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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법원, 'H-1B 고급 외국인력' 손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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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법원, 'H-1B 고급 외국인력' 손 들어줬다

美 워싱턴 연방지법 "H-1B 소지자 배우자도 취업 가능하다"
정리해고 여파로 강제출국 위기 놓인 H-1B 비자 인력에 숨통

미 국토안보부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국토안보부 로고. 사진=로이터
글로벌 첨단기술업계의 메카로 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IT업계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감원 돌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이 미국 직장인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외국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이 만든 ‘H-1B 비자’로 미국 기업에서 일하다 실작한 외국인 근로자들도 커다란 곤경에 처했다.
해고를 당할 경우 최장 60일간 유예 기간이 적용되지만 그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강제로 출국당할 수 밖에 없어서다.

이들을 꼭 필요로 하는 미국 기업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 감원에 나선 대기업들도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기 때문이다.

H-1B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쉽게 내치는 것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도 간단치 않는 일인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 법원이 이같은 현실을 감안한 결정을 최근 내렸다. 정리해고 열풍 속에 쫓겨날 위기에 놓였던 H-1B 비자 소지자들에게 숨통을 터준 조치로 평가된다.

◇미 법원 “H-1B 비자 소지자 배우자도 취업할 수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28일 H-1B 비자로 미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안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H-1B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가 ‘H-4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면 취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H-4 비자는 H-1B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의 자녀들에게 발급되며 미 국토안보부의 허락을 받으면 취업도 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국토안보부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로 최근 정리해고된 H-1B 비자 소지자도 배우자의 도움을 받아 강제출국 당하는 불행한 일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번 판결 나온 사연…“미국인 일자리 없어진다”며 시민단체가 소송 제기


이번 재판은 H-1B 비자로 들어온 외국의 고급인력 때문에 미국인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며 H-1B 비자 제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세이브잡스USA’가 소송을 제기해 벌어졌다.

세이브잡스USA는 H-4 비자를 통해 국토안보부가 H-1B 비자 소비자의 배우자에게 미국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위법적인 조치라며 이를 금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현재 H-4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9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취업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 단체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실직한 H-1B 비자 소지자들은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대부분 강제로 출국될 위기였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고는 H-4 비자를 통해 국토안보부가 H-1B 비자 소비자의 배우자에게 미국내 취업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위법이라는 주장”이라면서 “그러나 H-4 비자의 문제는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0년 제정된 이래 수십년간 행정부가 시행해오고 있는 미국 이민법의 정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햇다.

H-1B 비자 제도 자체가 외국 고급인력의 유치를 위해 미 이민법에 근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H-4 비자 소지자에게 취업을 허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 법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데는 외국 전문인력의 유치 확대를 주장해온 미 상공회의소는 물론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H-1B 비자 소지자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IT 대기업들도 그동안 H-4 비자 덕분에 배우자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H-1B 비자로 외국 고급인력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H-4 비자의 존속을 요청해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