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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경제 성장, 2인 가구 '딩크족' 확산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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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경제 성장, 2인 가구 '딩크족' 확산에 발목 잡히나

중국의 신혼 부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신혼 부부. 사진=로이터

이른바 ‘딩크족’은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1980년대 후반께 처음 등장한 표현으로 맞벌이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부부를 말한다.

주로 전문직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에 가치를 두지 않고 서로의 개인적인 생활을 더 중시하는 사회 현상이다.

경제력이 나날이 커진 결과 이제 미국과 경제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수준에 이른 중국이지만 최근 들어 딩크족이 확산되면서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조사에서 확인된 2인 가구 확산

중국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딩크족으로 분류될 수 있는 중국의 2인 가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이 현상이 중국에도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해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있는 국립푸단대학교 소속 사회학자들이 1982년, 1990년, 2000년, 2010년 각각 실시된 인구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를 벌여 중국사회학저널에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0년까지의 인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약 30년의 기간에 걸쳐 중국의 가구 구성원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1982년 조사 때는 4인 가구가 5인 가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1999년과 2000년 사이에 4~5인 가구의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2000년 이후로는 3인 가구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딩크족의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1982년에는 34%에 그쳤던 1~3인 가구의 비중이 2010년엔 무려 64.9%로 폭증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1인 가구가 13.7%, 2인 가구가 24.4%, 3인 가구가 26.9%로 각각 조사됐는데 딩크족은 2인 가구와 겹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딩크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가구를 추산한 결과 가장 최근 인구조사가 이뤄진 2010년 기준으로 41만1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년 앞서 조사한 내용과 비교하면 무려 7배나 급증한 수치로 연구진은 2010년 이후에도 이같은 추세가 더욱 심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단대 연구진은 “시간이 더 흐르면 딩크족이 널리 퍼져 더 이상 딩크족으로 따로 부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춘은 “지난 40년에 걸쳐 중국에서 딩크족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진 경제국에서 먼저 경험한 ‘맞벌이 무자녀’ 선호 현상이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딩크족의 확산은 이미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집권한지 9년이 지난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은 이 문제만으로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 개인주의 확산+치솟는 양육비

포춘에 따르면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딩크족은 중국의 밀레니얼세대(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와 상당 부분 겹치는데 숫자로 보면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4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딩크족이 크게 늘어나는 배경과 관련해 이 중국 밀레니얼세대가 중국 정부가 1979년부터 도입한 ‘한 자녀 정책’의 결과로 대부분 외동아들이나 외동딸로 태어나 개인주의 성향이 어느 세대보다 강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그러나 딩크족의 확산을 개인주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고 포춘은 전했다.

고도 경제성장의 결과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은 크게 신장됐지만 치솟는 집값, 교육비, 양육비 등 가정을 이루면서 감당해야 할 비용도 아울러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아이 한명을 낳아 기르는데 드는 돈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30만9000달러(약 4억3000만원)를 넘어섰다.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는 23만3000달러(약 3억2000만원)로 추산되기 때문에 중국에서 아이 기르는데 드는 돈이 미국을 확실히 제친 셈이다. 중국의 결혼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