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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 외국에 풀겠다"…1차는 인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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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 외국에 풀겠다"…1차는 인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영국에서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를 외국에 제공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히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도 코로나 백신 접종에 관해서는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했다는 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마저 ‘백신 민족주의’로 비판할 정도로 백신 입도선매에 과도하게 매달려왔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국내 백신 보급에만 매달렸던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 그동안 비축해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회분을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외국에 보내겠다고 발표한 것은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전세계인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미국이 선두 역할을 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나라 백신 문제에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 전체 성인의 54%가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아 백신이 남아도는 현실과 결코 무관치 않은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의 도드라지는 백신 이기주의


그동안 미국 정부가 펼친 백신 정책은 철저히 미국 국민만 챙기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분석 전문업체 에어피니티가 코로나 백신 개발과 생산을 주도해온 나라들을 상대로 자체 비축량과 해외 수출량을 지난 25일 기준으로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2억1500만회분을 비축했고 2억회분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비축 물량과 수출 물량을 포함해 가장 많은 백신을 생산했다는 뜻이고 비축한만큼 수출도 많이 해왔다는 뜻이다.

미국이 2억6800만회분의 백신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나 2위를 기록했고 유럽연합(EU)이 2억2000만회분으로 3위, 인도가 1억9600만회분으로 4위를 차지했다.

EU에서는 1억3800만회분을 역내 보급을 위해 비축했고 8200만회분을 외국으로 보냈고 인도에서도 1억3000만회분을 비축하고 6600만회분을 외국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축을 더 많이 했지만 해외 수출에도 나름 신경을 쓴 것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생산량으로는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그 막대한 물량을 사실상 국내 보급용으로만 비축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나라에 보낸 백신은 300만회분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이 ‘백신 민족주의’에 빠졌다고 비판을 받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장 쓰지도 못하는 영국산 아스트라제네카를 고스란히 비축해둔 사실이다.

코로나 초기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접종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입도선매 해놨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이 아직 내려지지 않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백신 접종에 들어간 상당수 국가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효능을 인정하고 접종을 진행 중이지만 물량이 모자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쓰지도 않는 백신을 마냥 비축해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에 보내겠다고 공식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 6000만회분 전부가 빠른 시일 안에 보내질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1000만회분 정도만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고 나머지 5000만회분은 오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보내는 게 미국 정부의 목표인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풀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를 세계 여러나라에 보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발표했을뿐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에 보낼 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보내기 전에 FDA의 안정성 관련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1차로 내보낼 1000만회분의 상당량은 현재 확진자 폭증 사태를 맞은 인도에 보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날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인도측으로부터 백신과 관련한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인도 외에 멕시코도 우선 순위에 들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붙어 있음에도 별 혜택을 주지 못한데다 멕시코가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