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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2나노 첨단 칩 생산 난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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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2나노 첨단 칩 생산 난제 풀 수 있을까?

반도체 강국 부활 꿈꾸지만 경험·자금·인력 부족 등 수두룩

일본이 반도체 강국의 부활을 꿈꾸며 설립한 라피더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반도체 강국의 부활을 꿈꾸며 설립한 라피더스. 사진=로이터
세계 최고였다가 후순위로 밀린 일본 반도체 산업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이용해 다시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일본은 미국 견제로 세계 최고에서 몰락한 이래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며 반도체 특급열차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대만‧한국의 지정학적 위기에 주목하고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칩 공장을 미국에 건설할 것을 촉구하자 이것이 일본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과학기술 분야 대화를 통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일본 투자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안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5조 달러에 달하던 일본의 GDP가 4조 달러로 내려앉은 것에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다시 ‘기술 일본’, ‘반도체 일본’을 실현해 과거 일본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야망을 보인다.

일본은 패배자에서 국제 제휴의 열쇠를 잡는 주역으로 뛰어들려는 중요한 기로에 섰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산업의 쌀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두뇌가 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칩을 생산하는 국가가 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안보와 경제는 다시 미국으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은 미국에 대한 지극정성으로 마침내 미국 정부의 용인 아래 최첨단 2나노 반도체 기술을 IBM으로부터 전수받아 2025년께부터 시범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재부흥을 위해 천문학적 투자를 하려고 한다. 향후 10년간 대략 7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2년 11월에 일본은 라피더스 설립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2나노 칩을 시범 생산하고 2027년까지 양산할 계획임을 밝혔다.

2나노 생산 앞에 놓인 과제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시범 생산과 양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율과 생산성이다.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고 칩을 생산하더라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할 수 없으면 허사다.

일본의 2나노 생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우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의 지원과 일본의 반도체 재료‧장치에 대한 강점 때문이다.

라피더스는 최첨단 기술 개발 기지와 혁신 허브를 갖춘 미국 IBM과 유럽의 최대 반도체 연구소 IMEC의 강력한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반도체 재료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일본 기업 제품이 차지하고 있어 조달에 문제가 없다. 구체적으로 레지스트, 에칭 가스 등은 일본 기업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반도체 장치에서는 도쿄 일렉트론이 에칭 장치의 세계 최대급 벤더이다. 게다가 첨단 반도체에 빠뜨릴 수 없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치용의 마스크 블랭크스 검사나 리뷰 장치를 다루는 것도 일본 기업인 레이저 테크이다.

이러한 기업의 뒷받침으로 2025년까지 2나노 프로세스의 시범 생산은 가능할 수 있다. 시범 생산에 성공하면 양산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선 첨단 칩의 양산 경험 부족이고 둘째는 자금 부족, 셋째는 고객 확보의 불투명이다. 넷째는 인력 문제다. 첨단 반도체 제조를 할 수 있는 연구 인력과 근로자의 충분한 확보 말이다.

우선 라피더스는 첨단 칩의 양산 경험이 부족하다. 라피더스가 2나노 칩의 양산에 필요한 반도체 장치나 재료를 손에 넣기 쉽다고 해도 실제로 제조할 때 필요한 각종 노하우를 당장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나노 공정 트랜지스터의 기본 구조는 GAA(Gate All Around) 펫(FET)을 바탕으로 한다. GAA는 부분적으로 이전 세대 핀펫(FinFET)에서 생산된다. 라피더스의 경우 GAA 또는 핀펫의 양산 기술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기술력은 누설 전류와 에너지 손실을 제어하는 ​​열쇠이며, 이 기술 없이 2나노 칩 생산에서 높은 수율과 고성능으로 양산하는 것은 어렵다.

실제 7나노 이하에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가진 TSMC도 아직 3나노에서 걸음마 수준이다. TSMC는 핀펫 3나노 생산에서 2022년 하반기 양산을 개시 시점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40~50%의 상당히 낮은 수율을 보인다. 5나노에서는 2020년 상반기 50~60%의 수율로 시작했다. TSMC가 더 수익성이 보장되는 75% 이상의 수율을 보이려면 적어도 2023년 하반기가 돼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3나노를 세계 최초로 생산한 삼성전자는 1단계인 2023년 2월 시점에 20~30%의 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TSMC보다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2단계에서 고효율 생산을 말하고 있다.

양사와 같은 첨단 반도체로 제일선을 가는 기업에서도 3나노 칩 수율 향상에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라피더스의 2나노 역시 시범 생산에서 양산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자금 부족이다. 공정 양산을 위한 자금 부족 말이다. 일본 정부에 의한 추가 보조금 또는 장기간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 세계 1위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TSMC 구마모토 공장 설립을 위한 보조금과 우대책은 그 일례이다. 일본의 라피더스가 2나노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일본 정부는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TSMC의 연간 투자액과 비교하면 일본 정부의 기부금은 ​​소규모이다. 2022년 11월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700억 엔을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큰 금액이지만, TSMC의 최근 몇 년간 평균 300억~400억 달러 투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셋째는 고객 확보다. 비록 IBM이 기술을 제공하고 일본 기업 연합체인 라피더스에서 생산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에서 장악하고 있는데 고객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초경쟁 시대에서 생존은 쉽지 않다.

넷째는 인재다. 일본은 반도체 최고급 인력이 부족하다. 제조 경험을 갖춘 인재가 많지 않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반도체 관련 인력은 대략 37% 줄었다. 대학 전공자들도 반도체 분야로 진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도체는 연관 산업으로 2나노 첨단 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대략 3만여 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이를 길러낼 여력이 당장에는 없다. 결국 미국처럼 STEM 분야의 고급 인력을 외국 유학생 출신에서 구해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외국인에 대해 배척하는 경향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산적한 난제를 극복하고 2나노 시범 생산과 양산에 한 걸음 다가가기 전에 우리가 3나노 1단계에서 3나노 2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기술, 기술, 기술”만이 정답이다. 오직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TSMC가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지키는 큰 강이자 산인 것처럼 삼성전자도 한국을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지키는 큰 산이자 강이 되려면 3나노 수율 제고와 2나노로 도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