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첨단 전자 장비 핵심 소재인 반도체 칩의 경우 독자적으로 최첨단 칩을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는 최근 반도체 자국 생산을 위해 거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를 받아 선진 각국은 반도체 자국 생산 능력 증강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에게 반도체 공급 중단조치를 가하고 있다. 이에 조달에 큰 문제가 생긴 러시아 정부는 이 문제를 자국 생산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반도체 자국 생산을 위해 향후 10년 이내에 약 9조5000억 원을 투입해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술 로드맵으로는 2030년까지 28nm 프로세스를 목표로 한다. 단기적으로 올해 말까지 90nm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확보하려고 한다.
디바이스 설계에 대해서는, 첨단 디바이스를 생산할 기술이 없어 이미 중고시장에 나와 있는 반도체 장비를 구입해 조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소비자 분야뿐 아니라 통신, 데이터센터 등 사회 인프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최신예 무기 생산에 대한 영향으로 인한 군사력 저하다.
오늘날 민생품의 기술발전이 현저하고, 최첨단 프로세스에 의해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민수와 군수를 겸용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금수 조치로 AMD나 인텔은 물론 TSMC나 삼성전자 등의 주요 기업으로부터 첨단 칩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 중국제이지만 중국은 최첨단 칩의 제조력이 약하다.
미중 패권 경쟁의 결과 미국 동맹에서 기술 수입을 거절당한 중국도 현재 28nm 수준의 개발로 정체되어 있다. 거대 시장을 자국에 가지는 중국조차 고급 칩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고도의 반도체생산에 나선다는 것은 큰 난관이 될 것이다.
러시아가 생산하려는 28nm는 이미 2011년 TSMC가 도입한 것으로 가격이 싸면서도 성능은 우수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에 나온 것을 2030년까지 개발한다는 것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준다
고도로 세계화한 반도체 공급망에서 분리된다는 것은 반도체 장비 자체의 수입을 비롯해 제조 장치·재료 등도 자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말인데 예를 들어 노광장비는 ASML, 니콘, 캐논이 공급한다. 노광장치 없이 첨단 칩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8nm 정도의 공정이라면 중고품의 이용도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공급 부족으로 중고품 시장도 굳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인 기술자의 국외 탈출이 잇따라 있는 것도 문제다. 인재의 유출은 국내 반도체 칩 개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
한때 러시아의 반도체 업계는 CPU를 독자 개발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는 보도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