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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힘 쎄진 중국·러시아, 미국 주도 세계질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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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힘 쎄진 중국·러시아, 미국 주도 세계질서 바꾸나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중국과 러시아 등 21세기를 독재체제 시대로 만들려는 권위주의 세력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중국과 러시아 등 21세기를 독재체제 시대로 만들려는 권위주의 세력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이 현재 주도하는 세계질서는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국제 체제는 세계의 지정학적 지도를 다시 그리고 21세기를 독재체제 시대로 만들려는 권위주의 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2018년 미국 국방 전략요약에서는 “미국 번영과 안보에 대한 핵심 도전은 수정주의 세력에 의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쟁의 재등장”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미국인에게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장기간의 경쟁은 낯설다. 그러나 장기 경쟁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처럼 보일 뿐이다.

냉전 시대에는 경쟁이 삶의 방식이었다. 45년 동안 미국 관리들은 평화와 전쟁 사이의 모호한 공간에서 위험한 적과 씨름했다. 당시 미국은 위기에 대응하면서 인상적 업적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도 저질렀다. 결국 미국은 소련을 물리치고 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미국의 현재 투쟁은 냉전의 투쟁을 정확히 복제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미국의 냉전 전략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볼 수도 없다. 승리 속에 실패와 예상보다 높은 비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냉전을 제대로 검토하면 장기 경쟁과 그런 경쟁에서 미국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투쟁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는 미국이 과거 투쟁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의 미래를 위한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

냉전은 서구의 지정학적 승리와 민주주의의 이념적 승리로 끝났다. 냉전 이후 미국의 전략은 이 승리를 영구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여러 대통령이 해외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을 촉진했다. 미국의 국제적 입지를 확대해 불안정한 상황이 되살아나는 것을 방지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재적 경쟁자들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합해 탈냉전의 질서를 뒤엎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워싱턴은 장래의 도전자들이 세계화와 자유화로 편입될 때까지 견제함으로써 강대국의 경쟁을 역사 속으로 격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화의 추진은 세계를 더욱 풍요롭고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1945년 이후 수십 년이 전례 없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였다면, 그것은 주로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했고 냉전 이후에도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대국의 경쟁을 물리치려는 야망은 세 가지 이유로 실패했다.

첫 번째는 통합의 실패였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 죽음에 서명하기를 꺼렸던 그들은 자유화에 반대하는 체제를 강화하거나(예: 중국) 1990년대에 일어난 개혁(예: 러시아)을 철회했다.

미국이 소련을 물리치고 자유주의 시대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새로운 질서에 도전받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소련을 물리치고 자유주의 시대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 의한 새로운 질서에 도전받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러시아와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정책을 안정의 원천이 아니라 안보와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았다. 미국은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하고 대만에 중국의 강압에 대한 은신처를 제공했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주변 환경을 지배하는 것을 막은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은 패권주의적인 미국이 자신들의 의지를 뒷마당에 강요하고 지정학적 계획을 좌절시키는 데 분개했다.

그 분노는 두 번째 요인인 힘의 균형이 바뀌지 않았다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힘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 불만을 품은 나라들조차 워싱턴의 분노를 일으키기를 싫어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체제가 조성한 번영으로 인해 미국의 패권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러시아의 실질 GDP는 1998년과 2014년 사이에 2배가 되었고 군사 지출은 4배 증가했다. 1990년에서 2016년 사이에 중국 GDP는 12배, 군사비 지출규모는 10배 증가했다.

러시아가 포스트 공산주의적 마비에서 탈출하고 중국이 눈부시게 부흥하자 현상 유지를 싫어했던 국가들은 이제 현상 유지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주의 산만, 투자 철회, 이탈이라는 세 번째 요인에 의해 악화되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부상하는 지정학적 경쟁자보다 중동에 집중하는 데 10년을 보냈다. 그 후 반세기 동안 워싱턴은 예산 압박과 정치적 기능 장애에 대응하여 군사력을 줄였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글로벌 리더십에 점점 더 양가 감정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아래에서, 그 다음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서 드러났다. 강대국 경쟁에 대한 장벽은 경쟁에 대한 자극이 강해지면서 약화되었다. 도전은 참으로 날카로워졌다.

중국의 힘과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의 도전은 둘 중 더 엄중하다. 미국 관리들은 오랫동안 워싱턴이 중국과 경쟁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는 미국의 희생으로 '중국몽' 실현을 추구해 왔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했듯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최고 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을 중국이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반세기 동안 중국은 주변국을 압도하고 미국이 그들을 방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력 증강했다. 중국은 또한 미국 동맹을 약화시키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강압과 유혹을 혼합했다. 거의 모든 신흥 강대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지정학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을 밀어내는 것은 그 지역을 중국 손아귀로 끌어들이는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지역 우선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유라시아를 베이징을 지향하는 지리 경제적 공간으로 조직하기 위한 다대륙 프로젝트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따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첨단기술 혁신의 핵심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한때 국제 기구를 기피했던 중국은 이제 다른 나라를 사로잡기 위해 국제기구에서 공격적으로 일하면서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의 시 주석은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미래의 주도권을 차지할 기반을 더 마련하기 위해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베이징은 국내에서 초현대적인 경찰국가를 건설하면서 독재를 강화하고 해외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훨씬 덜 민주적인 세계도 꿈꾸고 있다. 중국은 수많은 독재자들에게 억압의 도구와 기술을 수출했다. 부패와 경제적 압력을 이용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 결정을 왜곡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다.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자유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고 광고하면서 인권과 인터넷 관리에 대한 독재자 친화적인 글로벌 규범을 홍보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정부의 비자유주의적 형태가 더 만연해 있을수록 중국의 독재정권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자국의 안보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보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숭고한 야망으로 인식하고 역사적 운명에 대한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하늘 아래 있는 모든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인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스크바의 장기 전망은 베이징보다 어둡기 때문에 도전은 더 공격적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해외'의 지배를 원한다. 러시아는 인상적인 군사 현대화 캠페인으로 NATO와 EU를 약화시키기 위해 위협과 전복을 사용하면서 서방으로 기울어져 있던 구소련 공화국을 복원하려고 한다.

군사력은 모스크바의 유일한 무기가 아니다. 크렘린은 경제적 지렛대를 사용하여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국가를 위협한다.

모스크바의 지정학적 지평은 가까운 해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푸틴은 무기 판매, 대리 전쟁, 심지어 직접 개입을 통해 러시아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 모스크바는 군사, 정보 및 기타 자원을 사용하여 이벤트를 형성하고 멀리 라틴 아메리카까지 우호적인 통치자를 보호한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중심의 세계질서를 만들 수는 없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방해물 역할을 하고 세계를 더 약탈적이고 무질서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실제로, 혼란의 무기화는 러시아 국가 전략의 핵심이다.

푸틴은 정치적 개입과 그를 반대하는 국가를 약화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한 “영향력 작전”을 펼쳤다. 2013년 러시아 참모총장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장군은 '신세대 전쟁'을 정보, 정보 및 기타 도구의 융합으로 적의 정치 시스템에 침투하고 교란함으로써 적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에 대한 러시아의 교묘한 공격은 이러한 전략의 가장 극적인 사례였다. 그리고 베이징처럼 모스크바는 우호적인 독재자들을 지지하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의 실패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비난한다.

미국은 이제 눈을 돌려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부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자유주의 동맹의 연대를 더 스마트하게 건설하려고 한다. 미국이 그간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형성된 부정적 측면을 해소하는 한편 다양성과 단호함을 동시에 회복하려고 한다.

자유주의 동맹의 재결속과 권위주의 동맹의 도전은 향후 세계질서를 재편할 주요 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단기전이 될 수 없다. 수십 년이 소요되는 중장기전이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세계질서를 수립하고 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두고 긴 경쟁이 시작되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