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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체, 아마존·월마트 '폭탄 세일' 차단 위해 '최저 가격제' 속속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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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체, 아마존·월마트 '폭탄 세일' 차단 위해 '최저 가격제' 속속 도입

TV 등 가전제품·생필품·장난감 제조업체 등 속속 동참해 최소 이윤 확보 나서

미국 제조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 판매를 막으려고 '최저 가격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제조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 판매를 막으려고 '최저 가격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제조업체들이 상품 가격을 일정 이하 수준으로 내리지 못하도록 ‘최저 가격제’(minimum price, 가격 하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텔레비전을 비롯한 가전제품 제조회사에서부터 장난감이나 일반 생필품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최저 가격제 도입에 동참하면서 세계 최대 소매 체인점인 월마트나 전자 상거래업체 아마존 등의 파격 가격 할인 판매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8%대 이른 상황에서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소비자들이 폭탄 세일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에서는 제조업체가 최저 가격제를 시행하는 것이 합법이다. 미 연방 대법원은 지난 2007년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합의로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메릴랜드주 등에서는 제조업체와 소매점이 서로 합의해서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주 법으로 보장돼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월마트를 비롯해 그 어느 소매업체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판다고 널리 광고해왔다. 아마존이 너무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면 이를 제조한 업체의 수익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제조업체들은 아마존에 공급하는 상품이나 제품에 최저 가격제를 적용함으로써 이 가격 이하로 할인 판매를 못 하도록 제동을 걸었다. 아마존은 제조업체들이 아마존 보다 싼 가격으로 다른 곳에서 물건을 파는 사례를 적발하면 아마존 입점을 거부하는 식으로 제재를 가한다.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TV 등의 파격 할인 판매를 막으려고 최저 가격제를 추진해왔다. 소비자들이 가게 매장에서 제품을 둘러본 뒤 실제로 제품을 구매할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제시하는 곳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막으려고 최저 가격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졌다. 이제 제조업체들은 TV와 같은 빅 아이템이 아니라 치약과 같은 생필품에도 최저 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최소한의 이윤을 확보하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콜게이트는 프로 시리즈 치약을 아마존에서 최소 9.96 달러 이상으로 팔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이 가격 이하로 다른 어느 곳에서도 치약을 살 수가 없다. 장난감 제조업체들도 소매업체에 일정 가격 이하로 할인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식료품 제조업체들도 속속 최저 가격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아마존과 월마트 등이 최소한의 이윤을 챙기면서 대대적인 할인 판매 경쟁을 계속하자 제조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기에 이르렀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