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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美 보이콧에도 '기후 위기 선언문' 채택… 美 "의장국 리더십 무기화"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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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美 보이콧에도 '기후 위기 선언문' 채택… 美 "의장국 리더십 무기화" 비난

미국의 개입 없이 합의된 선언문… 남아공 대통령 "재협상 불가능"
기후 변화, 재생에너지 목표, 빈국 부채 문제 등 언급… 아르헨티나도 막판 불참
2025년 11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첫날, 정상들이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1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첫날, 정상들이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국의 보이콧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22일 기후 위기와 기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에 백악관은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 그룹 지도력을 무기화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고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의견 없이 작성된 이 선언문은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프리토리아(남아공 수도)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의 긴장을 반영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행사를 보이콧했다.

백악관 대변인 안나 켈리(Anna Kelly)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처음에는 '빈 의자'에 의사봉을 넘기겠다고 했다가 "G20 의장직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돕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미국의 일관되고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G20 지도자 선언문을 발표하려는 움직임은 그들이 G20 의장직을 이용해 G20 창립 원칙을 약화시키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내년에 미국이 순환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이 그룹의 "정당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정상회담 선언에 대해 "압도적인 합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트럼프의 가까운 동맹인 아르헨티나가 마지막 순간에 협상을 중단했다고 남아프리카 관리들은 전했다.

아르헨티나 외교장관 파블로 키르노(Pablo Quirno)는 문서가 지정학적 문제, 특히 중동 분쟁의 복잡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주요 경제국을 한데 모으는 G20 특사들이 21일에 미국의 개입 없이 정상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사안에 정통한 네 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G20의 오랜 전통은 오직 합의된 결과물만 발행하며, 남아프리카 정부가 이제 이 표준 관행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선언은 미국 행정부가 오랫동안 싫어했던 문구를 사용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더 잘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증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를 칭찬하며,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부채 상환 수준을 지적했다.
기후 변화 언급은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는 과학적 합의를 의심하는 트럼프에 대한 무시였다. 미국 관리들은 선언문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상회담 개회사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것도 아프리카 최초의 G20 의장국의 가치, 위상, 그리고 영향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대담한 어조는 5월 백악관 방문 당시 트럼프가 남아프리카에서 백인 농민 집단학살이 있었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며 라마포사의 사실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무시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트럼프는 미국 관리들이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주최국의 흑인 다수 정부가 백인 소수민족을 박해한다는 혐의가 널리 부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은 또한 주최국의 연대 촉진 및 개발도상국의 기상 재해 적응, 청정 에너지 전환, 과도한 부채 절감 지원 의제를 거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외무장관 로널드 라몰라(Ronald Lamola)는 "이번 G20은 미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두 G20의 동등한 회원입니다. 즉,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합의된 문서에 내재된 많은 지정학적 균열의 징후로, EU 집행위원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은 연설에서 "의존성의 무기화"에 대해 경고하며 "패배자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국방 및 디지털 기술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을 은근히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실은 토요일에 미국이 G20 인도를 위해 임시 대리를 파견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