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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에게 넘어간 마크롱…미국과 EU에 등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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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에게 넘어간 마크롱…미국과 EU에 등 돌리나?

중국, 글로벌 다극체제에서 "중국의 중요성 인식했다" 홍보 강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권위주의 국가 중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권위주의 국가 중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진영이 주장하는 다극체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함께 자유 진영으로 묶여 중국이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과 갈등할 것이 아니라 다극체제의 한 축으로서 중재자가 될 운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가 EU에 했던 말이다. 민주 진영을 미국과 EU 두 축으로 양분하고 자유 진영의 힘을 분산하려는 목적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EU가 다극체제의 한 축이 되는 것이 세계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노선을 견지해 왔다.

마크롱의 인터뷰는 의도야 무엇이든 이런 중국의 노선을 추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지난해 G7과 EU27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중심으로 강한 결속을 보였던 자유 진영의 이격(離隔)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EU27은 지난해 중국을 자유 진영을 위협하는 ‘구조적 경쟁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마크롱의 수사는 이 선언의 후퇴로 보일 수 있고, 도발적이다.

마크롱은 시진핑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철회하라는 메시지 전달에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진핑의 요구를 전 세계에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진핑의 대리인으로 보이는 일이다.

마크롱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에 합류했다. 두 지도자는 다소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폰데어라이엔은 중국의 “불공정 관행”, 특히 무역격차를 지적하고 베이징이 제기한 권위주의적 도전에 대해 강경한 연설을 한 후 중국에 도착했다.
반면 마크롱은 서방이 중국과 긴장의 “피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중국에서는 당연히 마크롱에게 찬사를 보냈다. 중국의 담론이 “프랑스 지성을 움직였다”고 광고한다. 마크롱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무게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현재 EU가 가는 노선을 수정해 독립적인 비전을 개척하려고 하는 순간에 다가섰다고 말한다.

심지어 프랑스에는 중국의 글로벌 역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지만, 프랑스가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소프트파워를 행사하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깨달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과연 마크롱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마크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푸틴을 설득해 침공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무력함을 보인 바 있다. 이번에도 위대한 프랑스를 외치며 그간 미국과 EU가 수립한 원칙을 깨고 독자 행보를 하려고 한다.

이제 마크롱이 EU27 회의나 G20 행사, 바이든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떤 말을 할지가 다음 관심사다. 과연 프랑스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제3지대에 남아 세계 대전을 막기 위해 전쟁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노선을 고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중국의 두 번째 외교적 승리


시진핑은 마크롱과의 정상회담 이후 1차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는 데 이어 동시에 베이징에서 열린 또 다른 주요 정상회담에서도 성과를 냈다.

중동의 적대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무장관이 중국 수도에서 7년 만에 최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워싱턴은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리야드와 테헤란 사이의 해빙은 오랫동안 진행되었으며 전적으로 중국의 노력 때문이 아니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와 국내 시위로 골치 아픈 상태였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에서 벗어나 왕국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계획을 위협하는 이란의 안보 위협에 직면하여 지역 긴장을 완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체재가 된 것이다.

이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이 경제적·정치적·안보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함께 지역 위협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질서 창출에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은 서방과 경쟁하여 ‘강철의 만리장성’을 건설하겠다고 말한다. 이제 그 언덕을 머지않아 넘어서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중국식 사회주의를 전 세계 질서의 표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내보인다.

최근 몇 주 동안 시 주석은 ‘안보’와 ‘문명’, ‘세계화’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담론을 선전했는데, 이는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구조와 보편적 가치의 개념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권위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다수 개발도상국에도 시진핑의 주장이 더 매력적인 이데올로기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에 보듯 프랑스와 사우디, 이란이 중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인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대서양 횡단 동맹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중국의 투자와 무역이 EU27 미래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담론 제기가 위력을 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