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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선 구매 후 지불' 쇼핑 실태 조사 착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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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선 구매 후 지불' 쇼핑 실태 조사 착수 배경은

소비자금융보호국, 신용불량자 급증 가능성 경고… 해당 결제업체 조사
미국에서 '선 구매 후 지불' 서비스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프리스톡스 (Freestocks)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선 구매 후 지불' 서비스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프리스톡스 (Freestock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연말 최대 쇼핑 시즌에 ‘선구매 후 지불’ (Buy Now, Pay Later)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소위 BNPL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소비자 대신 결제업체가 물건값은 가맹점에 먼저 내고, 소비자는 이 결제업체에 나중에 물건값을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해서 내는 방식이다. 이런 물건 구매 방식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미국의 2030 세대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고, 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 기관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16일(현지시간)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결제업체인 페이팔, 어펌(Affirm)홀딩스, 에프터페이(Afterpay), 스웨덴계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Klarna), 집(Zip) 등에 BNPL 서비스와 관련된 거래 내용을 보고하도록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BNPL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의 채무가 급증하고, 소비자 정보가 유용될 수 있으며 관련 기업들이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차익은 동일 상품이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를 때 이를 회사 측에 유리한 방법으로 매매해 차익을 얻는 것을 뜻한다. 미 CFPB는 ‘선구매 후 지불’ 방식의 판매 관행을 파악하고, 그 위험성을 일반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고, BNPL 판매 붐이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이 방식을 이용하면 소비자가 즉각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 즉시 채무자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당장 물건값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지불 능력을 초과해 온라인 등으로 상품을 사다가 신용 불량자로 쉽게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미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 단체는 이런 판매 방식으로 소비자가 쉽게 지급 수단을 늘릴 수 있어 빚더미에 앉을 수 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에서 세탁기, 냉장고를 비롯한 고가 상품이 할부제로 판매돼왔다. 당장 많은 돈을 낼 수 없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에 걸쳐 그 대금을 나누어 내는 것이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많이 늘어나면서 할부 판매 품목이 셀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여기에 결제업체가 중간에 개입해 선 구매 후 지불 방식으로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일부 결제 회사들은 소비자가 먼저 상품을 받은 뒤 그 물건값은 무이자 할부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에서 신용 거래를 하려면 신용 점수를 먼저 확인하는 게 관행이다. 그렇지만, BNPL 서비스는 상품 구매자의 지불 능력을 따지지 않고 물품을 파는 경우가 많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기업의 전략에 소비자들이 현혹돼 당장 현금이 없거나 저축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할 수 있다고 WSJ이 강조했다. 은행과는 달리 대금 결제업체들이 소비자의 신용 상태를 잘 따져보지 않는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국에서 개인 신용 점수를 매겨 공개하는 페어이삭(Fair Issac)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신용 점수가 아예 없는 성인이 5,300만 명에 달한다. 결제업체들은 BNPL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비자가 구매 즉시 물건값을 낼 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상품을 소유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하고, 제조업체도 판매량을 늘릴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좋은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WSJ은 이 방식으로 물건을 사면 신용 카드로 결제할 때와 비교할 때 소비자가 3~5%의 수수료를 더 부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