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걸쳐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인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효과적으로 구사한다면 단순히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거나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그치지 않고 테슬라를 전기차 제조업체의 지위에서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들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될 도 있다는 때이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테슬라의 최근 행보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격 인하 전략과는 담을 쌓아온 테슬라가 지난해에 멈추지 않고 올 들어서도 가격 인하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1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테슬라 새해 들어서도 모델3, 모델Y, 모델X, 모델S 등 전 라인업에 대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테슬라는 지난 1월 세단형 전기차인 모델3의 기본형 가격을 6.4% 내려 현재 4만3990달러(약 58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SUV형 전기차인 모델Y의 기본형 가격도 5만2990달러(약 7000만원)로 20%나 끌어내렸다.
특히 고급형 세단인 모델S와 고급형 SUV인 모델X의 경우 지난 1월에 이어 이달에도 가격 인하를 단행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델S 기본형은 1월 대비 14% 저렴한 8만9990달러(약 1억1900만원), 모델X 기본형은 17% 저렴한 9만9990달러(약 1억3200만원)로 각각 가격이 내렸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업체까지 테슬라발 가격 전쟁 가세
테슬라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2년 연속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전기차 제조업계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적으로 가격 인하 전쟁을 촉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테슬라를 맹추격해온 경쟁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물론 심지어 포드자동차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이에 가세했을 정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포드차의 경우 첫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에 대해 지난 1월 1~8.8% 수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테슬라가 불붙인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곳은 포드차가 아직은 유일하지만 뒷따를 완성체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테슬라 불을 당긴 가격 인하 경쟁이 예상 밖으로 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이 단순히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목표를 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제조업체들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모델3와 모델Y의 지위를 전기차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모델3‧모델Y 수요 증가세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캘드웰 이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3와 모델Y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 단행 이후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모델Y의 경우 출고 대기 시간이 지난 1월 이후 크게 늘어났을 정도라고 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실적이 지난달 1일부터 지난 3일 사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주된 이유가 테슬라가 일으킨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든 때문으로 분석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