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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국가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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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국가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장'

중국·인도·일본·싱가포르 등 최소 12개국 자국 통화 결제 모색
"달러가 정치적 도구 될 수 있다" 우려…달러 영향력 아직은 건재

미국 달러 및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 및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
오늘날 대부분의 금융 거래, 국제 부채 및 글로벌 무역은 달러로 표시된다. 미국 달러는 지역 간 통화 사용의 79.5%를 차지한다. 글로벌 무역의 지불 통화로서 지배적 위상을 갖는다. 또한 달러는 환율을 표현하는 단위이다.

세계 통화 준비금의 60.75%가 달러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고 통화 비율은 유로화 21%, 달러 59%다. 이런 힘 때문에 달러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아시아의 최소 12개 국가를 포함한 소규모 국가들이 탈(脫)달러화를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기업들도 달러 강세를 우려해 전례 없이 많은 부채를 현지 통화로 매각하고 있다.

탈달러화를 실험하는 아시아 국가로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방글라데시, 베트남, 대만, 일본,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물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당장 달러가 화폐 교환의 주요 매개체 지위에서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달러’ 위상의 하락은 시기상조이다.

하지만 미세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바이든이 올해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다. 미국 통화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SWIFT 체제를 우회하는 지불 메커니즘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화폐도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 혁신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폴 터커 전 영란은행 부총재는 “러시아와 중국이 에너지와 경제 규모를 앞세워 달러가 지배하는 세계 경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미국 달러와 글로벌 지불 시스템을 무기화하면서 비미국 성향의 투자자들과 국가들은 달러 외 안전한 피난처에서 자산을 보유하는 다각화를 더 강하게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블록체인 기술 사용을 포함해 국제 결제를 위해 자국 통화를 결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거래 대금을 루블화로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러시아 은행들은 SWIFT 네트워크에서 배제되었다. 이는 두 가지 결과를 초래했다. 첫째,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달러가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갈등관계에 있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역시 부분적으로 SWIFT를 모방하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다.

둘째, 공격 도구로 달러를 사용한 미국의 결정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압박했다. 대체 지불 시스템이 없으면 미국 제재를 따르거나 제재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루블화 거래 규모는 극히 미미하다. 중국과 인도 등 에너지 거래 국가에서 루블화 결제를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루블화는 국제무역거래결제 시스템에서 교환 수단으로서 영향력이 거의 없다.

중국 위안화의 무역 결제 규모는 전체 거래금의 7% 정도 수준이다. 중국은 이를 더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한다. 모두 양국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는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라오스 등은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 위해 중국과 협상 중이다.

중국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나 안전장치 확보 차원에서 위안화 결제 시스템 확대를 지속 추진 중이다.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러 결제를 위안화로 처리하는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도 루피 국제화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와 양자 지불 메커니즘 확보에 나섰다. 물론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아직 진전은 더디다.

탈달러화 추세를 가속화하는 또 다른 원인은 달러의 강세이다.

달러는 올해 약 7% 강세를 보였다. 이는 2015년 이후 최대 연간 강세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파운드에서 루피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폐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압박했다.

아시아 지역 대다수 국가들은 달러 강세로 식량 구입 가격이 치솟고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빈곤이 심화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스리랑카는 급등하는 미국 달러가 국가 지불 능력을 마비시켜서 처음으로 국가 부도 사태에 처했다. 베트남도 연료 공급 문제로 인해 달러 강세를 비난했다.

따라서 인도와 UAE의 거래와 같은 움직임은 루피로 더 많은 거래를 하고 미국 통화를 우회하는 무역 결제 협정을 체결하려는 장기적 자구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비금융 회사의 달러 표시 채권 판매는 2022년에 전 세계 총액의 37%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 50% 이상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이런 흐름들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최종 결과는 결국 달러에 대한 수요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통화 거래에서 캐나다 달러와 중국 위안화의 점유율은 이미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싱가포르ㆍ태국은 양자 간에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거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만은 일본과 연결된 QR코드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있다.

결국, 안전자산으로서 달러가 갖는 위력을 대체할 수단은 아직 없다. 다만 여전히 달러가 지배적 위치에 있지만 대체 수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50년까지는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로도 달러 강세는 여전히 최고로 유지될 것이지만, 대체 통화 거래의 구축 모멘텀도 만만치 않게 진행될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현지 통화를 사용하여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가 통화와 결제 시스템을 지금보다 훨씬 더 균형감 있게 사용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