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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세계화 성공, 한국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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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세계화 성공, 한국에 달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행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경기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행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 기술 봉쇄 위한 재세계화에 뒤늦은 대응으로 미·일·대만 반도체 연합서 소외, 전술핵운용협의권 요청 외면, 대중 군사 협력서 배제 등 경제와 안보상의 도전들에 직면해

일본과 대만보다 많은 주요 첨단 기술 보유하고 이들 나라보다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켜 온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재세계화의 성공을 이끌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 주요 첨단 산업별 재세계화 로드맵 마련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서 재세계화 성공을 위한 핵심 동맹은 한국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마침내 한국이 미국의 대전략에 뒤처진 데 따른 도전들에 맞닥뜨리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하는 등 본격화하고 있는 대중 기술 봉쇄를 위한 재세계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우려됐던 위기들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이 당초 구상했던 미·한·일·대만 4국 반도체 연합이 미·일·대만 3국 연합으로 추진됨에 따라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술핵 재배치는 않더라도 전술핵운용협의권만큼은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계속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일·매만 반도체연합 소외 경제·안보 위기 상황 현실화


재세계화의 성공을 위한 미국의 전략은 첨단 산업별로 글로벌 수준의 몇몇 동맹국 중심으로 ‘소자 연합(mini-lateral coalition)’을 구축해 주요 첨단 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고 이를 돕는 동맹들에게는 보답으로 기술적 지원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배터리 등 주요 첨단 산업별로 미국 주도의 소자 연합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시 미국의 기술적 지원 대상에서 배제됨에 따라 기술 혁신 경쟁에서 뒤처짐으로써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에서 퇴출될 우려가 높다.

최근 미국이 일본·대만과의 반도체 연합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한국 반도체에 큰 도전인 것은 이 때문이다. 미·일은 지난해 반도체 기술 동맹에 합의했고 대만은 2021년에 미·일과 반도체 연합을 선언했는데 이들 연합 구도에서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새해 들어 미·일과 미·대만 반도체 연합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1월 6일 미·일 산업부 장관 회담에서 일본 라피더스가 IBM 기술로 2025년부터 2나노 칩을 생산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고, 대만 TSMC의 비메모리 칩에 대한 미 기업들의 선호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전술핵운용협의권 요청을 외면하고 현 확장억제 강화만 강조하는 것은 재세계화에 대한 한국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불만 때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월 1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핵기획실무그룹’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새해 들어 한·미 간에 협의해온 전술핵 도상훈련(TTX) 등의 핵공유체제는 언급하지 않고 항모와 전폭기 등 전략자산 수시 전개에 의한 확장억제 체제 강화만 강조했다.

주요 첨단기술 보유한 한국의 적극 참여가 성공 주도


미국이 한국과의 반도체 기술 동맹도 추진하지도 않고 북한의 핵 위협과 더 나아가 중국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중간 수준의 핵공유체제인 전술핵운용협의권 요구에도 소극적인 것은 최근 일본·대만과 기술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미국이 1월 13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허용한 일본의 반격 능력 자력 제고는 한국에 자체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만큼 특별한 혜택이다. 재세계화에 대한 적극 참여의 대가로 전범국인 일본에 ‘전쟁할 수 있는 나라’의 지위를 회복시켜준 것은 엄청난 보답인 것이다.

미국은 또 대만 봉쇄를 위한 중국의 ‘반접근과 지역거부’ 전략에 맞서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전술핵운용협의권을 주기를 꺼리는 데서 드러나듯이 한국이 일본보다 월등한 대중 전략적 요충지임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말미암는다.

한국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전체주의 국가들인 중국과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자유주의 진영의 최전선에서 마주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독자 핵무장을 허용하면 미국이 중국의 군사 패권 도전을 억제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운용협의권을 제공하거나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을 허용할 경우 이는 중국이 비메모리 반도체 선두 주자인 TSMC를 겨냥해 대만에 가하고 있는 침공 위협을 억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 산업별 도드맵 마련 4월 한·미회담서 설득해야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먼저 미국이 일본과 대만을 중심으로 반도체 연합을 강화하고 이들 두 나라가 원하는 군사적 지원을 해주면서 한국엔 이 연합에 참여시키지도, 전술핵운용협의권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재세계화 로드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재세계화의 최종 목표는 중국이 첨단 기술 및 군사 패권으로 세계를 전체주의화하는 것을 막아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재세계화의 성공은 일본과 대만보다 훨씬 더 많은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한국에 달려 있다.

따라서 윤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주요 첨단 산업별 재세계화 추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오는 4월로 예상되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일본과 대만보다 재세계화의 성공을 위한 핵심 동맹임을 설득하는 노력이 시급한 것이다.

윤 정부는 재세계화 로드맵과 함께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운용협의권을 주거나 전술핵 재배치를 하고 자체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이 중국의 군사 패권 도전은 물론 대만 침공을 억제하는 데 일본의 반격 능력 자체 제고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재세계화는 냉전 때 조지 케넌의 봉쇄(containment)만큼이나 세계 질서를 바꾸는 대전략이다. 탈동조화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니 하는 정체 미상의 용어로는 재세계화에 따른 세계 질서의 대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줄 잘못 서면 나라가 망한다.


이교관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