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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 채권 이자 루블화로 지급 사실상 '디폴트'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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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러시아 채권 이자 루블화로 지급 사실상 '디폴트' 빠져

법적으로 30일 유예 기간 있어 5월 초 또는 5월 말 디폴트 파하기 어려워
러시아 루블 코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루블 코인.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지난 4일로 만기가 도래한 국채 이자를 달러화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했고, 앞으로도 달러화 또는 유로화 대신에 루블화로 결제하겠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애초 달러화로 내야 하는 이자를 루블화로 낸 것으로 러시아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달러화 이외의 화폐로 지급하거나 아예 이를 내지 못하면 모두 디폴트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CNN 비즈니스가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직 디폴트 상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국채 쿠폰(약정 이자) 지급에는 30일 간의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정부는 4일 만기가 돌아온 채권 투자자들이 오는 5월 25일까지 한시적으로 러시아 측이 지급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제재 유예 기간을 두었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이르면 5월 초, 늦으면 5월 25일 이후에 공식적으로 디폴트에 빠진다.

러시아는 지난 1917년 볼세비키 혁명 이후 디폴트에 빠진 적이 없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학살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의 채권 이자 달러화 지급을 봉쇄했다. 이제 러시아가 디폴트 위기를 피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채권 이자 지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일로 만기가 돌아온 채권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했듯이 앞으로도 계속 루블화로 이자를 갚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채권 이자를 갚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이자 지급을 차단하면 루블화로 이자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론적으로 보면 디폴트 상황이 조성될 수 있지만, 이것은 순전히 인위적인 상황이고, 진짜 디폴트 상태가 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이 국채 이자 달러화 결제를 차단하기 직전까지 러시아가 갚아야 하는 15개 외채의 규모가 액면가로 400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재무부는 2022년과 2024년 만기가 돌아오는 유로본드 채권자에게 6억 4,9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개 은행이 이를 처리해주지 않아 부득이 루블화로 이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러시아가 밝혔다.

러시아는 우선 2022년 만기 유로본드 국채 쿠폰을 루블화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러시아는 쿠폰 결제를 거부한 글로벌 은행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는 지금까지 그런 중개 업무를 맡은 금융 기관이 미국의 JP모건 체이스 은행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달 17일 두 건의 달러 표시 국채에 대한 1억 1,700만 달러(1,400억 원) 상당의 정기 이자 지급을 마쳤다고 밝혔고, 서방 은행이 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지급한 국채 이자를 미국의 JP모건 체이스 은행이 받았고, 이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JP모건은 이 돈을 지급 대리 업무를 하는 씨티은행 영국 런던 지점에 보냈고, 이 지점이 채권자에게 각각 송금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모두 5번에 걸쳐 러시아 측 국채 쿠폰(약정 이자) 송금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 은행은 4일 만기가 도래한 채권 이자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2022년, 2042년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을 하려면 러시아 측의 송금을 받는 미국의 JP모건 체이스 은행이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재무부는 이 은행에 러시아 측 이자 지급 계정 사용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16일 1차 디폴트 위기를 넘긴 이후 최근까지 외국 채권자에게 이자를 정상적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3월 28일로 만기가 도래했던 유로본드에 대한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이 외국 은행들에 진 채무는 약 1,210억 달러(약 148조 원)에 달한다.

러시아 정부 외환 현금 저축인 외환보유액이 6,4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등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부터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계정 자산을 동결해 3,000억 달러를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러시아는 현재 약 400억 달러(48조 원)의 해외시장 발행 국채 잔액이 있고, 이 국채의 반을 외국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