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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연봉 2억 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실업 보험 신청 500% 급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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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연봉 2억 6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실업 보험 신청 500% 급증 이유는

실리콘 밸리·월가 대량 해고 바람…'화이트 칼라 경기 침체' 신호탄

매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매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연간 소득 20만 달러 (약 2억 6450만 원) 이상 소득자의 실업 보험 청구 건수가 1년 사이에 6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센서스국이 3월 19일부터 4월 10일 사이에 실시한 조사에서 1주일 사이에 실업 보험을 청구한 최상위 고득층에 속하는 사람이 11만 3800명으로 집계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그 전해 같은 기간 당시의 1만 8100명에 비해 무려 50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 핵심 이유는 최근 빅테크가 포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가에서 해고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화이트칼라 침체’가 현실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고 미국 언론이 지적했다.
지난해 6월 1일 이후 최상위 소득층 실업 보험 청구 신청자는 35만 1000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72%가 보험금을 받았다. 이는 실업 보험금 평균 수령 비율 54%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의 실업 보험 수령 비율이 64%로 전체 평균 비율 51%보다 높았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보다 블루칼라 노동자가 더 빨리 해고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였던 1990~1991년, 2001년, 2007~2009년, 2020년에 접객업, 제조·건설업, 소매업을 포함한 블루칼라 노동자는 화이트칼라보다 더 빨리 실직당했다. 그러나 지난해 9~11월까지 금융 및 보험 분야의 정리해고 규모는 1년 전보다 거의 두 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분야 인력은 20% 이상, 빅테크 분야 인력은 약 14% 줄었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위크는 “경기 침체기가 오면 화이트칼라 직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기술, 금융, 부동산 분야에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컨설팅, 인력개발, 마케팅, 리서치 분야와 테크, 금융, 부동산 관련 산업계에서 대규모 구조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분야는 팬데믹 기간에 가장 서둘러 고용 인원을 늘렸기에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바람이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포브스가 지적했다. 빅테크의 비용 절감 대책은 ‘화이트칼라 침체’(white collar recession)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기에 대비해 인건비 축소를 비롯한 비용 절감에 본격 착수하면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빅테크에서 짐을 싸는 직원의 대부분이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일했다. 미국의 노동시장에서는 팬데믹 이후에 전체적인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실업률도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화이트칼라 종사자들이 대거 해고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해고가 IT 분야에 한정된 현상인지, 아니면 화이트칼라 직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할지 노동계가 주시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