스 에이지 씨는 부른 여성은 적어도 18세 이상이었다고 생각하고 성행위도 합의의 위였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2008년에도 1999~2007년에 수십 명의 미성년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사법 거래를 통해 성적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면했다. 대신 플로리다 주법에 따라 미성년자를 성매매에 권유하거나 알선했다는 형량이 비교적 가벼운 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인신매매 혐의로는 종신형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 재판에서 금고형 13개월과 성범죄자 등록의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달 다시 구속된 이후 2008년의 사법거래가 새삼 주목받으며 강력한 비판을 받게 됐다. 그 결과 사법거래를 정리한 당시 연방검사였던 알렉스 아코스타 노동 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 엡스타인의 정·재계 친분관계 살펴보니
뉴욕 출신의 엡스타인 피고는 교직을 거쳐 금융업계에 들어갔다. 체포될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앤드류 영국왕자 등 정·재계 부유층 및 유력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로 유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7월 그가 기소되자 성명을 통해 “심한 범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과거에 총 4차례 엡스타인 소유의 비행기를 타본 일이 있다”고 말하는 한편 “지난 10년 이상 그와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뉴욕 매거진에서 엡스타인 피고에 대해서 “제프리의 일은 1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는 멋진 남자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다.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대부분이 어느 쪽인가 하면 젊은 것 같다”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후에 “2012년 또는 2015년 전에 사이가 틀어졌다”며 7월 기소 이후 “나는 엡스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동안의 친분관계에 대해 물 타기를 하고 있다.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피고의 자산규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버진 아일랜드에 올라 있는 피고인 회사는 재무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엡스타인 미성년자 성 착취 수사·재판 일지
2002년: 이번 기소내용에 포함된 가장 빠른 시점에서의 혐의 제기.
2002년 10월: 트럼프가 미국 뉴욕 매거진에 엡스타인 피고에 대해서 “제프에 관한 일은 1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멋진 남자다”라고 말했다. 또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다.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대부분이 어느 쪽인가 하면 젊은 것 같다”라고 얘기.
2005년: 14세 소녀가 플로리다 주 팜비치 경찰에 피해를 신고하면서 첫 수사 시작.
2006년 5월: 엡스타인 미성년자와의 불법 성행위의 혐의로 기소. 그 해 이 사건은 연방수사국(FBI)로 이관.
2007년: 플로리다 주 연방지검 알렉스 아코스타 검사와 사법거래. 피고는 성적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하는 대신 미성년자를 포함한 성매매 알선 2건(인신매매보다 형량의 가벼운)의 죄상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
2008년 6월: 피고는 금고 13개월을 선고 받은 후 군 교도소의 별도시설에서 특별대우. 또 매주 최대 6일 동안 12시간 교도소 밖 통행을 허용. 한편으로 성범죄자로 등록.
2017년 4월: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당시 수사검사 아코스타를 노동 장관에 지명.
2018년 11월: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가 엡스타인의 사법거래 내용 및 피해를 호소하는 수십 명의 여성을 취재한 조사보고서를 발표.
2019년 7월: 엡스타인 성 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혐의로 구속 기소. 본인은 죄상을 부인. 아코스타 장관은 사임.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