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공급, 중동지역 의존도 더 높아질 듯

석유 기업들이 미국에서 가장 번화하던 유전 지대인 퍼미안 분지에서 더 이상 콸콸 쏟아지는 유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이제 좋은 유정이 고갈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8일(이하 현지 시간) 보도했다.
외신들은 셰일 회사들의 가장 크고 좋은 유정들에서 석유가 예전보다 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석유 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처럼 놀라운 시추 속도를 재개한다면 몇 년 안에 가장 좋은 미국 석유 재고창을 소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서부 텍사스와 뉴멕시코에 퍼져 있는 퍼미안 분지의 오일 생산 실적은 미국 오일 생산 역사에서 더 오래된 오일 생산 기지로의 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코노코필립스 최고경영자인 라이언 랜스(Ryan Lance)는 "세계는 1970년대, 80년대 우리가 겪었던 시기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곧 세계 석유를 더 많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석 회사인 FLOW 파트너스에 따르면, 퍼미안 분지의 델라웨어 지역에서 시추된 가장 좋은 10% 유정에서 생산된 석유량은 지난해 2017년 상위 유정보다 평균 15%나 떨어졌다. 한편, 분석 회사인 노비랩스의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 유정 생산량은 전년도보다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석유 매장량의 감소는 수년 전 공급 차질과 수요 증가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서 급성장하는 미국 석유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세계 석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공적인 탐사나 기술적 진보가 없다면 결국 석유업계의 재고량 한계는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유가를 요구하는 낮은 품질의 유정 개발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10년 전 하루 약 720만 배럴에서 코로나 대유행 이전 하루 약 1300만 배럴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셰일 전성시대에 볼 수 있었던 연평균 생산속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늘면서 아직 전염병 시기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생산 둔화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 지출을 줄이고 사업 확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압력 때문이었다. 동시에 델라웨어 분지의 유정 생산이 약해지면서 생산량이 평준화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 오일 생산량은 지난해 많은 전망가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약 절반의 속도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최근의 실적 악화는 업계의 성장 속도에 대한 경영진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기업들은 올해 인수합병을 고려하게 되었다.
퍼미안 분지 오일 생산을 떠받쳐온 셰브론, 데본 에너지 등과 기업들은 그들 미래 계획의 중심축이던 최고 유정의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 전년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다.
퍼미안 분지의 최대 시추기업 중 하나인 셰브론은 텍사스주 컬버슨 카운티에 있는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유정들 중 일부를 시추했지만, 그곳의 새 유정들 중 일부는 생산성이 떨어졌다.
FLOW는 지난해 셰브론이 컬버슨 카운티에서 가동 중인 유정에서 궁극적으로 2018년에 생산을 시작한 유정보다 평균 42% 적은 양이 생산될 것으로 추정한다. 노비랩스 자료에서도 셰브론이 지난해 델라웨어 전역에 가동 중인 상위 10%의 유정은 전년도 유정보다 평균 25% 정도 생산성이 떨어졌다.
셰브론 경영진은 지난주 예상보다 높은 고갈률을 이유로 델라웨어 석유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퍼미안 분지에서 일부 뉴멕시코로 시추를 옮기고 생산성이 더 높은 지역을 목표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국 셰일 업계가 10년 전에 본 생산량 증가율과 시추 활동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지만 퍼미안 분지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남아있다며, 2025년까지 퍼미안 분지에서의 석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데본 에너지는 바운더리 레이더라고 불리는 지역에 델라웨어에서 가장 생산적인 유정들을 시추하고 있다. FLOW 회장 톰 로우레이에 따르면, 평균적인 유정에서 2020년 9개월 동안 34만2000배럴 이상을 뽑아냈지만, 이듬해에는 평균 16만7000배럴 이상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많은 석유 기업들이 중간 수준의 유정에서 꾸준히 오일을 뽑고 있지만 쏟아지는 유정은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데본 에너지 CEO 릭 먼크리프는 미국 석유 가스전이 이제 어느 정도 재고 매장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생산성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운더리 레이더 지역에서 시추된 유정이 여전히 회사에 훌륭한 수익을 안겨 준다면서도 "그 부문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먼크리프 최고경영자는 원유 공급이 빠듯해 유가가 상승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유정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도 생존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은 9월 보고서에서 델라웨어주의 공공 시추기관과 민간 사업자들이 약 7.2년치 생산이 가능한 좋은 입지가, 퍼미안 분지의 다른 주요 지역인 미들랜드 분지에선 8년치 생산이 가능한 입지가 남아있다고 추정했다.
스콧 셰필드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 CEO는 "셰일의 부진은 향후 수십 년간 세계 석유 시장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원유 생산이 예전처럼 큰 성장 펌프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