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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밀레니얼 세대 주택시장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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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밀레니얼 세대 주택시장서 사라져간다

집값 하락 등 주택시장 냉각
고금리로 이자부담 감당못해
구매비율 40년만에 최저치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시장 냉각과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시장 냉각과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에서 2019~2021년 당시에 주택가격 상승 분위기를 타고, ‘줍줍’ 구매에 나섰던 밀레니얼 세대가 올해 들어 주택시장에서 돌연 퇴출당했다.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6년 출생자를 지칭한다.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반 이전까지 밀레니얼 세대가 사들인 주택의 비중이 전체의 34%를 차지했으나 올해 하반기에 이 비율이 26%로 급감했다. 이로써 2030세대 주택구매 비율이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WP가 전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 구매자의 나이 중간치가 올해 중반 이전에는 45세였으나 그 이후에는 53세로 올라갔다. 이는 NAR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1년 이후 가장 많은 나이 기록이다.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주택 소유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데 돈을 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를 맞아 앞다퉈 주택구매에 나섰다.

미국의 2030세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매입 경쟁에 뛰어들어 미국의 주택가격 폭등에 일조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본격화된 원격근무 시스템으로 인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주택구매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월세로 살던 젊은이들은 도시를 떠나 교외 지역 등에서 주택을 사려 하고,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젊은이들은 좀 더 큰 집을 사서 이사를 하려 했다.

미국에서 2021년 첫 8개월 동안 처음으로 주택 할부 융자금 신청을 한 사람 중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전체의 67%를 차지했고, 기존 주택 보유로 인해 2회 이상 주택 할부 융자금을 신청한 밀레니얼 세대도 전체의 37%를 점했다. 그 당시 미국에서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연령은 밀레니얼 세대인 33세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층이 올해 31세가 됐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연쇄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 여파로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올해 11월 초에는 7%를 돌파했다가 최근 6%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모기지 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불과 1년 사이에 모기지 금리가 2배로 치솟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이다. 이들이 모기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주택시장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의 집값이 석 달 연속 떨어졌다.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9월 기준으로 전월보다 1.0% 하락했다. 지난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이후 전월 대비로 3개월 연속 집값 내림세가 이어졌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냉각된 주택시장이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사지 못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2030세대들이 갑자기 주택구매를 중단했다.
일부 밀레니얼 세대는 모기지 상환 부담을 의식해 주택 공동구매에 나서는 현상도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과 함께 ‘우리 집 마련’을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공동소유 주택 구매를 돕는 플랫폼 ‘코-바이(CoBu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주택 4가구 중 1가구가 공동명의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