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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권위주의 진영 주도 탈달러화, ‘브릭스 통화’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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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권위주의 진영 주도 탈달러화, ‘브릭스 통화’로 귀결?

남아공이 오는 8월 22일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어쩌면 역사적 분기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충격적인 것으로 가득하다. 우선 좀 더 포용적이고 공정하며 안정적인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가 유엔과 다른 국제기구에서 새로운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창설하는 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과 서방 위주의 국제질서 변혁을 논의한다는 말이다.
다음은 브릭스 회원국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 알제리, 아르헨티나, 이란 등이 이미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상태이고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도 회원국 가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회원국이 늘어나면 그만큼 영향력이 확대된다. 주목할 점은 회원국 다수가 에너지 등 자원 부국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가 가장 이목을 끈다. 이 자리에서 브릭스 통화 문제가 본격 거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브릭스 통화란 일단 위안화를 자신들만의 통화로 수용하고 더 나아가 디지털 화폐로 범위 확대, 종국적으로는 금과 희토류, 석유 등에 기반한 실물기반 화폐를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완전한 탈달러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중갈등의 축소판이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거부감을 가진 국가들을 규합하여 달러패권을 대체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만들려는 것이고 브릭스 회원국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 RICS 통화가 무역에서 미국 통화를 대체할 것인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및 남아프리카로 구성된 브릭스는 미국 달러를 버리고 미국의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해 공통 통화를 연구해왔다. 이 움직임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여 탈달러화를 요구함에 따라 더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달러는 수십 년 동안 국제 무역의 공식 통화였다. 그러나 이 위상이 이제 본격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국의 강력한 연합체다. 세계 인구의 41%, 세계 GDP의 24%, 세계 무역의 약 16%를 차지한다. 회원국들은 연례 회의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 제14회 연례 회의가 중국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브릭스 통화로 불리는 ‘새로운 글로벌 준비 통화’를 곧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브릭스 통화의 출시 및 거래는 미국 달러로 발생하는 세계 무역의 사자의 점유율을 빠르게 침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5개 국가 외 알제리, 아르헨티나, 이란 등이 이미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 상태이고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등 총 13개국이 추가로 회원국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가입하게 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게 되고 GDP 규모도 상향된다. 브릭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이 되면 미국 달러의 헤게모니는 크게 손상된다. 사우디를 보유한 확장된 브릭스가 브릭스 통화로 거래하면 세계 무역에서 석유 달러의 지배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탈달러화는 특히 지난 2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러시아 제재로 강화되었다.

그리고 지난 2일 러시아 국영통신 스푸트니크는 알렉산더 바바코프 러시아 의회 부의장의 멘트를 인용, 브릭스 소속국이 무역 거래에 달러를 대신할 새 기축통화로 ‘스테이블코인’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바코프 부의장은 “특정 국가의 화폐를 사용한 뒤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용될 기축통화는 금, 희토류 등 귀금속과 연동되는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이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본격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나 서방 화폐의 시장 지배를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도전받는 달러의 위상


미국 달러는 통화의 왕이다.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달러는 강력한 지위를 누렸다. 그것은 미국에 다른 경제에 대한 불균형적인 영향력을 부여했다. 사실 미국은 오랫동안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제재 부과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미국 규칙에 따라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및 중국과 같은 국가는 달러 기축통화를 멈추고 싶어한다.

이 과정을 탈달러화(de-Dollarization)라고 하며, 이는 세계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 또는 기타 상품 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를 미국 달러에서 다른 화폐수단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중국ㆍ러시아 등 탈달러화의 지지자들은 달러와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미국의 경제 및 정치 변화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환율 변동 및 금리 변동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으므로 경제 안정성을 개선하고 금융 위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권위주의 진영과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인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와 무역을 하면서 루피와 위안화로 무역을 진행하면서 국제 무역 질서의 탈달러화는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중동을 방문해 석유 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했고 브라질도 위안화 결제를 수용하기로 합의,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를 국제 통화 및 달러 도전자로 설정하는 데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큰 원유 수출국이다. 전체 수출의 17.2%를 차지한다. 산유국의 대표 리더로서 산유국 사이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동안 미국은 사우디를 통해 달러에 고정된 국제 유가를 간접적으로 통제해 왔는데 자칫 이 시스템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는 미국 패권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인도 역시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다. 영국, 독일, 러시아, 심지어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하여 18개국이 인도 루피 거래 허가를 받았다. 인도의 루피도 시간이 흘러 인도 경제가 G3 위상을 가지면 유로화나 엔화, 파운드처럼 글로벌 준비 통화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민주 진영인 인도조차 다극 체제를 선호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이나 가입하려는 국가들이 단극 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달러가 아닌 새로운 통화를 형성하는 전략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용화폐인 달러와 다른 실물화폐 지향


달러는 과거 금본위에서 후퇴하고 석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신용화폐다. 하지만 브릭스 화폐의 지향점은 금ㆍ희토류ㆍ석유 등 환금할 수 있는 희귀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금은 공식적으로 미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의 보유량이 더 많다는 비공식 주장이 있고 인도와 러시아, 사우디 등의 보유국까지 합할 경우 적지 않은 양이 된다.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보유량의 60%를 차지한다. 석유나 가스도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합하면 세계 생산량의 30%를 넘는다. 이 모든 자원을 통화의 기반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통화에서 힘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브릭스는 달러 통화 시스템의 단점을 연구한 끝에 실물화폐, 디지털화폐의 장점을 활용하는 기축통화를 만들려고 한다.

이는 실물화폐로 기축통화국이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할 수 없도록 하기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환전도 불필요하다. 송금 수수료도 크게 줄 것이고 종국에는 없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브릭스 외 국가들도 사용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브릭스 통화의 문제점


회원국들의 입장에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점이다. 회원국들의 경제력과 세계 질서에 대한 지향점이 서로 다른 것도 장벽이 될 수 있다.

브라질과 인도는 권위주의 정부가 아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 너무 많이 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달러의 패권 상실을 수용할 의사가 결코 없으므로 이를 저지하려고 들 것이다.

또한, 금과 희토류ㆍ석유를 가진 국가들이 브릭스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큰 힘을 행사하거나 브릭스 회원국 가운데 경제력이 가장 큰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브릭스 통화를 만드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재세계화와 지정학적 갈등의 고조, 기축통화의 권위에 도전하는 변혁 움직임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