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화석 연료 사용 감축 정책 폐기하고 셰일 업계에 증산 압박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두가 엑손(모빌)의 이윤을 알도록 할 것”이라며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석유회사들은 9,000건의 시추 허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시추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은 석유를 생산하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다, 세금을 피하려고 시장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되사면서 생산에 나서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엑손은 투자를 시작해야 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엑손모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억 달러(29조 4,400억 원)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원유 증산 압박은 중대한 정책 전환이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려고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이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미국에서 휘발윳값이 갤런당 5달러를 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가 휘발윳값 인하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의 정치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
미 자동차협회(AAA)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일반 무연 휘발유 평균 가격이 5.004달러로 오르면서 5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한 주 사이에만 0.19달러(약 243원)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했고,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서방 주요국들의 원유 금수에 직면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셰일 오일 채굴 업체에 증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정유업체들은 점진적으로 원유 증산을 할 것이나 이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에 소위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으로 불리는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생산 붐이 일었다. 뉴멕시코, 노스다코다, 텍사스 등 셸 오일과 가스 개발 지역에서 대대적인 채굴 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2010년 초 하루 54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생산했던 미국은 2019년 말에 하루 1, 3000만 배럴을 생산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 됐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 혁명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의 기록적인 증산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미국은 2019년 말부터 셰일 오일과 가스 감산에 들어갔다. 셰일 오일과 가스에 대한 투자도 급감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크게 줄었고, 지난해 봄까지도 원유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있으나 거대 정유회사들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주주들의 요구로 원유 증산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는 정유사가 당장 채굴에 착수하지 않으면 원유 개발과 시추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국제 유가 상승으로 미국 셰일 기업의 순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잉여 이익금을 배당 수익으로 돌리거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면서도 셰일 오일 증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톱 9 셰일 오일 기업이 올해 1분기에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지출한 자금이 94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들 기업이 셰일 유전 개발 투자비보다 54%가 많은 액수이다.
미국 셰일 오일 기업이 유전 개발이나 증산을 위한 투자를 꺼린 이유로는 공급망 악화, 지출 제한, 지난 겨울의 이상 기후 등이 꼽힌다. 공급난으로 인해 철강 등 부품 값이 폭등하면서 채굴 장비 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40~50% 증가했다.
그 여파로 파이오니아 내추럴 리소시스, 마라톤 오일, APA, 데번 에너지 등 미국 굴지 셰일 오일 기업의 올 1분기 투자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셰일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난으로 인해 필요한 장비와 부품 조달이 어렵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셰일 오일 증산을 위한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에 1백만 배럴가량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올해 4월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190만 배럴로 지난해 초에 비해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셰일 업계가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나 바이든 정부가 희망하는 수준으로 신속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