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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인사이트] 美 연준과 싸운 투자자가 승자...장밋빛 고용 지표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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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인사이트] 美 연준과 싸운 투자자가 승자...장밋빛 고용 지표에 딜레마

초강세 고용 지표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커…S&P500 강세장 진입 앞두고 뒷걸음질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NYSE).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계속 싸울지, 아니면 이 싸움을 포기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월가의 오랜 격언은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욕 증시에서 연준과 싸움을 선택한 투자자가 승자로 우뚝 섰고, 이 싸움을 포기한 투자자가 패자로 전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부터 줄곧 금리를 올리면서 긴축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연준은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다시 올렸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앞으로 금리를 ‘두어 차례 더 인상’ (a couple of more times rate hikes)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지속적인 긴축 통화 정책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월가의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과 파월 의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주식 매입을 강행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뉴욕 증시의 간판인 S&P500 지수는 15%가 올랐고, 지난해 10월 최저치와 비교하면 16%가 상승했다. 주가가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으로 분류된다. S&P500 지수만 보면 뉴욕 증시가 강세장 재진입을 앞두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금리를 한꺼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이 1일 금리 인상 폭을 0.25% 포인트로 낮춰 정상적인 금리 인상 코스로 회귀했다. 연준이 공세적으로 금리 인상을 계속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주식 매입에 나선 투자자가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재까지 일단 승자가 됐다.

그렇지만, 뉴욕 증시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올해 들어 미국 고용 시장이 초강세를 보인 충격적인 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1월 고용상황 보고서에서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51만 7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8만 7000개를 3배 가까이 상회한 것이고, 지난해 12월 증가 폭 26만 개의 두 배에 육박한다. 실업률은 3.4%로 지난해 1월보다 0.1% 포인트 더 내려가 1969년 5월 이후 거의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고용 보고서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4% 각각 증가해 지난해 12월 당시의 전년 대비 4.6% 증가치보다는 오름세가 약간 둔화했다.

연준이 이에 따라 조기에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준이 금리를 5~6%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연준이 제시한 금리 수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12월에 열린 FOMC 회의를 마치면서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치를 집계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가 5~5.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1일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림에 따라 미국의 기준 금리가 4.50~4.75%가 됐다. 연준이 3월 21, 22일과 5월 2, 3일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각각 0.25% 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말 예고한 대로 미국의 기준 금리가 5~5.25%가 된다.

연준의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최근 “연준이 긴축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미국의 기준 금리가 연말에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잇따라 발표되는 장밋빛 경제 지표투자자들이 불안감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작년 말 시장을 뒤덮었던 경기침체 공포가 사라진 대신에 연준이 애초 예상보다 금리 인상 폭을 추가로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해 올해 급반등하던 뉴욕 증시의 기술주 랠리가 뒷걸음질쳤다. 노동부 발표가 나온 3일 나스닥 지수는 1.59% 하락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주에 0.2%가 하락했고, 올해 상승률은 2.3%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올해 7.7% 올랐다. 지난 3일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3.396%에서 3.531%로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제시한 올해 말 S&P500 지수 전망치는 4050으로 지난 3일 종가 4136보다 낮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