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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기업들 감원 바람…화이트칼라 붕괴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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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테크 기업들 감원 바람…화이트칼라 붕괴 신호탄인가

올 누적 해고자 10만명 훌쩍
IT 업계 종사자들 해고 '광풍'
구글·애플·MS 등 "예외없어"

2022년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의 본사 밖에서 한 보안요원이 메타 간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의 본사 밖에서 한 보안요원이 메타 간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바람이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빅테크의 비용 절감 대책은 ‘화이트칼라 침체(white collar recession)’의 시작일 수 있다고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기를 맞아 인건비 축소를 비롯한 비용 절감에 본격 착수하면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포브스가 전했다.

미국에서 이달에 벌써 2만 명 이상의 IT 업계 종사자가 해고됐고, 연초 이후 누적 해고자는 10만 명을 넘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는 전체 직원의 13%인 1만1000명 이상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달 초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전체 직원의 13%에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직원 1만 명을 해고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인수한 이래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인 3700명을 해고했고,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제 대규모 해고 대열에 합류할 다음 빅테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존과 메타가 모두 2만 명 이상을 해고하기로 함에 따라 이들 기업과 경쟁관계인 구글이 그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구글이 내부 검토를 거쳐 약 1만 명가량을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올해 신규 직원 채용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경기 침체에 대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구글 직원 숫자가 최소한 내년에는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채용 동결 또는 감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빅테크에서 짐을 싸는 직원의 대부분이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일했다.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에 전체적인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실업률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이 대거 해고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해고가 IT 분야에 한정된 현상인지, 아니면 화이트칼라 직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지 노동계가 주시하고 있다.

포브스는 화이트칼라 일자리 위기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기술의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소수의 고급 인력이 다수의 화이트칼라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 포브스가 전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에 비해 블루칼라 일자리는 아직 안정세를 보인다. 미국 기업들의 9월 채용공고 건수가 전월보다 44만 건가량 증가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도 고용 시장이 여전히 오름세임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채용공고 건수가 약 1071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기록한 1028만 건보다 43만7000건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빅테크의 해고 바람이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연쇄 해고로 이어지는 ‘쓰나미’가 되지는 않을 것이나 테크 기업 안팎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행렬이 미국 노동 시장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은행은 18일 투자 메모에서 “아직은 기술 기업들의 해고'탄광 속 카나리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큰 위험이나 재앙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모건스탠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엄청난 속도로 채용을 늘려온 점, 전체적인 고용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이를 빅테크에서 나타나는 고립된 현상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지난해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 감원한 직원 수는 총 18만7000명 수준으로 전체 미국 노동자의 0.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