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의사와 간호사, 배달기사로 일하는 이민을 재조명하는 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이 이를 시청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최전방에 서 있는 인종적 소수자(minority)가 발신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이 2분 분량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 2세, 3세들의 사람들로 ‘You Clap For Me Now’(당신들은 지금 내게 박수를 보내지만)라는 제목의 시를 한 구절씩 읽는다. 출연진 중 한 명으로 파키스탄계 영국인 코미디언 테즈 일리아스가 지난 4월 14일 트위터로 공유하자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면서 널리 전파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감염이 확산된 이후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면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 창문을 열거나 현관 앞에 서서 의료 종사자들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감염 리스크를 돌보지 않고 바이러스로부터 자신들은 구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를 나타내는 제스처다.
그러한 의료 종사자뿐 아니라 락 다운(도시 봉쇄) 아래에서도 계속 일하고 있는 슈퍼 점원이나 배달 드라이버 중에는 이민자가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입소문이 난 동영상에서는 이민자들이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수습된 후에도 모두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을까? 폭풍우가 지나가면 다시 반이민 감정이 솟구치지 않을까? 란 것이다. 이민 배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민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이민 때문에 치안이 나빠진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동영상으로 낭독되는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마침내 일어났다/당신들이 두려워했던 일이/국외에서 무엇인가가 찾아온 것이다/그리고 당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거리를 걷는 것이 안전하지 않았다/당신들을 집에 가뒀다/더러운 병이 그런 것이다/당신들이 자랑할 만한 나라가 상실됐다/그렇지만 그것은 내 탓은 아니다.”
당신들은 지금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시는 계속된다.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성원을 보낸다/당신들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나에게/당신들의 병원을 지탱하는 나에게/우리는 이국에서 온 침입자가 아닌/배달기사이며, 교사이며, 인명을 구하는 자이다.” 그리고 동영상 속 이들은 이렇게 호소한다.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지 마/여긴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고 말하 지 마”라고.
이는 모두 이민에 대해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며, 그러한 이민 배척 감정이 영국의 EU 이탈을 지지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이민간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 시를 쓴 대런 제임스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시를 쓴 대런 제임스 스미스는 “우리가 코로나19 감염증에서 해방됐을 때 사람들이 그 선입견에 찬 생각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일은 단순 노동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단정해 버리는 사고를 말한다. 우리는 나라로서 모든 인종과 백 그라운드 사람들을 환영하고 함께 일하고 살고 서로를 배려해야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동영상을 제작 편집한 사치니 임브루데냐 자신도 이민 2세다. 그의 어머니는 50년 전 스리랑카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간호사로 일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까지 들어갔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목숨을 건진 의료 종사자 중에도 이민이 포함돼 있었다. 존슨은 회복 후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이민간호사 2명의 이름을 특별히 들어 사의를 표했다.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말 위태로울 때 침대 옆에서 48시간 동안 지켜준 사람이 뉴질랜드 출신 제니와 포르투갈 출신 루이스예요”라고.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