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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OPEC+ 석유 감산, 한국에 부담…중국·인도엔 러시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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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OPEC+ 석유 감산, 한국에 부담…중국·인도엔 러시아가 있다

OPEC+의 깜짝 감산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OPEC+의 깜짝 감산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OPEC+의 깜짝 감산이 다시 세상을 어지럽힌다. 분석가들은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경제 회복에 적신호라고 말한다. 반면, 인도나 중국과 같은 최대 석유 수입국들은 오히려 수혜를 누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OPEC+는 석유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으로 하루에 총 1만 배럴 감산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총 감산한 것과 합산을 하면 대략 하루에 총 360만 배럴을 감산한 것이다.
글로벌 합산으로 하루 1억 배럴 정도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3.6%에 불과하나 석유 수급은 너무 경색되어 있기에 유가 전반에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유가 감산이 불러올 경제 부담


다행인 것은 글로벌 비축량이 1억 배럴이라는 점이다. 견딜만한 수준이고 경기 둔화 조짐이 일어나고 탈탄소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석유 수요가 다소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재개, 운송수단 사용이 증가하는 휴가철 임박, 새로운 추가 감산 등이 겹치면 유가는 일부 예측대로 상한선을 넘어 100달러에 도달할 수도 있다.

OPEC+ 회원국들의 감산은 휴가 시즌에 들어가는 5월에 시작되어 2023년 말까지 계속된다. 얼마 전 60달러까지 하락했던 유가는 이제 80달러 선으로 올랐다. 20달러가 더 오르면 석유 수입국의 비용은 더 커진다.

석유는 주로 운송과 석유화학 부분에 활용되므로 차량과 선박, 항공기 운임 추가 상승을 유발하고 석유화학 부문에서 제조되는 식품, 의약품, 타이어, 플라스틱 등의 가격 상승도 초래한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가 상승은 가처분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위축을 초래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 석유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 달러 감소 압박을 받고 경제활동 둔화, 석탄 자원 활용 증가 등 연쇄적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은 부담 가중,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라는 대안이 존재


우리나라는 2022년 총 1058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했다. 사우디 등 주로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한다. 작년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러시아산 석유는 수입할 수 없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약 380억 달러로 우리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2023년 1월 대한민국의 석유 소비량은 하루 290만 배럴이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석유 소비국이다. 유가가 80달러에서 100달러로 오르면 단순비교로 하루에 5800만 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우리의 수출이 늘고 제조산업의 제품이 경쟁력이 있으면 비용 증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출이 잘되지 않고 유가가 상승하면 글로벌 소비도 전반적으로 위축될 소지가 있어 우리에게는 비용만 늘어나 불리할 수 있다.

2022년에 우리나라는 총 472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았는데 석유를 비롯해 가스 등 주요 에너지 수입 비용이 치솟은 것이 적자에서 대부분이었다.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으로 정부는 그동안 미루었던 난방비와 전기료를 대폭 인상해 국민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의 부담을 느꼈다.

우리는 현재 IEA 기준에 의거해 비상시기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는데 총 9개의 비축기지에 1억4600만 배럴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국제공동비축비축량을 제외한 9660만 배럴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 수입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인도나 중국도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지난해처럼 러시아 석유를 상대적으로 저렴 하게 살 수 있는 숨은 특혜가 있다.

인도는 세계 세 번째 석유 수입이 많다. 하루 평균 500만 배럴을 수입한다. 경제 성장과 경제의 규모를 감안할 때 석유 소비는 올해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올 2월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 증가했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비용 조달이 부담되자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산 석유를 파격적인 가격에 사들였다. 지난해 인도는 러시아 제재 이후 연말까지 총 900만 배럴 정도 수입했다.

2022년 2월 러시아 제재 이전에 인도 수입에서 1% 미만이었던 러시아의 석유 수입량은 2월에 하루 162만 배럴로 증가, 35% 점유율을 차지했다.

2023년 2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60만 배럴로 급증했으며 현재 전통적 공급자인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수입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인도의 석유 수입에서 러시아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가 지난해 1배럴당 얼마에 러시아 우랄 원유를 구매했는지 정확한 액수 추청은 곤란하나 서방이 합의한 가격 상한선인 60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30억 달러 이상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명실공히 세계 두 번째 석유 수입국이다. 2022년에 경제활동 봉쇄조치로 석유 수입이 다소 감소했으나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하루에 1017만 배럴을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0.9% 감소다.

한국의 사우디에 석유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해 석유 수입의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사우디에 석유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에 대비해 석유 수입의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올해 원유 수입은 하루에 50만~100만 배럴이 늘어나 최대 118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년 동안의 감소에서 증가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2022년에 8% 급증해 하루 172만 배럴로 두 번째 공급국이 되었다. 중국이 구입한 러시아산 석유 비용은 2021년 대비 43.9% 증가한 583억 달러였다.

2022년 10월까지 중국의 러시아 에너지 구매(원유 및 제품, 천연가스 및 석탄)는 2021~2023년 동기 대비 468억 달러에서 743억 달러로 급증했다.

중국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산 석유를 제재 가격인 60달러 미만으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정상가에 비해 큰 수혜를 본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러시아와 위안화-루불 결제 체결로 달러가 상대적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이득을 보았다. 올해도 상황은 유사할 것이다.

중국은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주자로 러시아로부터 또한 중동과 위안화 결제 시스템 논의를 통해 자국이 보유한 달러가 나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유를 사들이는 이중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1억 배럴 비축량이 그나마 다행


산유국들이 러시아와 연동해 석유 감산에 돌입하고 있으나 현재 전 세계에 1억 배럴 가까운 비축량이 남아 있다. 가격 급등과 연속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지 몰라도 없는 것보다 다행이다.

EU 27개국의 재생에너지 확산,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 유가 상승에 따른 절약,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고 잠시 유지될 경우 생산자들이 실제로 생산량을 다시 늘리게 되면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석유 수입 경로 다변화 검토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이 너무 큰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OPEC 리더인 사우디로부터 정유 공급 구매의 36% 정도를 의존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년 전보다 10.4% 증가한 2796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사우디의 경우 그동안 자유 진영의 리더인 미국과 상호협력 관계였지만 이제 권위주의 진영의 대표인 중국과 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어 미중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가 없다.

지난 2~3년 동안 G7이 러시아 석유 거래에 대해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고 미주와 아프리카의 주요 원유 생산국들이 유럽 최종 사용자에 많은 원유를 보내면서 수입 다변화 노력에 제동이 걸린 측면이 있다.

향후 혹시 있을 중국의 대만 공격 등에 선제적 대비를 위해서도 중동 의존 석유 수입 경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해상 운송 길이 막히면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