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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과 국교 끊어라"…중국, 단교 압박 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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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과 국교 끊어라"…중국, 단교 압박 집요해진다

수십억 달러 쏟으며서 '대만고립외교' 총력 전개
대만, 경제력 발판 100여개국과 비공식 관계 유지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호텔에 도착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호텔에 도착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
중국은 대만을 통합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2025년, 2027년, 2030년 등 각자 근거를 내세워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런 가운데 당사국인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 위협이 강화되는 가운데 지지층 결집과 국제사회의 우호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로 해외 순방에 나섰다.
대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경제다. 대만은 TSMC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제조산업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베이징에 우호적인 마잉주가 대만 총통으로 재직한 8년 동안 중국의 외교적 고립과 압박 전략은 강도가 완화되었다. 당시 대만은 단 한 국가로부터 외교적 승인을 잃었다.

그러나 2016년 차이잉원이 선출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녀는 베이징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된’ 주권 국가라는 입장을 과시함으로써 중국과 관계를 멀리했다.

이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외교적‧군사적 압박을 강화했으며, 8개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버리고 베이징을 승인했다. 온두라스는 아홉 번째가 될 전망이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대만의 마지막 동맹국에는 벨리즈, 에스와티니(구 스와질랜드), 과테말라, 아이티, 교황청(로마 가톨릭 교회의 중앙 행정부), 마셜 제도, 나우루, 팔라우, 파라과이,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가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런 가운데 중미 순방 나섰다. 그동안 대만과 국교를 유지해 온 벨리즈와 과테말라 등 수교국들이 대만과의 국교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성과를 거두었다.
차이 총통은 9박 10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경유해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순방했다. 최근 온두라스의 대만 국교 단절 움직임을 계기로 다시 중국에서 대만에 대한 고립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이달 초 온두라스가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려고 하면서 이제 세계적으로 14개 국가만이 대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경제적 지원에서 중국 규모가 더 유리하다고 보고 대만과 단교하려고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무역은 엄청난 속도로 확장되었다. 1995년 중국 상품 수출입액은 총 2809억 달러로 세계 무역의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 상품 교역 총액은 4조6000억 달러 또는 세계 무역의 12.4%로 급증했다. 미국은 전체 무역의 11.5%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무역국이 되었다.

시진핑은 자국 경제력을 지렛대 삼아 남중국해를 비롯해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만과의 국교 단절과 외교적 고립을 압박했다.

일대일로 일환으로 베이징은 몬테네그로에서 몸바사에 이르는 인프라 메가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아프리카는 2016년에 중국 대출이 284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다. 작은 내륙국인 에스와티니만이 여전히 대만과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2017년 10월에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CCP)에게 “이제 세계의 중심 무대에 설 때”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군사 기지를 배치해 중요 무역로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했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중국군이 처음으로 핵무장 탄도미사일 잠수함 1척을 해상에 상시 배치하고 있어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국 작전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최근에는 100마일 미만의 바다로 분리된 대만을 본토로 되돌리려는 야심으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을 본토로 초청하기도 했다.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오랫동안 대만 정부를 인정하는 국가와의 관계를 거부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2021년 이후 혹독한 코로나 봉쇄의 자가격리에서 벗어나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대만을 고립화하는 움직임을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남미에서 대만의 동맹국 가운데 일부를 사로잡기 위해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했다.

온두라스의 전환은 주요 수력 발전 댐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과 협상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몇 주 후에 이루어졌다. 중국이 제공하는 것은 인프라 투자 그 이상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온두라스에서는 대만이 온두라스의 파트너였고 지원했으나 중국이 더 많은 지원을 줄 수 있어 단교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다. 미국이다. 미국은 온두라스 외교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앙아메리카를 영향권 내에 고려했으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추가 영향력을 환영하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 일행이 중남미 수교국인 벨리즈에 도착해 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차이잉원 총통 일행이 중남미 수교국인 벨리즈에 도착해 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온두라스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미국은 경제적 인센티브나 외교적 압력을 통해 이를 막을 수도 있다.

이처럼 대만 이슈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1979년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시작했으나 미국은 대만의 주요 동맹국으로 남아 있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만, 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며 중국이 대만을 강제로 점령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대만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무기 공급국이다.

대만은 또한 유럽 및 세계의 다른 지역과 깊은 무역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세계 경제에 중요한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산화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분석가들은 대만을 인정하는 국가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나 그 숫자가 0으로 떨어지더라도 국제적으로 고립된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영향력 있는 경제 및 민주주의 국가들과 강력하고 다면적인 유대가 여전히 존속될 것이라는 전제가 합리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립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미국을 비롯해 100개 이상의 국가와 강력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재세계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만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만과는 강한 연대가 있다. 반도체 때문이다. TSMC는 우리의 경쟁 상대이자 협력 상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