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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미크론 확산이 코로나19 풍토병 전환 촉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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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미크론 확산이 코로나19 풍토병 전환 촉진하나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락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락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으나 오미크론으로 인해 이 바이러스가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은 전염병이 전 세계에 번져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을 이 대표적인 팬데믹이다. 1,300년대 발생한 흑사병으로 3개 대륙에서 7,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약 5,000만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유발하는 팬데믹달리 엔데믹은 특정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을 말한다. 남미,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말라리아나 뎅기열이 전형적인 엔데믹이다.
세계 과학계는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시점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오미크론의 공격적인 진전으로 인해 보건 전문가들이 미국에서 이 바이러스가 엔데믹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선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나,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이래 몇 개월 만에 전 세계를 집어삼킨 위기감이 사라지고, 향후 몇 년에 걸쳐 일상화의 길로 가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바이러스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바이러스의 전개 양상 및 각국 정부와 개인의 대응 수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UCSF)의 피터 진 홍 감염병 전문의는 “이것은 사회와 바이러스 간 줄다리기”라고 말했다.

오미크론은 각국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은 지난 18일에 이미 신규 감염자의 73%를 차지하는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에 1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전파력이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감염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는 5억 개의 진단 키트를 각 가정에 무료로 보급키로 하는 등 신속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제계와 미국 일반 국민은 오미크론에 혼재된 반응을 보인다. 일부 시민은 연말연시 계획을 축소하고 있지만, 다른 일부 시민은 기존 계획을 강행한다. 많은 미국인이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상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극도로 조심했던 사람들도 올해 겨울에는 백신 접종 등을 이유로 정상 생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머크사의 코로나19 알약 치료제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은 것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FDA 23일 머크사의 먹는 코로나 치제 몰누피라비르를 승인했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가 먹는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승인받은 지 하루 만에 번째 먹는 치료제를 승인한 것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는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CSO(최고과학책임자)는 “향후 1~2년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엔데믹 수준으로 전환하고,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팬데믹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네트 코세로 화이자 백신 사업부 총괄 담당자는 “코로나19가 2024년까지 엔데믹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일부 기업과 상점 등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방역 패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음식점 등에 발열 체크기 등을 설치하면서 일상 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가 특정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유행하면서도 예측할 수 있는 패턴으로 전개되면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때까지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에 따른 사망자 증가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이 되려면 한 사람의 감염자가 오로지 또 다른 한 명에게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1대 1의 감염 비율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설명했다. 델타 변이는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 3~8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이나 위중증 진행 비율이 낮지만, 전염력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전염률이 높으면 의료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코로나19가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으로 연간 5만 명가량이 사망한다. 미국에서 현재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에 평균 1,200명가량이다.

앤드루 노이머 어바인 캘리포니아 주립대 감염병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엔데믹 수준으로 떨어져도 향후 수십 년 동안 주기적으로 미국을 강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률이 떨어지고, 미국인의 면역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그가 설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