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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세계화 앞장선 日…뒤처진 韓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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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세계화 앞장선 日…뒤처진 韓의 위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월13일 백악관에서 기시다 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벽난로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월13일 백악관에서 기시다 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벽난로 앞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새해 들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패권 도전에 맞선 미국의 대전략과 이를 위한 봉쇄와 동맹 전략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 전략에 적극 올라 탄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인식조차 못하고 있어 이로 인한 안보와 경제적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가 강화되면서 더욱 강압적이고 잦아지는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들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대전략과 이를 위한 봉쇄와 동맹 전략이 공개된 계기는 1월 11일과 13일 워싱턴에서 연이어 열린 미․일 외교+국방 장관회담과 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이들 회담에서 대전략과 함께 관련 봉쇄 및 동맹 전략을 제시하고 일본의 적극적인 동의를 이끌어냈다는 것과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가늠도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나 언론과 학계의 담론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 정부가 올해 더욱 치열해질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들에 능동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앞의 두 회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대전략과 이를 위한 봉쇄와 동맹 전략이 무엇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일본과 달리 미국의 이들 대중 전략들에서 소외되면서 직면할 수 있는 도전과 위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 중·러 이중봉쇄 목표
일본·나토 교차 관여 전략

먼저 풀어야 할 퍼즐이 있다. 그것은 윤 정부와 담론 시장이 한국의 국익을 넘어 운명에 최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대중 대전략과 관련 봉쇄 및 동맹 전략이 위의 두 회담에서 공개됐는데도 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 중국을 적시하지 않는 등 모호한 표현을 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윤 정부와 언론·학계가 미국의 대중 전략에 관한 최근 미 학계의 담론을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봉쇄 전략과 동맹 전략은 무엇인가. 전자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봉쇄하는 ‘이중 봉쇄(double containment)’로, 후자는 일본을 대러 봉쇄에, 나토를 대중 봉쇄에 참여시키는 ‘교차 관여(cross engagement)’로 각각 확인된다.

물론 나토의 대중 봉쇄 동참 전략은 앞의 두 회담이 미·일 양자 회담이었던 만큼 적시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이 중·러의 강압·불법 행위를 비난하고 나토 동맹국들과 안보 협력을 구축해 온 것을 지지한다는 표현으로 이중 봉쇄를 우회적으로 제시했다.

이중 봉쇄는 최근 미 전략서들인 브랜즈와 베클리의 ‘위험 지대(Danger Zone)’와 리처드 도시의 ‘롱 게임(Long Game)’이 밑바탕이 됐다. 이들은 중국이 패권을 잡으면 비자유주의 질서가 될 것인 만큼 중·러 모두 봉쇄해서 저지할 것을 촉구한다.

이중 봉쇄의 성공을 위한 동맹 전략인 교차 관여는 브랜즈가 ‘위험지대’에서 제안했다. 미국이 냉전 때 절반도 안 되는 국내총생산의 3.2%인 국방비로는 이중 봉쇄를 자력으로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일본과 나토 동맹국들의 교차 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건은 미국의 대중 대전략이다. 그것이 핵심 동맹국들과의 비공식 경제 동맹을 통한 ‘재세계화(re-globalisation)’를 추진함으로써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기술 봉쇄임이 명확히 확인된 것은 1.13일 바이든-기시다 회담에서다.

한국, 대만방어 태도 모호
인보·경제 분야 도전 직면

미국이 최근 대만을 중시하는 것은 대중 기술 봉쇄와 이념적 대안 차원에서다. TSMC 덕분에 반도체 강국인 대만에 대한 침공을 막아 중국의 반도체 강국 도약을 저지하면 중국공산당이 기반이 약화해 궁극적으로 중국에 개혁 정권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의 대만 방어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앞의 두 회담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보수에서조차 한국군 참전은 물론 주한미군 일부의 참전에 반대한다.

일본은 이처럼 미국의 대전략과 함께 봉쇄 및 동맹 전략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반격 능력(counter-strike)의 제고를 허용받고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강력한 지원을 받게 돼 군사 강국과 반도체 강국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은 위기다. 북핵 위협 고조로 전술핵운용협의권을 넘어 전술핵 재배치가 시급한데 일본 이상으로 재세계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대일 기술 지원에 집중함에 따라 첨단 기술력 약화도 우려된다.


이교관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