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일본, 올해 100년 기업 2600개 탄생하지만…"디지털 시대 혁신 떨어져"

공유
0

[초점] 일본, 올해 100년 기업 2600개 탄생하지만…"디지털 시대 혁신 떨어져"

일본에는 2600개의 100년 기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에는 2600개의 100년 기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한때 미국을 능가해 천하를 호령하던 일본 경제가 계속 하향세다. 현대 경영학의 그루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가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일본의 기업가정신, 장인 정신의 상징인 ‘카이젠’(改善)은 여전하지만 최근 전개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12년 4만9185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0년 4만184 달러, 2021년 3만9916달러로 줄었다. 2022년 전망치는 3만9583달러이다.
일본의 2022년 GDP는 4조3000억 달러다. 2021년 일본의 GDP는 5조1031달러였다. 놀라운 추락이다. 1인당 GDP는 물론 국가 GDP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일본 경제의 견인차가 될 기업의 동향이 어떻게 될지는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각국의 관심을 끄는 화제이다.

일본은 중국에 대항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개도국 대상으로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거점으로서 기능도 강화할 태세다. 하지만 그 기반은 경제력이다. 그 경제가 힘을 잃고 있어 과연 G1 등극을 노리는 중국에 맞설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일본의 향후 경제를 판가름할 몇 가지 이슈를 찬찬히 진단해 본다.

첫째, 2022년 일본 기업의 합병ㆍ인수(M&A)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2년에 출자 혹은 구매자나 판매자의 어느 쪽인가에 일본 기업이 관련한 M&A 건수는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4304건을 기록, 전례 없는 최고치였다.

국내외 투자회사에 의한 일본 기업 인수 건수가 전년 대비 3% 증가한 1071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것과 사업 승계 안건이 700건을 넘어선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는 결국 자금 사정이 곤란한 기업이나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기업들이 일본에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M&A의 건수가 늘었지만 전체 합계 금액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11조4356억 엔이었다. 해외 기업에 의한 일본의 기업 인수액도 3조9552억 엔으로 약 40%나 감소했다.

세계 동시 불황이나 신형 코로나 영향으로 상호 교류가 낮아진 가운데 혁신 성장, 생산성 증가가 없는 일본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2023년에 2649개사가 창립 100주년을 새로 맞이한다. 데이터 뱅크 등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2만8476개사가 2023년에 50주년을, 2649개사가 100주년을 맞이한다. 업력 100년이 넘는 기업은 총 4만2966개사로 늘어난다. 일본 기업의 평균 연령은 약 30년이다. 50년ㆍ100년 이상 기업 경영을 계속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전 세계 100년 이상 기업이 8만66개사인데 일본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00년 이상 기업이 2022년 기준으로 단 10개사에 불과하다.

이런 장수 기업들이 일본 기업의 특색인 장인 정신을 계속 전수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가 하락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업의 수명은 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혁신적으로 경제 역량을 키워가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앞서가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셋째, “주요 기업의 CEO들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신문 등이 연말연시에 실시한 기업 경영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자원이나 원재료 가격 상승, 중국 경제 감속으로 2023년도 경기도 여전히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약 36%였다.

“글로벌 경제의 변화에 ​​따라 해외 사업의 방향성 조정, 환경 보호 정책의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전략을 조정하는 것, 기업 가치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계속하기 위해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 이 세 가지가 2023년 일본의 발전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이 설문조사는 결론을 맺었다.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일본은 27개 기업이 들어있다. 한국은 16개다.

일본이 디지털 혁명시대, 기술 패권시대에 혁신적 면모를 더 보이지 못하고 미국 의존도만 높일 경우 아시아 태평양은 물론 G7에서도 일본의 영향력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R&D 연평균 성장률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0.79%에 불과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7.68%, 한국은 7.61%였다.

단,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일본의 경제가 여전히 강건하다는 점이다. 스타티스타 등 글로벌 통계기관들은 2030년과 2050년에도 일본이 여전히 GDP에서 세계 3위나 4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