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수만 번 학습한 로봇이 '척척'…엔비디아 플랫폼으로 제조 혁명
좁은 도로 많은 일본 겨냥한 '모델 A'…2026년 위탁생산 패권 쥔다
좁은 도로 많은 일본 겨냥한 '모델 A'…2026년 위탁생산 패권 쥔다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기업인 대만 폭스콘(Foxconn·훙하이정밀공업)이 '조업의 AI화'와 '본 전기차 시장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2025년 '혼하이 테크 데이(HHTD25)'에서 폭스콘이 던진 화두는 명확했다. 엔비디아(Nvidia)와의 동맹을 통한 제조 공정의 지능형 로봇화, 그리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전기차 위탁생산(CDMS) 패권 장악이다.
가상서 먼저 짓고 로봇 훈련…'디지털 트윈' 혁명
폭스콘이 HHTD25에서 공개한 제조 혁신의 핵심은 '피지컬 AI(Physical AI)'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결합이다. 과거의 공장 자동화가 단순히 기계를 돌리는 수준이었다면, 폭스콘이 제시한 미래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다. 현장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부터 바퀴형, 보행형(legged)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배치됐다. 이들은 단순 입력된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실제 생산 라인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옮겨놓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지능형 에이전트'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의 배후에는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와의 강력한 협업이 있다. 폭스콘은 엔비디아의 로봇 개발 플랫폼인 '아이작(Isaac)'을 전면 도입했다. 핵심은 고정밀 시뮬레이션이다. 실제 공장을 짓거나 로봇을 투입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수만 번의 테스트와 훈련을 거침으로써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것이다. 폭스콘 측은 자사 로봇의 '두뇌'가 '아이작 GR00T N1 VLA'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장 전체 시각화 시스템'도 공개됐다. 신규 공장(그린필드) 기획부터 라인 설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관리까지 가상에서 검증한다. 이른바 '선(先) 가상 검증, 후(後) 물리적 착공'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는 건설 시간을 줄이고 시행착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케이블 치우고 나사 '척'…숙련공 뺨치는 로봇
폭스콘은 이날 시연을 통해 AI 로봇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어떻게 '숙련공'을 대체하는지 증명했다. 산업용 로봇들은 양팔을 이용해 인터페이스 패널을 능숙하게 다루거나, 상체를 기울여 작업 반경을 넓히는 유연함을 보였다. 특히 이목을 끈 것은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나사 체결 작업이었다.
작업 도중 나사 구멍이 케이블에 가려지는 돌발 상황이 연출되자, 로봇은 당황하지 않고 한 손으로 케이블을 걷어낸 뒤 다른 손으로 정확히 나사를 조였다. 과거라면 전적으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했던 고난도 작업이다. 폭스콘은 "수작업은 반복적이고 고강도라 피로에 따른 정확도 저하가 필연적"이라며 "로봇이 이를 대체하면 24시간 연중무휴 가동이 가능해져 공정 안정성과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폭스콘의 차세대 제조 운영 시스템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실제 라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가상 환경에 매핑(Mapping)해 관리자가 어디서든 장비 상태와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문제가 생기면 가상 공간에서 대응 전략을 시뮬레이션한 뒤, 이를 물리적 라인에 즉각 배포하는 '폐쇄 루프(Closed-loop)' 제어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일본차보다 더 일본스럽게" 모델 A로 열도 공략
제조 공정의 혁신이 '현재'의 과제라면, 전기차(EV)는 폭스콘의 '미래' 먹거리다. 이번 HHTD25에서 폭스콘은 콘셉트카였던 '모델 A'의 양산형 버전을 공개하며 구체적인 타깃 시장을 지목했다. 바로 자동차 왕국, 일본이다.
슬로건부터 '일본에서, 일본을 위해(From Japan for Japan)'를 내걸었다. 류양웨이(Young Liu) 폭스콘 회장은 행사 직후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CDMS(위탁설계제조 서비스)가 2026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폭스콘의 위탁 생산 역량이 빛을 발할 것이란 계산이다.
공개된 모델 A는 철저히 일본 시장 맞춤형으로 설계됐다. 좁은 골목이 많고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일본의 특성을 반영해,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한 B-세그먼트 MPV(다목적차량) 형태를 띠었다. 실내 공간 활용성도 극대화했다. 류 회장은 "일본 소비자의 니즈를 정밀 분석해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CDMS 모델은 브랜드 고객사들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폭스콘은 일본을 모델 A의 첫 출시 국가로 확정하고 이미 다수의 잠재적 브랜드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향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확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생산 전략이다. 폭스콘은 단순 수출이 아닌 '일본 현지 생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내에서 직접 전기차를 생산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보수적인 일본 자동차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겠다는 포석이다.
폭스콘의 이번 행보는 명확하다.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흡수해 제조 효율의 '초격차'를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위탁 생산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류 회장이 지목한 2026년, 과연 폭스콘이 '아이폰의 제조사'를 넘어 '전기차의 파운드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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