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공장 1년 지연·올해 고용 4만 9000명 감소...한국 기업 투자도 차질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올해 제조업 고용 오히려 감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이후 미국 제조업 고용은 4만9000명 줄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내년부터 새 공장들이 가동되고 세제 혜택이 투자를 유도하면서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새 공장 건설 지출은 팬데믹 이전 평균의 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대부분 폐지했고, 최근 무역 협상에서 약속받은 외국인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 공장 인력난으로 1년 지연
오하이오주 북동부에 배관 및 냉난방 시스템 공장을 세운 비에가는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브룩 베이컨 최고인사책임자는 "실업률이 낮은 상황에서 4개 주 떨어진 곳에서 장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구인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결국 6만8000평방피트(약 1만9000㎡) 규모 공장을 위해 68명을 채용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
"AI·자동화로 해결" vs "고숙련 이민 필요"
행정부는 인력난 해결 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로 새 공장들이 스마트 공장이 될 것이므로 필요한 인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과 상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고숙련 이민이 제조업 인력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가 반이민 성향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그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5년간 일하지 않은 사람들을 실업자 명단에서 뽑아 엄청나게 복잡한 칩과 컴퓨터를 만들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와 상무부, 교육부는 8월 인력 전략 보고서에서 "수백만 명의 비경제활동 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여 제조업을 포함한 "고임금 일자리"를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은 수년간 하락해온 노동참여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8월 기준 20~24세 미국인의 70.2%만이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중반 80%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현대 제조업, 고졸만으론 부족
일부 청년은 취업 대신 대학에 진학했다. 또 일부는 범죄 기록이나 약물 검사 통과 실패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악관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미국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이 일도 하지 않고 고등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인재가 첫 번째 경제 전성기를 만들었듯이, 미국인의 손과 머리가 다음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도좌파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의 애덤 허시 경제학자는 "질병이나 수감으로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을 활용하는 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며 "이들은 기술이 퇴화했고, 많은 경우 약물 남용이나 다른 문제를 안고 있어 고성능 기계와 함께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조립 라인은 수백만 미국인에게 중산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현재 제조업 일자리는 노조 조직률이 낮아 더 이상 다른 블루칼라 직종보다 나은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연방준비제도 한 연구에 따르면 생산직 임금 프리미엄은 2006년까지 "사라졌다".
현대 제조업 일자리는 과거 유일한 자격 요건이었던 고등학교 졸업장을 넘어서는 기술을 요구한다. 많은 일자리가 생산 시스템을 제어하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 같은 자동화 장비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제조업 직종 중 하나는 공장 설비를 작동 상태로 유지하는 정비 기술자다.
미국 국립과학원의 2024년 연구는 "숙련 인력 부족이 제조업의 최대 병목"이라고 결론 내렸다. 업존 연구소의 수잔 하우스먼 경제학자는 "제조업체들의 1순위 위기는 인력 채용이었다. 단순히 사람 수가 아니라 기술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투자 계획에도 빨간불 우려
미국의 제조업 인력난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 지연, 인건비 상승,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 고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한국 기업들의 경우 TSMC 사례처럼 전문 인력 부족 탓에 일정 차질이 우려된다. 제조업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현지 채용 난항에 대비해 본사 인력 파견을 늘리거나, 교육 프로그램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자 문제도 걸림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 속에서 한국 본사에서 숙련 인력을 파견하려 해도 취업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초기 투자 회수 기간을 늘리고 전체 투자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실제 집행 시기와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현재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전선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1500억 달러(약 220조 원)을 웃도는 규모의 미국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45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애리조나와 미시간, 테네시, 켄터키 등 미국 전역에 생산라인을 깔고 있다. 최근 관세 협상 결과,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해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지역 인력 집적지 활용도 한 방법
일부 제조업체들은 지역별 산업 인력 집적지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애리조나에 본사를 둔 퍼스트솔라는 미국 내 6개 공장을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등 4개 주에 분산했다. 이 회사 임원은 "지리 다변화를 통해 인력 접근성을 확보해야 했다"고 익명으로 밝혔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루이지애나 뉴아이베리아 공장은 1인당 소득이 약 3만 달러(약 4400만 원)인 지역에서 700명을 채용했다. 이들의 연간 총 보상은 9만 달러(약 1억3200만 원) 수준이다. 이 공장은 지역 석유·가스 산업 경력자와 지역 교육기관 졸업생들을 초급 직급으로 채용했다.
리쇼어링을 지지하는 번영미국연합의 닉 이아코벨라 부회장은 "인력은 존재한다"며 "미국인들이 이런 일자리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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