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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현대차·기아 '중고 전기차'·'리스 차량' 정부 보조금 지급 결정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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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현대차·기아 '중고 전기차'·'리스 차량' 정부 보조금 지급 결정 배경은

한국이 요구하는 '북미 최종 조립' 세부 규정 발표 안해… IRA 개정은 난망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한국산 리스용 전기차와 중고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 공제 규정과 관련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 공개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중고 전기차에도 한 대당 4000 달러(약 507만 원)의 보조금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중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출시된 지 최소한 2년이 지나야 하고, 판매 가격이 2만 5000달러 미만이어야 한다. 그 대신 중고 전기차에 주는 보조금에는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고 전기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는 상업용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으로 규정하고,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에 리스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를 포함했다. 이로써 현대와 기아의 전기차가 리스용으로 판매되면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한 대당 7500달러 (약 951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다만 차량 수명의 80∼90% 해당하는 '장기 리스'나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세액 공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우선 한국산 상업용 전기차가 보조금 수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를 줄곧 전달해왔다. 그러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IRA 법안에 찬성하는 대신에 외국산 상업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반대해왔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리스 기업에 대한 예외 인정이 IRA의 차별에 불만을 표시해온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들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특별히 한국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미국의 핵심 군사 동맹국이고,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조지아주에 55억 달러를 투자한다”면서 “그렇지만, 8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이 공장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양산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 시점까지는 이것(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미국에서 현대차의 야망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현대차의 아이오닉5 전기차는 인기 전기차 모델이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올해 첫 9개월 동안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8%에 달해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테슬라의 점유율은 무려 64%에 달했다.

맨친 의원은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전기차 렌터카나 리스 차량, 공유 차량 등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IRA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차의 EV6 등 한국 자동차업체가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중에서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을 충족하는 전기차는 없다.

재무부는 핵심 광물 및 배터리 부품 조건에 대한 지침을 담은 규칙안을 내년 3월에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조건에 관한 규정을 재무부가 규칙안을 공지한 이후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미 재무부가 규칙안을 공지하는 내년 3월까지 핵심 광물 및 배터리 부품 비율을 세액 공제 지급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재무부는 이번에도 '북미 최종 조립' 조건과 관련한 세부 규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세액 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해달라는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2024년 하반기~2025년)까지 이 법 적용이 한시적으로 유예되면 그 이후에는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을 충족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측과의 협상에서 '북미 최종 조립 규정' 변경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올해부터 야당인 공화당이 미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했으나 현실적으로 IRA 개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IRA에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 제작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들어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 규정에 따라 칠레, 니카라과, 싱가포르는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기에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아 이 조항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NYT는 “미 재무부가 이 조항을 적용 받을 수 있는 무역 협정 체결 국가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6일 미국의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해 이를 발효시켰다. 미국은 2009년부터 전기차를 사면 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법은 이 세액 공제 규모를 유지하되 혜택 대상의 범위를 제한했다. 세액 공제 금액의 절반은 구매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차등해서 적용하도록 했다. 이 법에 따르면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 공제받을 수 있고, 이 비율은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올라간다.

세액 공제의 나머지 절반은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7년 80%, 2028년 100%로 올라간다. 오는 2028년부터는 미국에서 채굴된 광물과 부품으로 제조된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사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배터리 부품에 사용되는 광물에 대해서도 융통성 있게 해석하기로 했다. 북미 지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사용된 부품이 이들 3국 이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해도 이를 ‘북미 조립’ 규정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